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대행이 갑자기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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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정례 간담회서 발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 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수사와 관련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 뉴스1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 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수사와 관련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 뉴스1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는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해 오다가 발언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유 직무대행은 20일 개최된 정례 간담회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경찰에서는 보완수사 요구권을 지금보다 실효적으로 담보할 여러 대안을 이미 제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과 협의로 보완수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져 국민들께 피해가 없게 하겠다"며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보완수사 효과를 낼 방안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취재진이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더라도 현장에서 달라질 게 없다는 취지냐고 묻자 유 직무대행은 "그렇다"고 답하며 현재도 대부분의 사건이 검찰이 아닌 경찰의 수사로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직무대행은 통계를 제시하며 경찰 수사의 비중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기준으로 157만 158만 건 발생했는데, 경찰이 검거한 사건은 127만 건 정도로 89.1%를 경찰이 수사한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부분은 1.1%"라고 짚었다.

나아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갖고 수사할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사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없이 유사한 효과를 낼 형사사법 체계 설계에 대해서는 "법안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고, 요구를 실질화하기 위해 수사 준칙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민감하고 시급한 사안이라고 하면 검사가 경찰관서에 와서 토의하고 진행할 수 있다"며 "검사와 경찰 수사관이 협력 수사하는 방안을 만들어 법이나 준칙에 담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검사의 그런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할 권한이 지금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측에도 사건 수사를 보완하라고 지시할 때 내용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과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직무대행은 "어느 검사는 구체적으로 하는데 어느 검사는 막연하고 무리하게 한다든지, 이런 부분은 상호 평가와 상호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근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불거진 부실 수사 논란으로 인해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해당 사건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연결하기보다는 경찰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6만 5913건으로 집계됐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2021년 8만 7173건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1만 623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찰의 미제 사건 수치도 증가세를 보인다. 2018년 13만 431건이던 경찰의 미제 사건은 지난해 22만 241건으로 62.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미제 사건은 10만 2567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1%로 나타났다. 반면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였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이 1차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은 연간 약 110만 건 규모다. 현재 50만 건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경찰청은 개정안 내용 중 보완수사 이행 기한 1개월 단축 규정에 대해 실무 환경을 고려해 2개월이 필요하다는 수정 의견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