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제쳤다…무려 52%가 택한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 뜻밖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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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안에서 사회 불안으로…'아이의 행복' 첫 1위
자녀가 필요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3년 만에 바뀌었다. 오랫동안 1위를 차지했던 돈을 밀어낸 것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이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6 자녀·육아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 238명 가운데 52%가 그 이유로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를 선택했다고 농민신문 등은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서 진행됐다.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문항은 복수응답 방식이었다.
양육비 43% 제쳤다…‘아이의 행복’ 52%로 첫 1위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238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라는 응답이 52%로 가장 높았다.
‘자녀를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들어서’는 43%로 2위에 머물렀다. 이 항목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지켰지만 올해 처음으로 ‘아이가 살아갈 사회’에 대한 우려에 자리를 내줬다. 자녀가 필요하지 않는 이유가 경제적 부담에서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의 환경과 행복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어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가 42%, ‘자녀를 키우는 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가 29%로 뒤를 이었다.
20대 61%·30대 58%…젊을수록 사회에 대한 걱정 컸다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를 이유로 선택한 비율은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연령별로 보면 18~29세가 61%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58%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50%, 50대 이상은 40%로 집계됐다. 젊은 세대일수록 자녀를 가질 것인지 판단할 때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사회의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전체 인원이 238명인 만큼 이를 다시 연령대로 나누면 각 집단의 응답자 수가 많지 않다. 따라서 연령대별 차이를 전체 세대의 인식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조사에서 확인된 하나의 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20·30대에서 ‘행복’이 주요 기준으로 등장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젊은 층은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뿐 아니라 자녀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도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18~29세 가운데 65%는 그 이유로 ‘행복한 삶’을 선택했다. 자녀가 없는 이유와 있어야 하는 이유 모두 자신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린 것이다.
72%는 “자녀 필요”…세대별 인식 차이는 뚜렷
자녀를 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지만 ‘내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여전히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72%가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22년 이후 70%대를 유지하고 있어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비교적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차이가 컸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18~29세가 51%, 30대가 54%에 그쳤다. 반면 60대는 91%, 70세 이상은 93%에 달했다.
자녀가 있어야 하는 이유도 세대에 따라 달랐다. 18~29세는 ‘행복한 삶’이 65%로 압도적인 1위였다. 반면 60대에서는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가 각각 44%를 기록해 ‘행복한 삶’ 34%보다 높았다.
젊은 층은 자녀를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중심으로 바라본 반면, 고령층은 사회 유지와 국가 발전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자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72%에 달하면서도 실제 출산 의향은 낮다는 점도 주목된다. 자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현실에서 직접 자녀를 갖겠다고 결정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했다.
“더 갖고 싶다” 21%뿐…출산율 반등과는 온도 차
앞으로 자녀를 더 갖고 싶은지를 묻자 ‘갖고 싶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반면 ‘갖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62%에 달했다.
출산과 양육을 현실적으로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18~49세 응답자 가운데 앞으로 자녀를 더 갖고 싶다는 비율은 남성이 39%, 여성이 28%였다.
한국리서치는 최근 출생아 수가 반등하고 있지만 이런 변화가 자녀와 양육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최근 출생아 증가에는 미뤄졌던 결혼의 회복과 30대 초반 인구 증가 같은 일시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일시적인 반등이 지속적인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자녀를 낳도록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한국리서치는 출산율 반등을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출산을 독려하기에 앞서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