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시내버스 기사는 '이것' 못 하게 되나…찬반 논란 터진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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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라디오 소음, 공공서비스 vs 기사 근무환경 갈등
조례 금지 가능할까?…음량 기준 마련이 현실적 대안

여름철 무더위 속 출퇴근길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시내버스 안에서 때아닌 '라디오 소음' 논란이 불붙었다. 버스 운전기사가 트는 라디오 소리가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고 안전 운행을 방해한다며 이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달라는 시민 민원이 제기되면서다.

시내버스 기사. / 뉴스1
시내버스 기사. / 뉴스1

1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민원인 이모 씨는 최근 시의회에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라디오 청취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공식 접수했다.

이 씨는 민원 제기 배경에 대해 "서울 시내버스는 기사의 자가용이 아닌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업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승객들이 조용히 이동하고 싶은 시간에 원치 않는 라디오 방송을 강제로 들어야 하는 것은 고역"이라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 씨는 라디오 청취가 단순한 취향 차이를 넘어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기사들이 라디오 소리를 크게 키워 듣다 보니 승객이 하차 벨을 눌러도 인지하지 못해 뒷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기사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유행가를 크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소리를 줄이거나 꺼달라고 요청하면 승객에게 욕설을 하거나 난폭 운전으로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며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호소했다.

졸음 쫓던 '기사들의 벗'이 소음 갈등의 진원지로

버스 내부 라디오는 과거 기사들의 졸음운전을 방지하고 승객들에게 교통 정보와 뉴스 등을 제공하는 매개체로 통용돼 왔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라디오는 정류장 안내 못지않게 버스 안의 일상적인 배경음이었고, 출근길 시사 프로그램이나 심야 음악 방송은 기사와 승객이 함께 공유하는 정보 창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사용이 보편화된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개인 기기로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조용한 이동 환경을 원하는 승객이 늘었고 버스 내 라디오 송출이 뜻밖의 '생활 소음' 갈등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서비스로 여겨지던 것이 이제 일부 승객들에게는 원치 않는 소리를 강제로 듣게 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내버스 기사 라디오 청취 반대'에 동의하는 입장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시내버스 기사 라디오 청취 반대'에 동의하는 입장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서울시 "일률적 금지 어렵다"…조례 제정에 난색

이 같은 청원에 대해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일률적인 제한이나 조례 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는 답변서에서 "시내버스 내 라디오 청취는 현행 법령상 전면 금지되는 사항이 아니며, 일반 차량에서도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라며 "현재로서는 라디오 청취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운행 중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라디오 금지 조례 신설 요구에 대해서도 시는 "조례 제정은 시내버스 이용 환경과 시민 의견, 기사들의 운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현시점에서 일률적인 금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임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버스 기사 교육.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버스 기사 교육.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다만 서울시는 라디오로 인한 승객들의 실질적인 불편 사항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운수회사를 통한 행정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시는 "운행 중 과도하게 큰 음량으로 라디오를 틀거나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방송을 장시간 송출해 불편을 주는 일이 없도록, 운수회사 측에 적정 음량 유지와 승객 배려 운행을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운전 중 시민 안전과 승객 응대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운수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관리와 안전 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도록 안내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 공간이다" vs "기사도 사람이다"…팽팽한 찬반

이번 민원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찬반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금지에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명확하다. 시내버스는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 공간인 만큼, 승객이 원치 않는 소리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하차 벨 소리를 기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승객의 이동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음량을 줄여달라는 정당한 요청에 욕설이나 난폭 운전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사실이라면, 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과 안전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내버스 기사 라디오 청취 반대'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시내버스 기사 라디오 청취 반대'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기사들의 근무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내버스 기사는 하루 대부분을 운전석에 앉아 반복되는 노선을 오가며 보내는 직업이다. 라디오는 장시간 단조로운 운전에서 오는 졸음과 피로를 줄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전면 금지가 오히려 졸음운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 차량 운전자에게도 허용되는 라디오 청취를 버스 기사에게만 조례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라디오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음량'과 '승객 요청 묵살'이라는 일부 사례이므로, 극단적인 전면 금지보다 음량 관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례로 금지할 수 있나…시민들이 궁금해할 지점

서울시 설명대로 현행 법령에는 버스 기사의 라디오 청취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조례는 법령 범위 안에서 제정되는 만큼,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직업군의 라디오 청취만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서울시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낸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당장 라디오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승객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해당 버스의 노선번호와 차량번호, 시간대를 확인해 운수회사나 서울시 다산콜재단(120), 서울시 응답소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시가 운수회사를 통한 행정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민원이 누적되면 해당 회사와 기사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는 구조다.

금지냐 방치냐 이분법 넘어…'기준 마련'이 관건

해당 논란을 바라보는 합리적인 시각은 '전면 금지'와 '현행 유지'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데서 출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스로 출근하는 시민들. / 뉴스1
버스로 출근하는 시민들. / 뉴스1

핵심은 라디오 청취 여부가 아니라 음량과 응대 방식이다. 운행 중 적정 음량의 기준을 운수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승객이 음량 조절을 요청했을 때의 응대 원칙을 교육에 반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하차 벨 소리가 라디오에 묻히지 않도록 벨 음량과 라디오 음량의 균형을 점검하는 것도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기사 개인의 청취 방식을 바꾸는 접근도 가능하다. 승객 공간으로 소리가 퍼지는 스피커 송출 대신 운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의 대안을 검토하는 방안인데, 다만 운전 중 이어폰 착용은 주변 소리 인지를 방해해 오히려 안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버스 넘어 지하철·택시까지…공공 이동공간 '소음 매너' 논쟁 확산

버스 라디오 논란은 공공 이동수단 전반에서 벌어지는 소음 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 스피커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통화 소리를 키우는 승객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돼 왔고, 택시에서도 기사가 트는 라디오나 음악의 음량을 놓고 승객과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온다. 공통점은 밀폐된 공간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상황에서 '소리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동 중 소음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불편으로 여겼다면, 개인 기기로 각자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금은 타인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민원이 단순한 개인 불만을 넘어 시의회 공식 접수와 서울시 답변까지 이어진 것도 이런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법이나 조례로 강제하기 애매한 영역일수록 이용자와 종사자 양쪽이 수긍할 수 있는 현장 기준을 세우는 일이 갈등 반복을 줄이는 출발점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