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지네발란’ 활짝… 함평자연생태공원 난초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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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지네발란부터 순백의 풍란까지 희귀 야생식물 만개… 생물다양성 보전의 산실로 거듭나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한여름의 뙤약볕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에 위치한 함평자연생태공원이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야생 난초들의 우아한 자태와 향기로 가득 채워지며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풍란 / 함평군
풍란 / 함평군

무분별한 훼손과 기후 변화로 인해 이제는 야생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한 식물들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뜨리며, 한여름 숲을 찾는 피서객들에게 시원한 그늘 이상의 깊은 감동과 생태적 가치를 선사하고 있다.

◆ 바위 위의 분홍빛 기적,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 '지네발란'

16일 함평군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제14호 서식지외보전기관인 함평자연생태공원 내에 최근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지네발란’이 화려하게 개화했다. 지네발란은 주로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해안가나 제주도 등지의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난초과 식물이다. 흙에 뿌리를 내리는 일반적인 식물들과 달리 깎아지른 듯한 바위 겉면이나 오래된 고목의 줄기에 단단히 착생하여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특히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연한 분홍빛의 앙증맞은 꽃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줄기를 따라 양쪽으로 나란히 뻗어 나간 도톰하고 다육질인 잎의 독특한 배열이 마치 수많은 발을 가진 ‘지네’가 기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처럼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 과거에는 남부 도서 지역에서 종종 관찰되었으나, 관상용으로 탐내는 이들의 무분별한 불법 채취와 해안가 개발로 인한 자생지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하며 결국 멸종위기종이라는 안타까운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 순백의 우아함과 그윽한 향기, 멸종위기 Ⅰ급 '풍란'의 자태

함평자연생태공원의 한여름 난초 향연은 지네발란에서 끝이 아니다. 공원 한편에서는 난초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Ⅰ급 ‘풍란(風蘭)’ 역시 눈부시게 하얀 순백의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며 그윽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해안가 절벽에 주로 붙어 자라는 풍란은, 그 이름처럼 바람을 타고 널리 퍼지는 매혹적이고 짙은 향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 훌륭한 향기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수십 년 전부터 관상용과 원예용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야생의 풍란은 남획의 표적이 되었고, 현재는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번식하고 살아가는 개체를 찾아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멸종 직전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함평자연생태공원 측은 정성 어린 관리와 증식 연구를 통해 이 귀한 풍란의 개화 시기를 훌륭하게 이끌어냈으며, 관람객들은 여름철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귀한 풍란의 자태와 은은한 향기를 만끽하며 사진첩에 추억을 담기 바쁜 모습이다.

◆ 기후 위기 속 생물다양성 최후의 보루, 함평자연생태공원

함평자연생태공원이 이처럼 귀한 멸종위기 식물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공식 지정받은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서의 막중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지외보전기관이란 본래의 자생지(서식지)에서 보전하기 어려운 야생 동식물을 해당 서식지 밖의 안전한 시설에서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증식하는 국가적인 생태 방주 역할을 하는 곳이다.

최근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개발 논리로 인해 야생 생물들의 터전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함평자연생태공원은 지네발란과 풍란을 비롯한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식물을 안전하게 보전하고 전시하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고 있다. 단순히 희귀 식물을 보여주는 전시장을 넘어,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생물다양성의 파괴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경고하고, 자연 보호의 숭고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훌륭한 살아있는 생태 교육의 장으로서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이남오 군수 "자연과 인간의 공존, 특별한 여름 추억 선사할 것"

이번 희귀 난초들의 개화를 계기로 함평군은 자연 생태계 보전과 친환경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남오 함평군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소중한 식물들이 우리 함평자연생태공원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서 생명의 꽃을 피워낸 것은 매우 뜻깊고 경이로운 일”이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어서 이 군수는 “지구의 건강한 미래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담보하는 핵심 열쇠인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해, 함평군은 앞으로도 멸종위기 식물들의 증식과 보전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주말, 팍팍한 도심의 아스팔트 열기를 잠시 뒤로하고 맑고 푸른 함평자연생태공원을 찾아오셔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름 난초들을 감상하시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함께 자연이 주는 특별하고 차분한 휴식을 누리며 평생 잊지 못할 싱그러운 여름날의 추억을 한가득 만들어 가시기를 진심으로 권한다”라고 따뜻한 초대의 인사를 건넸다. 무더위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의 꽃을 피워낸 희귀 난초들이 함평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공존의 메시지를 묵묵히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