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전, 축구 기본규칙마저 훼손' 뒷말 쏟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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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규정 어긴 '30분 하프타임'… 월드컵 결승 멈춰 세운 슈퍼볼식 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하프타임쇼가 열린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연을 위해 휴식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축구의 기본 규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대회 기간 명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전반이 끝난 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하프타임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 자체는 약 11분 분량으로 준비됐지만 잔디 위에 무대를 설치하고 다시 걷어내는 데 걸린 시간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휴식 시간은 27분 안팎으로 늘어났다. 통상 15분인 하프타임의 두 배에 가까운 길이다.
문제는 이 길이가 축구 규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경기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경기 규칙(Laws of the Game)은 하프타임 휴식이 15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FIFA는 이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채 대회 주최자 권한을 활용해 결승전에 한해 예외적으로 긴 휴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칙 자체는 그대로 두고 사실상 우회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FIFA의 결정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IFAB는 2021년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하프타임을 25분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장시간 활동 중단이 선수의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CONMEBOL은 2024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샤키라 공연을 위해 휴식을 25분가량으로 늘렸다. 당시 네스토르 로렌소 콜롬비아 감독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몸이 식을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로렌소 감독은 같은 대회에서 팀이 후반전에 1분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터라 공연 때만 규정이 느슨해진다는 비판을 내놨다. FIFA도 지난해 클럽월드컵에서 25분짜리 하프타임을 적용한 전례가 있다.

선수 보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상급 선수들이 30분 가까이 앉아 대기하면 체온이 떨어지고 근육이 굳어 후반 시작과 함께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하프타임쇼를 중계하지 않고 기존처럼 전반 분석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연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총괄 기획했다. 마돈나가 2000년 히트곡 '뮤직'으로 무대를 열며 브라질 축구 전설 호나우두, 호나우지뉴와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했고,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뉴욕 필하모닉과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교향악단, 인형극 '머펫' 캐릭터들과 함께 '세븐 네이션 아미'를 연주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미국 드라마 '테드 래소'의 제이슨 서데이키스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저스틴 비버가 가사 일부를 월드컵에 맞게 바꾼 발라드 '에브리싱 할렐루야'를 불렀다. 샤키라는 나이지리아 가수 버나 보이와 함께 대회 공식 주제가 '다이 다이'를 열창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무대에는 미국 스태튼아일랜드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PS22 합창단도 올랐다. 공연 수익은 어린이 교육 지원을 목표로 하는 FIFA 글로벌 시티즌 교육 기금에 쓰인다.
화려한 출연진에도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매체는 출연진별 평점을 곁들이며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고 평가한 반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나치게 많은 스타를 한꺼번에 밀어 넣어 오히려 밋밋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역대급 라인업이라는 호평과 축구 결승을 광고 무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하프타임쇼는 대회 내내 이어진 상업화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슈퍼볼식 하프타임과 각 하프 중간의 급수 시간이 사실상 광고를 끼워 넣기 위한 장치라며, FIFA가 축구를 미국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를 4년 뒤 64개국으로 더 늘리려는 움직임 역시 수익 극대화라는 비판과 맞물려 있다.
결승전은 경기 전부터 어수선했다. 킥오프 90분 전 포스트 말론, 로비 윌리엄스 등이 출연한 폐막식이 열렸고, 제니퍼 허드슨이 개최국인 미국 국가를 불렀다. 배우 톰 크루즈의 무대 연설과 여러 행사가 겹치며 경기 진행이 지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보안이 대폭 강화돼 취재진과 관중 일부는 입장까지 최대 3시간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경기장 옆에 착륙했고, 정식 취재 승인을 받고도 입장을 거부당한 기자가 나오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진 끝에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로 스페인이 1-0으로 승리하며 2010년 이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우승팀 아르헨티나와 리오넬 메시는 왕좌를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