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민의 삶, 은빛 스크린에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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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손수 빚어낸 단편영화 2편 시사회 대성황… 9월 마을 영화제 기대감 고조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전문 영화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은빛 스크린 위에, 평범하지만 눈부신 고흥 군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수놓아졌다.
고흥군(군수 공영민)과 고흥군문화도시센터에서 16일 고흥작은영화관에서는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시사회가 열렸다. / 고흥군
고흥군(군수 공영민)과 고흥군문화도시센터에서 16일 고흥작은영화관에서는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시사회가 열렸다. / 고흥군

화려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은 아니지만, 이웃들의 땀방울과 진심이 켜켜이 녹아든 두 편의 단편영화가 지역 사회에 그 어떤 대작보다 진한 감동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이 지역 주민들의 숨겨진 예술적 재능을 발굴하고 자생적인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크랭크 인 고흥’ 프로젝트가 그 찬란한 결실을 맺으며 성황리에 시사회를 마쳤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고, 스스로 문화의 창조자가 되어 지역의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를 열어가고 있는 고흥 군민들의 가슴 벅찬 영화 제작 도전기를 들어다봤다.

◆ 카메라 렌즈 너머로 세상을 보다… 15주의 치열한 도전

고흥군(군수 공영민)과 고흥군문화도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고흥작은영화관에서는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시사회가 열렸다. 바로 지역 주민들이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주인공 연기, 카메라 촬영, 그리고 마지막 편집 작업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의 모든 험난한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 완성한 단편영화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크랭크 인 고흥’ 시사회였다.
고흥군(군수 공영민)과 고흥군문화도시센터에서 16일 고흥작은영화관에서는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시사회가 열렸다. / 고흥군
고흥군(군수 공영민)과 고흥군문화도시센터에서 16일 고흥작은영화관에서는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시사회가 열렸다. / 고흥군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일회성 체험 행사가 아니었다. 지난 4월 9일 첫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7월 9일까지 장장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총 14회차에 걸친 체계적이고 혹독한 정기 교육이 진행되었다. 농사를 짓던 농부, 가게를 운영하던 소상공인, 평범한 주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주민들은 농번기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피곤함을 잊은 채 매주 교육장에 모여 영화의 기초 문법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이들은 낯선 카메라 장비의 사용법을 익히고, 밤을 새워가며 시나리오의 대사를 수정했으며, 카메라 앞에서 어색함을 극복하고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등 그야말로 열정 하나로 15주의 치열한 도전을 훌륭하게 완주해 냈다.

◆ 스크린에 투영된 우리네 삶, 웃음과 감동의 대향연

이날 시사회의 가장 큰 주인공은 단연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빚어진 두 편의 단편영화였다.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영사되기 시작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이웃들의 데뷔작에 몰입했다.

첫 번째 상영작은 진한 가족애를 다룬 가족극 ‘언제나 내 편’이었다. 이 작품은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부모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자녀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조건 없는 사랑을 고흥 특유의 따뜻한 정서로 담아내어 객석 곳곳에서 조용한 훌쩍임과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

이어진 두 번째 작품은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벌어진 유쾌한 소동을 재치 있게 그려낸 코믹극 ‘살기 좋은 동네’였다. 지역 주민들만이 알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재미와 이웃 간의 끈끈한 정,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천연덕스러운 생활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상영 내내 관객들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당당하게 뽐낸 주민 배우들의 호연은 그 자체로 거대한 감동이었다.

◆ 이웃과 함께 호흡하며 이뤄낸 짜릿한 예술적 성취감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에 자신과 이웃들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올라가는 순간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사회에 참석한 지역 주민들은 화면 속에서 빛나던 이웃들의 새로운 모습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작품이 전하는 깊은 여운을 함께 나누었다.

이번 영화 제작에 직접 감독이자 배우로 참여했던 한 주민은 상기된 표정으로 벅찬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과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지난 15주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동네 이웃들과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몸소 부딪쳐 경험해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온전하게 영상으로 담아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눈부신 성취감을 맛본 무척이나 뜻깊고 위대한 시간이었다”라고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 가을밤 수놓을 '작은 영화제'… 고흥 문화의 새 지평

이러한 주민들의 열띤 호응과 성공적인 시사회 개최에 힘입어, 고흥군의 풀뿌리 문화예술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로젝트를 헌신적으로 이끌어온 권지애 고흥군문화도시센터장은 “바쁜 생업과 긴 여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예술적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며 이렇게 멋진 두 편의 작품을 완성해 주신 모든 참여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이번 성과를 든든한 밑거름 삼아, 앞으로도 고흥 군민 누구나 소외됨 없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직접 창작하고 맘껏 향유할 수 있는 자생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환경을 굳건히 조성하는 데 센터가 앞장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한편, 고흥군의 문화적 저력은 외부에서도 잇달아 인정받고 있다. 고흥군은 전남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영화관’ 공모사업에 2년 연속으로 당당히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군은 이러한 값진 성과를 십분 활용하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는 9월 중 이번 ‘크랭크 인 고흥’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두 편의 주옥같은 단편영화를 지역 사회 전면에 내세운 ‘작은 영화제’를 성대하게 개최할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민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따뜻한 웃음이 빚어낸 이 작은 영화들이 고흥의 청명한 가을밤을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으며 지역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지, 벌써부터 6만 2천여 고흥 군민들의 설렘과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