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의 마지막 장면이 뭘 상징하는지 묻자 나홍진 감독 입에서 나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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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충돌하고 난리가 난 세상을 은유했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 영화 '호프'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영화 '호프를 두고 "폭력을 은유한 영화다. 폭력이 충돌하고 난리가 난 세상에 대한 은유"라며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20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처럼 답했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전날 하루 39만6992명을 동원해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212만9697명이다.
지난 15일 개봉한 '호프'는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개봉 첫날 33만명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이 영화는 지난 17일 개봉 3일 만에 100만을 돌파, 올해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을 넘긴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호프'는 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SF 액션 스릴러다.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2016)의 나 감독이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다.
'호프'는 관객 반응이 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격찬 아니면 격앙이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극호와 극불호가 충돌한다. 의견은 극과 극이지만 한 가지는 일치한다. 나 감독이 좋아하는 관객과 비판적인 관객을 모두 미치게 한다는 명성대로 이번에도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나 감독은 '호프'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대재앙이 무엇을 상징하느냐는 물음에 나 감독은 "신(神)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프는 폭력을 은유한 영화다. 폭력이 충돌하고 난리가 난 세상에 대한 은유다"라고 설명했다.
'호프'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사회마다, 국가마다 각자 희망이 있을 것이다. 희망이 성사된다고 믿는 것이 너무 중요한 것이고, 믿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추격자' '황해' '곡성'을 만든 감독이 희망을 강조하는 데 대해 관객이 의아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저는 제 모든 영화에서 항상 희망과 선을 말해왔다"고 했다.
끝부분에 성경 구절이 나오는데 기독교 요소를 일부러 살린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사뿐 아니라 여러 장면에 성경에 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다. 온 세상이 폭발로 타오르고 불구덩이가 날아다니는 것은 옛날 성경 회화 같은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재앙이 알고 보면 한 사람의 행동에서 시작하도록 만든 이유를 묻자 나 감독은 "실제로 악의를 갖고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대한 악행은 선의나 무지가 걸러지지 못하고 방심하면서 불거진다"고 답했다.
이야기가 한창 전개되는 중에 주인공(황정민)이 변의(便意)를 토로하고 동네 노인(임현식)이 설사에 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등 전개를 지연시키면서 배설 장면을 넣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우리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외계인을 보고 냄새난다고 하지만, 인간 자신이 더러운 배설 얘기를 내놓지 않나. 그런 인간이 귀하다면 다른 존재도 귀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첫 번째 외계인이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연상시켜 유사성 지적이 예상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스토리상으로 그 시점에서 봤을 때 외계인 같아 보여서는 안 된다. 전설 속의 거인 같은 존재로 보여져야 하다 보니 비슷하게 나왔다"고 답했다.
컴퓨터그래픽(CG)은 지난 5월 칸 영화제 시사 당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나 감독은 "칸 시사 때는 보다가 나가고 싶었다. 원래 무리한 일정이었는데, 칸에서 마감을 4월 말로 한 달 늦춰 가면서 초청해서 안 갈 수 없었다. CG 분량이 많아서 렌더링에만 한 달 걸렸다. 칸 버전은 3월 말 버전이다"라고 말했다. 렌더링은 3차원 디지털 데이터를 2차원 이미지로 변환하는 공정을 말한다.
개봉 버전 CG가 많이 나아졌느냐는 질문에는 "CG를 계속 손봐서, 15일 개봉판은 6일 언론 시사 버전과도 다르다. 외계인 눈물 컷 하나만도 100가지 버전이 있는데, 눈물을 걷어낸 버전으로 바꿨다"고 답했다.
결과물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에는 "할리우드 특급 퀄리티와 비교한다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CG 중에서는 월등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CG팀에도 '이 예산에서 여러분이 큰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다"고 했다.
'호프' 후속편 구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 감독은 "이야기는 준비돼 있다. 만들고 싶다. 관객이 많이 봐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인터뷰 시작과 끝에서 "제 전작과 다른 고민을 하고 만든, 다른 영화라고 꼭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