배재고 학생 “민주시민교육? 다 잤다…'가야지 가야지' 아직도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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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학생도"…땜질식 교육 도마 위

5·18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과 교사, 일부 학부모 등 80여 명이 6일 광주제일고에 사과 방문해 학생탑에 참배하고 있다. / 뉴스1
5·18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과 교사, 일부 학부모 등 80여 명이 6일 광주제일고에 사과 방문해 학생탑에 참배하고 있다. / 뉴스1

‘스타벅스 응원’ 논란을 계기로 마련된 서울 배재고 학생 대상 '민주시민교육'이 무의미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배재고 야구부원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광주제일고 선수들에게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혐오 표현을 외쳐 물의를 빚었다.

청소년 주도 언론인 '토끼풀'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9일·13일·15일 배재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민주시민교육'에 참여한 재학생 A군은 "30명 넘는 반 학생 중 나를 포함한 2명을 빼고 전부 잤다"고 밝혔다.

A군은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강의를 시작할 때 ‘자도 상관없는데 들을 학생들은 확실히 들으라’고 말하자, 그 말을 듣고 학생 대부분이 자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토끼풀은 서울 은평구의 중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만드는 지역 청소년 언론이다.

A군은 “교육 자체가 효과적인지 모르겠다”며 "혐오 표현이나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관해 전혀 배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혐오 표현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나쁜 것이고 하지 말라’고 했을 뿐, 어떤 혐오 표현이 존재하는지도 왜 나쁜지도 안 배웠다. 하는 둥 마는 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 표현이 어떤 것들이 있고 그 숨겨진 의미는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지는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교육이 역사에 치중해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것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 뉴스1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 뉴스1
A군은 학생들 사이의 혐오·조롱 표현 사용에 대해 “장난이고 재미를 위한 것”이라며 “70%는 장난삼아 하는 것 같다. 다 같이 따라가는 문화가 심해서 장난에 참여하지 않으면 왕따당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학교 내부 분위기는 사건 이전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A군은 “그걸(야구부 혐오 표현 사건) 갖고 ‘우리 학교 큰일났다’고 심각하게 위기의식 갖는 학생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학생들이 사석에서는 ‘가야지 가야지’ 등의 표현을 농담으로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잘못은 했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할 정도냐’ 쪽이고,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되묻는 일부 극단적인 학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5·18 민주화 운동 비하 응원' 논란으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를 무마하려 서둘러 마련된 ‘땜질식 교육’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청소년 사이의 혐오·조롱 문화 확산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정부와 교육계,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20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배재고에 부과했던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1개월로 감경했다.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찾아가 사과하고 피해 당사자도 선처를 호소한 점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배재고 야구부는 내달 6일 개막하는 봉황대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