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첫 AI데이터센터 1년 중단…전기료 68%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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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미국 최초 AI 데이터센터 건설 1년 전면 중단
전기료 68% 폭등·주민 반발에 캐시 호컬 지사가 행정명령 서명

뉴욕주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주지사는 7월 14일(현지시각) 화요일 행정명령에 서명해 50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쓰는 초대형(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신규 허가 절차를 1년간 멈추도록 했다. 호컬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수십 년 만에, 아니 어쩌면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격변의 한가운데 있다”며 “이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들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우리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넘어설 위협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2019년 이후 뉴욕주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이 약 68% 치솟았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호컬 지사는 “이 비용이 뉴욕 주민들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왜 지금 멈췄나…전기료 폭등과 주민 반발
뉴욕주의 이번 결정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랜싱(Lansing), 이스트피시킬(East Fishkill) 등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들은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담수를 과도하게 소비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시에나 리서치 인스티튜트(Siena Research Institute)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욕 주민 46%가 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허가에 대한 1년 모라토리엄이 뉴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21%만 부정적으로 봤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정서가 확인된다. 가디언(theguardian.com)이 인용한 히트맵(Heatmap)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거의 4분의 3이 자기 동네 근처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com)가 인용한 퓨리서치(Pew Research) 조사에서도 일상 속 AI 활용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비율이 90%에 달했고, AI가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답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무엇이 바뀌나…50MW 이상 신규 허가 동결, 환경영향평가 착수
행정명령의 핵심은 전력 용량 50메가와트 이상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 정부 허가 절차를 최대 1년간 멈추는 것이다. 뉴욕주 환경보전부(Department of Environmental Conservation)는 이미 완료되지 않은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호컬 지사는 이 기간 동안 주 정부가 이른바 ‘포괄적 환경영향서(Generic Environmental Impact Statement, GEIS)’를 만들어 에너지 수요, 수자원 사용, 수질, 대기질 등을 평가해 일관된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호컬 지사는 브루클린 기자회견에서 “진보가 더 비싼 전기요금이나 고갈된 수자원, 소음 공해와 함께 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데이터센터들은 원하는 지역에서만 지어질 수 있고, 지어져야 한다”며 “지방 조닝(용도지역제)과 지방 허가에서 예외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주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전력 요금을 더 부담시키거나 자체 전력을 공급하도록 요구하는 방안, 그리고 이들 시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업계 반응 엇갈려…연방 차원 법안도 등장
이번 조치에는 환경단체와 정치권의 환영이 이어졌다. 뉴욕주 환경단체 푸드앤워터워치(Food & Water Watch)의 로라 신델(Laura Shindell) 대표는 “이번 1년 모라토리엄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 공세에 맞서 싸우는 뉴욕 지역사회에 큰 진전”이라며 “빅테크의 공세로부터 주민을 보호해달라는 전국적인 여론 압박의 직접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커스틴 질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 상원의원도 WRGB 올버니에 제공한 성명에서 “이번 1년 모라토리엄은 근본적으로 신뢰의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테크 업계와 후원 세력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는 조치가 지역 일자리 성장을 해치고 AI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반박한다. 연방 차원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은 전국 단위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이런 모라토리엄이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위협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공화당의 동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테크니카(arstechnica.com)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시위로 막히거나 지연된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1300억 달러(약 130억 달러가 아닌 13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나왔다고 전했다.
다른 주는 어땠나…멈춘 곳도, 좌초된 곳도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둘러싼 시도는 뉴욕만의 일이 아니다. 메인주는 비슷한 모라토리엄을 주 의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재닛 밀스(Janet Mills) 주지사가 지난 4월 거부권을 행사했다. 제지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에 계획된 데이터센터 건설이 막힐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소도시는 지난달 주민투표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한 첫 자치단체가 됐고, 시애틀은 지난 6월 1년간 데이터센터 개발을 금지하는 안을 통과시켜 이런 조치를 취한 가장 큰 도시가 됐다. 최소 10여 개 주에서 모라토리엄이 논의됐지만 대부분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뉴욕주 의회 역시 독자적인 규제를 추진해왔다. 지난달 20메가와트를 초과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멈추는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했고, 3년간 모라토리엄을 도입하는 또 다른 법안은 아직 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호컬 지사는 이 법안을 아직 넘겨받지 못했으며, 지사실은 이를 “복잡한” 법안이라 처리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주는 버지니아나 텍사스처럼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곳은 아니지만, 전력망 연결 승인을 기다리는 대기 목록이 길게 쌓여 있는 상태였다. 블룸버그NEF(BloombergNEF)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의 약 4분의 1이 500메가와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전력 수요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에는 230개 이상의 단체가 전국 단위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요구한 바 있어, 뉴욕의 이번 결정이 다른 주에도 파급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