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분열이다…케인, 경기 패배 후 '감독 저격'하면서 '한마디'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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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 후 소극적 운영, 잉글랜드가 무너지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월드컵 결승 진출이 좌절된 직후 토마스 투헬 감독의 경기 운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기 중 직접 수비 일변도 전술의 위험성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아르헨티나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잉글랜드는 또 한 번 월드컵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 / FIFA 공식 홈페이지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 / FIFA 공식 홈페이지

잉글랜드는 16일(한국 시각)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1-2로 역전패했다. 후반 먼저 선제골을 넣고도 막판 두 골을 연달아 내주며 결승 진출 문턱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번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양국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비롯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골,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 등 굵직한 사건으로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 두 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은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무려 24년 만이었다.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양 팀은 강한 압박과 거친 몸싸움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22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선언될 때까지 슈팅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고 반칙만 10개가 쏟아질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균형을 먼저 깬 쪽은 잉글랜드였다. 후반 10분 모건 로저스의 크로스를 앤서니 고든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1966년 이후 60년 만의 월드컵 결승 진출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투헬 감독의 선택은 경기 운영 유지가 아닌 수비였다. 선제골의 주인공 고든을 불러들이고 수비수 에즈리 콘사를 투입하며 사실상 파이브백 형태로 전환했다. 이후에도 수비 자원을 연달아 투입하면서 한 골을 지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 경기 장면. FIFA 홈페이지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 경기 장면. FIFA 홈페이지

하지만 이 선택은 오히려 경기 흐름을 바꿨다. 잉글랜드가 지나치게 내려앉으면서 아르헨티나는 부담 없이 점유율을 높였고, 지속적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40분 아르헨티나가 균형을 맞췄다. 코너킥 상황에서 리오넬 메시는 문전 대신 페널티박스 외곽의 엔소 페르난데스를 선택했고 엔소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탄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메시가 끝까지 공을 살려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헤더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케인은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두 번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꼽았다. 그는 "우리가 1-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나와 주드 벨링엄은 감독에게 너무 내려앉아 수비만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며 "계속 그렇게 하면 상대에게 더 큰 압박을 허용하게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은 다른 계획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패했다"고 털어놓으며 투헬 감독의 판단에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케인은 "선수들과 스태프, 팬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참담하다"며 "우리는 경기 대부분을 잘 치렀지만 리드를 잡은 뒤에는 점수를 지키려는 데만 집중했다. 이 정도 수준의 경기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 무대까지 오기 위해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피와 땀, 눈물까지 바쳤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해 허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6강 멕시코전 승리 후 포옹하는 투헬 감독과 케인 / FIFA 공식 홈페이지
16강 멕시코전 승리 후 포옹하는 투헬 감독과 케인 / FIFA 공식 홈페이지

현지에서도 투헬 감독의 경기 운영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BBC 해설위원 크리스 서튼은 "경기 흐름이 바뀐 건 투헬 감독의 선택 때문"이라며 "올리 왓킨스나 마커스 래시퍼드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고, 체력이 떨어진 케인을 교체하는 선택도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투헬 감독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100만 명의 감독과 토론할 수는 없다.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린다"며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회는 없다. 우리는 어려운 이동 일정과 더위,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를 펼쳤다"며 "지금은 대회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중요한 경기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결승 진출이 무산된 잉글랜드는 오는 1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프랑스와 3·4위전을 치른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을 상대로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케인은 또 한 번 월드컵 결승 문턱에서 멈췄고, 투헬 감독의 전술을 둘러싼 논란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