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제대로 터졌다…2년 전 작품인데 '넷플릭스 1위' 오른 19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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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묵혀있던 액션물, 보이스피싱 카타르시스로 갑자기 1위

개봉 2년이 지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갑자기 1위를 차지했다.

21일 기준 국내 넷플릭스 오늘의 영화 1위에 오른 '비키퍼'.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1일 기준 국내 넷플릭스 오늘의 영화 1위에 오른 '비키퍼'.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액션 스릴러 '비키퍼'가 21일 기준 국내 넷플릭스 오늘의 영화 랭킹 1위에 올랐다. 2024년 4월 국내 극장에서 개봉했던 작품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뒤늦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이목을 끈다.

극장에선 조용했는데, 스트리밍에서 1위

'비키퍼'는 2024년 국내 극장 개봉 당시 관객 수 약 10만 명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랐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7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제작비는 4000만 달러. 스타뎀 주연 영화치고는 상대적으로 준수한 규모의 상업 액션 영화였다.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제작된 이 영화가 넷플릭스 공개 이후 국내에서도 역주행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장르 특성상 OTT 플랫폼에서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고, 입소문이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넷플릭스 공개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서 그동안 극장에서 놓쳤던 국내 시청자들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키퍼' 스틸컷. 제이슨 스타뎀.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비키퍼' 스틸컷. 제이슨 스타뎀.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감독과 배우,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한 조합

'비키퍼'를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각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퓨리' 등을 통해 거칠고 밀도 있는 액션 연출로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특히 '퓨리'에서 선보인 타격감 넘치는 밀리터리 연출 스타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연 제이슨 스타뎀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할리우드 액션의 대명사다. '트랜스포터' 시리즈, '메그',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을 통해 쌓아온 '무패 액션 히어로' 이미지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각본은 '로우 모스트 원티드' 등을 쓴 커트 위머가 담당했다.

조연진도 만만치 않다. '레버넌트', '엘리자베스' 등 다수의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영국 배우 제러미 아이언스가 사기 조직의 배후를 봐주는 전직 CIA 국장 역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헝거게임' 시리즈로 전 세계 팬을 확보한 조시 허처슨이 철없고 오만한 재벌 2세 빌런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줄거리는?…양봉가의 탈을 쓴 전설의 킬러

이야기는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법 위에 존재하는 비밀 기관 '비키퍼'의 전설적인 요원이었던 애덤 클레이(제이슨 스타뎀)는 은퇴 후 조용히 벌을 키우며 양봉가로 살아간다. 세상과 단절된 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영화 '비키퍼' 스틸컷. 제이슨 스타뎀.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비키퍼' 스틸컷. 제이슨 스타뎀.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주던 이웃 엘로이즈가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에 걸려 전 재산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분노한 애덤 클레이는 오랫동안 잠재웠던 전직 킬러의 본능을 깨우고, 사기 조직의 뿌리를 뽑기 위한 자비 없는 복수극을 시작한다. 말단 콜센터부터 배후의 권력층까지 일직선으로 파고드는 구조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스타뎀 스타일의 액션영화'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스타뎀의 묵직하고 정교한 액션과 에이어 감독의 탄탄한 연출이 다소 평범한 각본을 충분히 커버한다는 평가다.

왜 지금 이 영화인가…보이스피싱 빌런의 카타르시스

'비키퍼'가 국내에서 역주행 인기를 끄는 데는 영화 속 소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이스피싱은 국내에서도 매년 수천억 원대 피해가 발생하는 실제 사회 문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며, 피해자 수도 매년 수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50대 이상 고령층이다.

공권력도 쉽게 소탕하지 못하는 이 조직을 주인공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무자비하게 무너뜨리는 과정은 현실에서 느끼는 분노를 대리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강하게 자극한다.

영화 '비키퍼'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비키퍼'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복잡한 서사 없이 직진하는 '노 브레이크' 전개

'비키퍼'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속도감이다. 복잡한 심리전이나 지루한 서사를 쌓는 대신,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주인공이 즉각 행동에 돌입하는 전개 방식을 택했다. 빌런들이 반격하거나 협상을 시도할 여지를 주지 않고 단계적으로, 그러나 쉼 없이 소탕해 나가는 구조다.

이러한 전개는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 즐기기 좋은 킬링타임 영화로서의 조건을 정확히 충족한다. 최근 OTT 시청 패턴이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역주행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베일에 싸인 설정 '비키퍼' 조직의 정체

영화의 또 다른 흥미 요소는 '비키퍼'라는 조직 설정 자체다. 단순한 은퇴 킬러의 복수극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는 초법적 기관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깔고 있다.

'비키퍼'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비키퍼'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벌의 생태계에서 여왕벌을 보호하고 집단 전체를 지키는 일벌의 역할처럼, '비키퍼' 요원들은 사회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개입해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정이다. 시리즈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조로, 2편에 대한 팬들의 요구도 이미 존재한다.

조연진이 완성하는 '분노 유발' 빌런 라인업

제러미 아이언스는 사기 조직의 배후를 조용히 지원하는 전직 CIA 국장 역을 맡아 특유의 중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의 역할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현실적인 빌런에 가깝다.

조시 허처슨이 연기하는 재벌 2세 빌런은 다른 의미로 시청자의 분노를 건드린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질적인 수익자로 등장하는 그의 캐릭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오만함을 극단적으로 구현해, 주인공의 복수가 더욱 통쾌하게 느껴지도록 설계됐다. '헝거게임'에서의 선한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이라 낯선 반전 매력도 있다.

이 조연진의 '얄미운 연기'가 제이슨 스타뎀의 복수극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구조적 장치로 작동한다.

'비키퍼'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비키퍼'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타뎀 영화' 공식, 한계도 분명히 있다

'비키퍼'는 제이슨 스타뎀이라는 배우의 브랜드 이미지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총기, 도검류, 맨몸 격투, 주변 지형지물 활용까지 스타뎀 특유의 절도 있는 타격 액션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을 주인공 캐릭터로 구현하는 데 있어 스타뎀만큼 적합한 배우는 드물다.

다만 비평적 시각에서는 각본의 평범함을 단점으로 짚는다. 인물 심리나 서사의 깊이보다 액션의 연속성과 카타르시스에 집중한 작품이기 때문에, 묵직한 드라마나 반전을 기대한다면 맞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스타뎀의 액션을 보러 들어간 시청자라면 실망할 요소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튜브, 어바웃타임 (About time)

'비키퍼 맛' 한국 액션 영화 2편 추천

'비키퍼'가 안겨준 그 맛, 즉 세계관 최강자 주인공이 악질 조직을 법 밖에서 직접 응징하는 사이다 복수극의 감성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래 두 편이 정답이다. 한국 액션 영화 중 '비키퍼'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가진 작품들이다.

    1. '아저씨' (2010) / 감독 이정범 / 주연 원빈

한국 원맨아미 액션의 기준점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마약·장기 매매를 일삼는 거대 범죄 조직에게 유일하게 소중한 이웃 아이를 빼앗긴 전직 특수정보요원이 조직 전체를 상대로 혼자 전쟁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건드린 빌런들이 대가를 치르는 구조가 '비키퍼'와 정확히 겹친다. 동남아 무술 카리·아르니스와 실랏을 기반으로 한 칼부림·총기 복합 액션은 개봉 15년이 지난 지금도 타격감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스틸컷. / 아이에이치큐, 영화사 륙 제공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스틸컷. / 아이에이치큐, 영화사 륙 제공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2022) / 감독 최재훈 / 주연 장혁

존 윅 스타일의 한국판 킬러 무쌍극이다. 은퇴한 전설의 킬러가 우연히 보호하게 된 여고생을 지키기 위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다국적 인신매매 조직을 혼자서 소탕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배후를 캐거나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 앞을 가로막는 조폭과 킬러들을 하나씩 직선으로 제거하며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장혁이 대역 없이 소화한 롱테이크 총기·맨몸 액션 시퀀스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악질 범죄 조직이 하나씩 처단될 때의 쾌감이 '비키퍼'의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 장면과 결이 거의 같다. 개봉 당시 극장 흥행은 조용했지만 OTT와 입소문을 통해 뒤늦게 재평가를 받은 숨겨진 액션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