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30만도 못 채웠는데 넷플릭스 공개되자마자 '역주행' 중인 코미디 영화

작성일

극장 흥행 딛고 넷플릭스 3위… 하정우 연출작 '로비'의 화려한 반전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 '로비'가 OTT 플랫폼을 만나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스크린 개봉 당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작품은 넷플릭스 공개 직후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역주행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영화 '로비' 공식 스틸컷 / 쇼박스
영화 '로비' 공식 스틸컷 / 쇼박스

지난 8일 글로벌 넷플릭스를 통해 전격 공개된 영화 '로비'는 공개 직후 국내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배우로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다져온 하정우는 감독으로서도 꾸준히 본인만의 영화적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허삼관'에 이어 선보인 '로비'는 특유의 리드미컬한 대사와 인간 군상의 위선을 꼬집는 유머가 집약된 코미디로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비록 스크린에서는 흥행의 쓴맛을 봤지만 시청 방식의 제약이 없고 대사의 디테일을 밀도 있게 감상할 수 있는 OTT 환경과 만나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골프장'을 활용한 독특한 블랙 코미디의 탄생

영화 '로비'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로비'라는 음지의 비즈니스와 '골프'라는 스포츠를 결합해 이색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품은 오직 연구밖에 모르던 순진무구한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회사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4조 원 규모의 거대한 국책사업을 따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서 시작된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생전 접해 본 적 없는 '로비 골프'라는 험난하고 생소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창욱의 좌충우돌 소동극이 극의 핵심이다.

영화 '로비' 출연 배우 하정우 / 쇼박스
영화 '로비' 출연 배우 하정우 / 쇼박스

하 감독은 영화의 기획 배경에 대해 깊이 있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로비'라고 하면 밀폐된 비밀 요정이나 어두운 호텔 룸 같은 닫힌 공간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설적으로 탁 트인 광활한 골프장이야말로 외부의 시선과 도청으로부터 가장 완벽하게 격리된 은밀한 로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골프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초보자 창욱이 생존을 위해 로비 골프의 세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리얼리티와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돼 씁쓸하면서도 유쾌한 블랙 코미디로 거듭났다. 현대 사회에서 골프는 비즈니스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모호한 경계에 위치해 있다. 영화는 풍문으로만 감돌던 '필드 위 비하인드 스토리'를 섬세한 영화적 문법으로 파헤치며 대중의 호기심을 적절히 자극한다. 탁 트인 잔디밭 위에서 온종일 골프를 치며 주고받는 인물들의 대화 속에는 저마다의 욕망과 계산, 사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현실적인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대한민국 대세 배우 10인이 완성한 흠잡을 데 없는 앙상블

하정우 연출작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다. 영화 '로비' 역시 배우 출신 감독 특유의 뛰어난 안목을 바탕으로 모인 10인의 명품 배우진이 최대 무기로 꼽힌다. 하정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박해수, 곽선영 등 현재 대한민국 영상 매체에서 가장 개성 강하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대세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화면을 채운다.

영화 '로비' 출연 배우 김의성 / 쇼박스
영화 '로비' 출연 배우 김의성 / 쇼박스

하 감독은 "연출자로서 가진 제1의 원칙은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를 가장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라며 "화려한 카메라 워킹이나 구도적인 미장센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물들이 느끼는 미세한 감정선과 대사가 가진 독특한 '말맛'을 살리는 데 모든 연출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 역의 하정우와 정치권의 막강한 실세 최 실장 역을 맡은 김의성의 팽팽한 신경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날 선 대사와 티키타카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여기에 프로 골퍼 진프로 역으로 분한 신예 강해림의 활약도 눈부시다. 강해림은 캐릭터 완성을 위해 매일 5시간 이상 골프 연습에 매달리는 남다른 열정을 발휘했으며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처세술의 달인이자 비리 부장으로서 판을 세팅하는 박 기자 역의 이동휘는 특유의 능글맞고 유연한 연기로 블랙 코미디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창욱의 라이벌 회사 대표 손광우 역을 맡은 박병은은 "대본을 읽자마자 천재적인 발상이 돋보였다"며 작품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했고 마성의 인기 배우 마태수 역의 최시원, 골프장 사모님 다미 역의 차주영 등도 각자의 캐릭터에 입체적인 개성을 불어넣어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 감독은 "배우들 간의 끈끈한 믿음과 협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라며 완벽하게 합을 맞춘 동료 배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OTT 환경과의 완벽한 케미스트리

'로비'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이자 백미는 쉼 없이 몰아치는 생동감 넘치는 대사다.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하 감독과 김경찬 작가는 인물들이 구사하는 언어의 리듬감과 캐릭터별 특색을 극대화해 '로비'만의 통통 튀는 독창적인 톤 앤드 매너를 만들었다.

영화 '로비' 출연 배우 이동휘 / 쇼박스
영화 '로비' 출연 배우 이동휘 / 쇼박스

이처럼 섬세한 대사 템포를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일반적인 영화 제작 현장과 비교해 10배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의 대본 리딩과 사전 리허설을 진행했다. 특히 하정우가 연출과 주연 연기를 동시 수행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 환경이었던 만큼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수십 차례 대본을 읽으며 인물 간 대사의 호흡, 억양, 쉼표 하나까지 정교하게 확립해 나갔다. 이런 철저한 사전 준비 덕분에 현장에서는 더욱 완벽한 연기 호흡이 발휘될 수 있었다.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영화의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여주듯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관람객들은 "관람객 내가 하정우식 코미디가 취향이었다니", "하정우 블랙코미디 오진다 계속 웃다가 옴", "배우들 티키타카가 너무 좋았음. 대사가 재밌고 하정우 너무 웃김", "'롤러코스터'도 뒤늦게 잼나게 봤는데 로비는 그보다도 더 진일보한 말맛과 재미가 있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유머로 가득한 영화" 등과 같은 호평이 있는가 하면 "죄송해요.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기대를 버리고 봤지만 생각보다 더 재미없었음", "이게 도대체가 뭔 영환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잘 풀어내진 못한다", "개그 코드가 안 맞아서 좀 지겨웠다", "한 배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방이 준비했다는 듯이, 다음 대사 바로 치고 들어오는 장면이 영화 내내 이어짐.. 코미디적 요소로 뭘 노리고 그런 건 줄은 알겠지만.. 너무 잦아 작위적인 것을 넘어 피로감까지 느껴졌음"과 같은 혹평도 적지 않았다.

비록 스크린에서는 누적 관객 수 26만 명에 그치며 아쉽게 조명받지 못했으나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한층 다양하고 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한 '로비'는 뒤늦게나마 작품성에 대해 인정받고 역주행 중이다. 하정우의 '로비'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