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호령하던 천년 권위의 귀환… 나주 ‘동헌’ 화려한 부활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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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맞춰지는 목사고을 핵심 관아, 메가급 역사관광벨트 구축 초읽기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조선시대 호남 지역을 호령했던 거대 행정 중심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의 심장부가 마침내 온전한 모습으로 깨어난다. 과거 읍성 내 최고 권력 창구이자 백성들의 희로애락이 스며있던 ‘동헌’ 재현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나주목 관아 동헌 정비 사업 대상지인 '나주 금계동 31-1번지 일원 / 나주시
나주목 관아 동헌 정비 사업 대상지인 '나주 금계동 31-1번지 일원 / 나주시

그동안 반쪽짜리 복원에 머물렀던 나주목 관아가 마침내 완전체를 이루며, 쇠락해 가던 원도심에 강력한 문화적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천년 역사의 묵직한 숨결을 현대적 관광 인프라로 치환하려는 나주시의 숨 가쁜 행보와 그 속에 담긴 치밀한 청사진을 심층적으로 짚어보았다.

◆ 14년 묵은 숙원, 목사고을 관아 복원의 화룡점정 찍는다

나주는 굳이 수식어가 필요 없는 호남의 대표적인 천년 고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근대화의 거센 풍파를 거치며 과거의 위풍당당했던 관아 건물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나주시는 지난 2012년 옛 금계 매일 시장 터를 과감하게 철거하면서 잃어버린 천년의 흔적을 되찾기 위한 기나긴 대장정의 닻을 올렸다. 이후 보물로 지정된 객사 건축물인 금성관을 굳건한 축으로 삼아, 좌우의 서익헌과 동익헌을 살려내고 연못과 향청 등 부속 시설들을 차례대로 정비하며 옛 목관아의 골격을 서서히 회복해 왔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바로 지방 수령이 실제 정무를 총괄하고 목민관으로서 역할을 다했던 핵심 치소, ‘동헌’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동헌이 없는 관아는 머리 없는 장수와도 같았다. 이번 동헌 재현 사업은 단순히 전통 건물 한 채를 새로 짓는 토목 공사가 아니다. 이는 기나긴 세월 흩어져 있던 나주목 역사 공간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제자리에 끼워 맞추어, 마침내 호남 정치·행정 1번지였던 나주의 위대한 정체성을 완벽하게 부활시키는 화룡점정의 역사적 작업이다.

◆ 치밀한 행정력 풀가동… 내년 실시설계 국비 확보 총력전

역사적 구조물을 새롭게 재현하는 일은 고증과 행정 절차의 연속이다. 나주시는 섣부른 공사 강행 대신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의 끊임없는 스킨십을 통해 탄탄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왔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나주시는 올해 하반기를 사업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치밀한 행정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1872년 조선시대 국가 최고 군사·행정 기구였던 비변사(備邊司)에서 1872년 제작된 '나주목 상세 고지도'. 나주목 관아와 읍성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지도이다.
1872년 조선시대 국가 최고 군사·행정 기구였던 비변사(備邊司)에서 1872년 제작된 '나주목 상세 고지도'. 나주목 관아와 읍성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지도이다.

당장 오는 8월, 국가유산청과의 심도 있는 사전 협의 테이블이 차려진다.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검증을 거쳐 9월로 예정된 국가유산사적분과위원회의 본 심의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 관문을 넘어서면 10월에는 정부를 상대로 2027년도 국가 예산안에 동헌 및 관아터 지정구역 정비 실시설계비를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이 종잣돈 성격의 국비가 성공적으로 편성된다면, 오랜 시간 도면에만 머물러 있던 동헌은 비로소 본격적인 현장 설계라는 생명력을 얻게 된다.

◆ 과거와 현재의 공존, 체류형 메가 역사 테마파크 뜬다

동헌이 완성된 후의 나주 원도심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지형도를 그리게 될 전망이다. 나주시는 재현된 동헌 일대를 단순히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박제된 전시물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이곳은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는 품격 높은 도심 속 역사 휴식 공원으로, 외부 관광객들에게는 조선시대의 사법과 행정 시스템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거대한 야외 에듀테인먼트(Education+Entertainment)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파급력이 기대되는 부분은 주변 문화유산과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다. 웅장한 금성관과 고즈넉한 숙박 체험이 가능한 목사내아, 그리고 옛 향촌 사회의 자치 기구였던 향청과 읍성 성곽까지 하나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촘촘한 ‘역사문화벨트’가 구축된다. 이는 당일치기 스쳐 가는 관광지에 머물렀던 나주 원도심을, 밤낮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체류형 메가 관광 거점으로 뒤바꿔 놓을 강력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의 매출이 급증하고 쇠퇴하던 구도심 골목 경제가 들썩이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 윤병태 시장의 뚝심, '2026 나주방문의 해' 모멘텀 잇는다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의 이면에는 국가유산의 보존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십분 활용하려는 나주시의 끈질긴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윤병태 나주시장은 이번 사업의 물꼬를 트기 위해 수시로 국가유산청을 방문해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동헌 재현의 당위성과 역사적 명분을 끈질기게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태 시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벅찬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주 동헌은 우리 천년 목사고을이 품고 있는 높은 품격과 자존심을 대변하는 대체 불가능한 공간이자, 관아 복원의 마침표를 찍는 절대적인 퍼즐 조각”이라고 힘주어 역설했다. 이어 “단순히 옛 건물을 세우는 데 만족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역사를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무이의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윤 시장은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 체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내년도 실시설계 국비를 기필코 따내겠다”라며, “성공적인 동헌 재현을 지렛대 삼아 현재 추진 중인 ‘2026 나주방문의 해’의 폭발적인 흥행 모멘텀을 그 이후까지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백년대계 관광 인프라를 완성해 내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려 미래의 부를 창출하려는 나주시의 웅대한 도전이 호남 관광 지도를 어떻게 뒤흔들어 놓을지, 세간의 이목이 나주의 원도심 한복판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