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자꾸 다시 찍으면 건보 적용 제한…이 대통령 “낭비 막아라“

작성일

중복검사 25만명·방사선 피해까지...정부가 나선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병원을 옮길 때 CT·MRI를 반복 촬영하는 관행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며 개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 15일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기관 간 영상 공유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재촬영을 줄이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CT·MRI 중복검사로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복지부는 오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련 개선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국가데이터처,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7.15/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국가데이터처,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7.15/뉴스1

"다른 병원 검사도 활용"…영상 공유 시스템 확대 추진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하는 것은 병원 간 영상 공유 체계 강화다.

현재는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기존 CT나 MRI 영상을 의료진이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가 CD를 직접 가져오거나 파일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병원마다 사용하는 시스템이 달라 영상 활용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검사만으로도 진료가 가능한 상황인데도 같은 부위를 다시 촬영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복지부는 앞으로 의료기관끼리 영상과 판독 결과를 보다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영상을 다시 확인해 진료에 활용하는 의료진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수가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화질이 충분하고 진단에도 문제가 없는 기존 영상이 있는데도 의학적 이유 없이 다시 촬영한 경우에는 건강보험 수가를 줄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같은 검사 반복하면 건강보험 적용 제한 검토

정부는 일정 기간 안에 같은 부위를 반복 촬영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기준은 1~3개월 안에 동일 부위를 다시 검사하는 경우다.

다만 모든 재촬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됐거나, 수술 전 최신 영상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새로운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처럼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는 지금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도 이런 예외 기준을 함께 마련해 환자 치료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12월부터 검사 이력 실시간 확인

복지부는 올해 12월부터 실시간 의료이용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영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CT나 MRI 영상을 직접 공유하는 기능까지는 갖추지 못하지만 의료진이 해당 환자가 언제, 어느 병원에서 CT나 MRI를 촬영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줄이고 기존 검사 결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CT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검사인 만큼 불필요한 재촬영을 줄이는 것이 건강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30일' 안에 CT 다시 찍은 환자만 25만명

실제로 중복검사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CT 촬영 후 같은 질환으로 30일 안에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는 94만4172명이었다.

이 가운데 26.8%인 25만3438명은 CT를 다시 촬영했다.

MRI도 비슷했다.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22만4894명 가운데 13.8%인 3만944명이 같은 기간 MRI를 다시 찍었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한 급여비는 CT 491억5200만원, MRI 159억원 등 모두 650억5200만원에 달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재촬영률이 CT 55.3%, MRI 44.3%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7.15/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7.15/뉴스1

"검사를 많이 할수록 병원 수입 늘어"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 보상 구조도 중복검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CT와 MRI는 검사 건수가 늘어날수록 의료기관 수입도 증가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가 필요 이상의 검사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CT와 MRI의 비용 대비 보상 수준도 단계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약 194% 수준인 수익률을 우선 15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검사 비용을 줄이기보다 정말 필요한 검사에는 충분히 보상하고, 불필요한 검사는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래된 장비도 관리 강화…"품질 믿을 수 있어야"

병원마다 사용하는 CT와 MRI 장비의 성능 차이도 개선 대상이다.

일부 의료진은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신뢰하기 어려워 다시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CT와 MRI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새 기준에는 장비 사용 연수도 평가 항목으로 포함됐다. 사용 기간이 5년 미만인 장비는 높은 점수를 받고, 15년 이상 된 장비는 낮은 점수를 받는다. 여기에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여부까지 함께 평가한다.

정부는 앞으로 장비 품질에 따라 건강보험 보상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비 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 유지돼야 다른 병원에서도 영상을 신뢰하고 재촬영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CT와 MRI는 어떻게 다를까…검사 원리부터 활용 분야까지 차이

한편 정밀 검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CT와 MRI는 모두 몸속을 자세히 살펴보는 영상검사지만 원리와 용도가 크게 다르다.

CT(컴퓨터단층촬영)는 X선을 여러 방향에서 쏜 뒤 컴퓨터로 단면 영상을 만드는 검사다. 검사 시간이 보통 5~10분 정도로 짧아 응급실에서 많이 활용된다. 교통사고 환자의 출혈 여부를 확인하거나 골절, 폐질환, 복부 출혈, 뇌출혈 등을 빠르게 진단할 때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X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 횟수가 많아질수록 방사선 피폭이 늘어날 수 있어 꼭 필요한 경우에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MRI(자기공명영상)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다. 강한 자기장과 전파를 이용해 몸속 조직을 촬영하기 때문에 방사선 피폭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검사 시간이 20~60분 정도로 길고, 촬영 중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MRI는 뇌질환, 척추질환, 인대와 연골 손상, 근육, 종양, 디스크, 혈관질환 등 연부조직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데 적합하다.

또 심장박동기나 일부 금속성 의료기기를 몸에 삽입한 환자는 MRI 검사가 제한될 수 있으며, 폐쇄된 공간에서 장시간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환자는 진정제를 사용하거나 다른 검사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질환, 응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CT와 MRI 가운데 적합한 검사를 선택한다. 두 검사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라기보다 각각 장점과 역할이 다른 검사이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모두 시행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