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홍명보·이임생 다 아니었다…축협서 끌어내야 할 '5명', 이천수의 충격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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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가 지목한 협회 내부 5명의 실무자, 청문회 증인대에 나와야 하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이후 한국 축구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2002 월드컵 레전드 이천수가 대한축구협회 내부의 숨은 실무자 5명을 지목하며 이들이 청문회에 불려나와야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축협 내부 카르텔 5명 존재에 대해 언급한 이천수. / 유튜브 ' 리춘수 [이천수]'
축협 내부 카르텔 5명 존재에 대해 언급한 이천수. / 유튜브 ' 리춘수 [이천수]'

월드컵 32강 탈락 이후…한국 축구, 바닥을 드러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국민적 실망을 안겼다. 대회를 앞두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부터 논란이 불거졌고, 결과까지 좋지 않자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쇄신 요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몽규 전 협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이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고, 협회는 박지성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K-축구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변화로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회장이 나갔고, 감독도 나갔다…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가만 놔두나"

이천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협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정몽규 회장이 나갔고 홍명보 감독도 나갔다. 그런데 그동안 계속 일했던 사람들은 왜 가만 놔두느냐. 그 사람들도 나가야 된다는 거다. 청문회에서는 이 사람들을 끌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천수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회장, 기술위원장, 감독 등 외부에 얼굴이 알려진 축구인들은 2년 안팎의 계약을 마치고 떠나지만,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20년, 30년 동안 자리를 지킨 행정 실무자들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직원들은 나가지 않고 힘이 굉장히 세다"고 했다.

축협 내부 인물 5명에 대해 언급한 이천수.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축협 내부 인물 5명에 대해 언급한 이천수.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새로운 인물이 협회에 들어와 변화를 시도해도 내부 직원들이 "행정은 원래 이렇게 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는데 왜 바꾸려고 하느냐"고 맞서면 개혁이 쉽지 않다는 구조적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천수는 "새로운 회장이 들어가도 이미 조직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방향을 안착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일반 직원으로 들어와 20년, 30년 동안 올라온 사람들이 쌓은 노하우와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표현도 썼다.

"이천수가 대신 들어가도 달라지는 건 없다"…자기 자신도 예외 없다

이천수는 자신이나 다른 유명 축구인이 협회 임원으로 들어가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나간다고 이 채널이 사라질까? 촬영팀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유튜브 채널을 예시로 들었다. 얼굴이 바뀌는 게 아니라 실제 조직을 움직이는 실무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명보, 정몽규, 이임생. / 뉴스1
홍명보, 정몽규, 이임생. / 뉴스1

박지성 혁신위에도 직격…"임원만 부르고 있다, 실무자도 모두 불러야"

박지성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K-축구혁신위원회에도 쓴소리를 했다. 이천수는 "혁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그동안 문제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끌어내야 한다"며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위에 있는 임원들만 부르고 있다. 밑에서 실제 업무를 했던 실무자들도 모두 불러야 한다"고 했다.

이임생 전 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할 당시, 행정 절차와 대응 방식을 옆에서 조언한 내부 인력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황재 해설위원이 "이임생 전 이사가 일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옆에서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조언한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하자, 이천수는 "그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내 머릿속에 5명 있다"…실명은 묵음 처리

이천수는 협회 내부에 숨어 있는 핵심 인물 5명을 직접 지목했다. 그는 "다 부를 수는 없어도 적어도 5명은 나와야 한다. 내 머릿속에는 그 5명이 있다"고 했다. 직책을 묻는 질문에 "장급"이라며 "축구인들보다 더 센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영상에서 실명을 직접 거론했으나 해당 부분은 묵음 처리됐다. 그 5명이 누구인지,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축협 내부 카르텔 5명 실명 언급한 이천수. / 유튜브 ' 리춘수 [이천수]'
축협 내부 카르텔 5명 실명 언급한 이천수. / 유튜브 ' 리춘수 [이천수]'

이천수는 "내가 저번에 '다 나올 생각하라'고 했을 때 그 사람들도 다 들어가는 거다. 그 정도 해 먹었으면 인간적으로 이제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협 청문회, 22일 개최 무산…이달 내 재추진

이런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책임 추궁도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2일 개최 예정이던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체위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국민의힘이 상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 구성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점 등을 감안해 가급적 여야가 함께하는 청문회를 위해 일정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청문회는 이달 내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체위는 지난 9일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 실태의 문제점을 짚기 위해 범여권 주도로 청문회 개최를 추진했다. 정몽규 전 협회장, 홍명보 전 감독,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13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가운데 홍 전 감독 등 일부만 출석 의사를 밝혔으며, 박항서 전 협회 부회장은 해외 축구팀 감독 선임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전해온 상태다.

참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박지성 K-축구혁신위 공동위원장과 박주호, 이영표 혁신위원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한국 축구. / 뉴스1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한국 축구. / 뉴스1

손흥민·황희찬 참고인 신청 하루 만에 철회…청문회의 민낯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도 불거졌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흥민, 황희찬 선수를 참고인으로 신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월드컵에서 뛴 현역 선수들을 청문회 증인대에 세우겠다는 발상은 "보여주기식"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임 의원은 하루 만에 두 선수에 대한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 이 해프닝은 청문회가 실질적인 개혁 의지보다 여론의 관심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의구심을 키웠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이후 언론, 학계, 현장 축구인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들이 있다. 수장 교체나 감독 선임 논란에 가려 있던 고질병들이다.

한국 축구 고질적인 문제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한국 축구 고질적인 문제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1. 감독 선임 시스템의 붕괴

공정한 절차 없이 협회 특정 인사의 개입 논란이 불거지며 번갯불에 콩 볶듯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 것이 이번 참사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홍 감독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면담한 뒤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해진 절차 없이 인맥과 내부 카르텔이 대표팀 사령탑을 결정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2. 협회 거버넌스의 불투명성

박문성 해설위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협회 임원진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는 운영 방식이 한국 축구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회장과 임원이 바뀌어도 실무 라인이 그대로인 한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3.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다수의 유소년 축구 지도자와 관계자들은 현재 유소년 축구가 입시 중심의 성적 위주 구조와 부족한 경기 기회,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는 유소년 단계의 구조적 문제를 이미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 이후를 이을 세계급 선수가 나오는 토양이 없다는 위기감이 현장에서 높다.

4. 전술 단조로움과 스타 의존 구조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2골에 그치는 저조한 득점력을 보였다. 세계적 기량을 갖춘 '황금 세대'를 보유하고도 무기력하게 무너진 만큼, 실패의 원인을 한국 축구 시스템 전반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흥민 한 명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어떤 감독이 와도 한계는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5. K리그 생태계 약화

대표팀 감독 교체는 단기 처방일 뿐이며, 한국 축구가 진짜 체질 개선을 이루려면 유소년 육성 시스템과 K리그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국내 리그의 경쟁력이 낮아지면 대표팀 풀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6. 첨단 기술·데이터 분석 도입 지연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거버넌스, 유소년 육성과 함께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경기 분석, 선수 데이터 활용, 과학적 훈련 방법론에서 한국 축구가 세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유소년 입시 철폐와 '개인 데이터 평가'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