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는 사람도, 불평불만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60 넘어 정리되는 인간유형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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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무렵의 관계 정리, 편한 사람만 남는 이유는?
나이 예순을 넘기면 인간관계의 풍경이 달라진다. 30대와 40대에는 명함과 직함으로 얽힌 사람들이 주변을 가득 채웠고, 50대에는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그런데 은퇴를 전후해 하나둘 연락이 끊기고, 모임에 나가는 횟수가 줄면서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갈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의 관계 정리가 대개 큰 다툼이나 절교 선언 없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그저 먼저 연락하지 않게 되고, 모임 공지에 답을 미루게 되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어도 아쉽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60을 넘긴 이들이 조용히 멀리하게 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많은 이들이 자랑이 심한 사람이나 불평이 많은 사람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 관계를 끝내게 만드는 결정적인 유형은 따로 있다. 역순으로 하나씩 짚어본다.
5위. 만나면 자랑부터 꺼내는 사람
자식 자랑, 손주 자랑, 재산 자랑은 60대 모임의 단골 소재다. 젊을 때는 승진과 연봉이 자랑의 재료였다면, 이 나이가 되면 자녀의 직장과 사위·며느리의 스펙, 손주의 성적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문제는 자랑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발표가 될 때다. 듣는 사람의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쏟아내는 자랑은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자식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친구 앞에서 아들의 대기업 승진 소식을 길게 늘어놓는 식이다.
그럼에도 자랑하는 사람이 5위에 그치는 이유가 있다. 자랑은 듣기 불편해도 악의가 없는 경우가 많고, 어느 정도 흘려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상대의 자랑이 외로움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래서 자랑이 심한 친구는 만남의 횟수를 줄이는 선에서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위. 입만 열면 불평불만인 사람
세상 탓, 정치 탓, 자식 탓, 몸 탓. 만날 때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쏟아내는 사람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피로하다. 60대 이후는 자신의 기력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병원에 다니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는 나이에, 만나고 돌아오면 기운이 빠지는 사람을 계속 만날 이유가 없다.
특히 남 탓이 습관이 된 사람은 함께 있는 사람까지 부정적인 기류에 끌어들인다. 식당 종업원에게 험하게 구는 모습, 사소한 일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 다음 약속을 잡는 손이 무거워진다. 다만 불평이 많은 사람 역시 오랜 세월 쌓인 정 때문에 단번에 정리되기보다는 서서히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4위다.
3위.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
이른바 왕년 타령이다. 현직 시절의 직함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모임에서도 옛 지위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기려는 사람이 있다. 후배들에게 여전히 지시하듯 말하고, 밥값 계산이나 자리 배치까지 옛날 방식으로 정리하려 든다. 은퇴한 지 몇 년이 지나도 대화의 소재가 과거의 성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형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사람이 불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현재를 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60대 이후의 만남은 오늘의 안부와 내일의 계획을 나누는 자리여야 하는데, 과거에 머문 사람과의 대화는 늘 같은 자리를 맴돈다. 같은 무용담을 열 번 넘게 듣다 보면, 그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 직함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으로서 매력이 남아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관계는 은퇴와 함께 수명을 다한다.

2위. 주고받음이 한쪽으로만 기운 사람
경조사에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서 자기 집안 행사에는 꼬박꼬박 연락하는 사람, 밥값을 낼 차례가 되면 화장실에 가는 사람, 아쉬울 때만 전화하는 사람. 젊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갔던 이런 행동이 60대 이후에는 유난히 크게 보인다. 시간이 많아진 만큼 관계의 셈법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관계는 결국 오고 가는 것이다.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 아플 때 건네는 위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내어주는 시간까지 포함한 이야기다. 수십 년을 알고 지냈어도 돌이켜보니 늘 내가 먼저 연락했고, 늘 내가 더 챙겼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 깨달음이 오면 관계를 억지로 끊을 필요도 없다. 먼저 연락하던 손을 멈추는 것만으로 관계는 저절로 정리된다. 받기만 하던 사람은 그 침묵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눈치채도 움직이지 않는다.
1위. 내 이야기를 밖으로 옮기는 사람
그런데 자랑도, 불평도, 왕년 타령도, 계산적인 태도도 아닌 유형이 1위에 오른다. 바로 믿고 털어놓은 이야기를 다른 자리에서 옮기는 사람이다.
60대 이후의 대화에는 젊을 때와 다른 무게가 실린다. 자식의 이혼, 사업 실패, 부부 사이의 갈등, 건강 문제, 노후 자금 사정. 하나같이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손에 꼽는다. 그런데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며칠 뒤 다른 모임에서 화제가 돼 있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그 자리에서 끝난다. 겉으로는 웃으며 만나더라도 속마음의 문은 다시 열리지 않는다.

자랑하는 친구는 흘려들으면 되고, 불평하는 친구는 만남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신뢰를 깬 사람과는 만남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속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날씨 이야기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숫자보다 속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의 이야기를 내게 옮기는 사람은 내 이야기도 남에게 옮긴다. 이 단순한 이치를 확인하는 순간, 수십 년의 세월도 관계를 지켜주지 못한다.
이제와서 관계를 정리해도 될까?
오래된 관계를 멀리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십 년 지기를 이렇게 놓아도 되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관계의 정리는 배신이 아니라 선택이다. 모든 관계를 끌어안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남은 관계에 대한 예의가 된다. 억지로 유지하는 관계는 상대에게도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의 방식도 요란할 필요가 없다. 절교를 선언하거나 이유를 따져 묻는 일은 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 연락의 빈도를 줄이고, 모임 참석을 조절하고,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끝까지 남는 사람의 공통점
멀어지는 유형의 반대편에는 끝까지 남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자기 이야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는 사람, 들은 이야기를 그 자리에 묻어두는 사람, 좋은 일에 진심으로 같이 기뻐하고 궂은일에 조용히 곁을 지키는 사람이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사람, 그 사람이 노년의 재산이다.
이런 사람은 대개 말수가 많지 않다. 모임에서 눈에 띄는 자리보다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근황을 묻기 전에 상대의 안부부터 챙긴다. 젊을 때는 이런 사람의 가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언변과 넓은 인맥을 가진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하나둘 관계가 걸러지고 나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는 사람은 결국 조용히 자리를 지켜온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60 이후의 인간관계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다.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수백 개의 이름보다, 새벽에 전화해도 받아줄 두세 사람이 노년의 삶을 지탱한다. 그 두세 사람의 자리에 누가 남을지는, 지금까지 서로가 쌓아온 신뢰가 결정한다. 그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지킨 약속, 옮기지 않은 비밀, 힘들 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쌓여 지금의 관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