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 즉각 '초비상'... 큰 파장 일 듯
작성일
미국 정부, 유학생 비자 최장 4년으로 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체류 기간을 최장 4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학위 과정을 마칠 때까지 사실상 기한 없이 머물 수 있었던 기존 방식을 없애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연방 당국의 별도 심사를 거쳐야만 체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준비하거나 이미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도 이번 조치의 영향권에 들어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16일(현지시간) F(유학)·J(교환방문)·I(외신 취재) 비자 소지자에게 적용해 온 '체류 신분 유지 기간(duration of status)' 제도를 폐지하는 최종 규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17일 연방 관보에 게재되며, 게재 60일 뒤인 9월 중순께 발효된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올가을부터 신규 입국자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셈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F·J 비자 소지자가 정규 학업을 이어가는 한 별도의 연장 절차 없이 미국에 사실상 무기한 머물 수 있었다. 새 규정에서는 학업이나 교환 프로그램 기간만큼, 최대 4년까지만 입국·체류가 허용된다. 4년이 지난 뒤에도 학업이 끝나지 않았거나 대학원 진학, 졸업 후 연수 등을 위해 더 머물러야 한다면 미국 이민당국(USCIS)에 체류 연장을 직접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학교가 재량으로 처리해 온 연장 승인 권한도 연방 이민당국으로 넘어간다. 연장을 신청하면 생체정보 대조와 신원 조회, 사기 심사를 거치게 된다. 졸업 이후 출국이나 전학, 신분 변경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 기간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줄었다.
전공과 학교 변경에도 제한이 걸린다. 학부생은 입학 첫해에는 다니던 학교나 전공을 바꿀 수 없고 대학원생은 프로그램 변경 자체가 금지된다. 미국 유학 도중 적성이 맞지 않아 진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체류 기한과 변경 제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외국 언론사 소속으로 I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오는 언론인은 체류 기간이 240일로 제한된다. 이후에는 240일 단위로 연장해야 한다. 중국 국적 언론인은 이보다 짧은 90일 단위로만 연장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체류 중인 기존 비자 소지자도 자동으로 새 제도로 전환된다. 이들의 체류 허용 기간 역시 규정 발효일로부터 최장 4년으로 묶인다.
DHS는 2024년 한 해 유학 비자 입국이 180만건을 넘어 전년보다 11% 이상 늘었다며, 이런 급증이 당국의 감독 역량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100만명이 넘는 유학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J비자와 I비자의 경우 2024년 기준 각각 50만명과 3만7000명 규모다.
한국인 유학생과 그 가족도 상당수가 새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학생비자 F-1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만1861명, F-2 비자로 함께 머무는 가족은 1347명이다. 한국인 I비자 소지자는 349명, J-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교환 방문자는 7985명이고 이들의 가족은 3180명이다. 이들 가운데 4년 안에 학업을 마치기 어려운 대학원생이나 장기 과정 재학생은 연장 신청과 심사라는 새로운 관문을 넘어야 한다.
DHS는 1978년 이후 유학생이 기한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가 출국을 피하려 계속 수강 등록만 반복하는 '평생 학생(forever student)'이 됐고, 이번 규정으로 이런 악용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입국한 유학생 2000여명이 지금도 학생 비자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마크웨인 멀린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낡은 제도가 국가안보를 훼손하고 이민 사기가 판칠 환경을 만들어왔다"며 "명확하고 유한한 기한을 둠으로써 미국은 국경 안에 있는 개인을 제대로 심사하고 감시할 능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멀린 장관은 이번 규정이 유학생을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본래 목적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첫 임기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추진했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관보 게재와 발효 절차를 밟으며 시행이 확정됐다.
대학가와 유학생 사이에서는 상당한 혼란과 우려가 나온다. 박사 과정을 비롯한 대학원 프로그램은 통상 5년에서 7년이 걸려 4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적지 않은 유학생이 학위를 마치기 전에 최소 한 차례는 체류 연장을 신청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학교가 처리하던 연장 업무가 연방 심사로 넘어가면서 절차가 복잡해지고 승인 여부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학생 의존도가 높은 이공계 대학원을 중심으로 지원과 등록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어가고 있는 강도 높은 이민 단속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추방 작전을 벌이는 한편 전문직 취업 비자에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물리는 등 합법적인 경로로 미국에 머무는 이들을 상대로도 문턱을 높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