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서 왔지? 바위 틈에서 깜짝 포착된 '15cm' 멸종위기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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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크기 멸종위기 동물, 지리산에서 8년 만에 다시 포착
쥐 3000마리를 잡아먹는 초소형 포유류 무산쇠족제비의 정체
등산로 바위 틈에서 마주친 손바닥만한 초소형 포유류
지리산 함양 자락 등산로의 바위 틈에서 몸길이 15㎝ 남짓한 멸종위기 동물이 카메라에 담겼다. 정체는 국내 식육목 동물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은 '무산쇠족제비'다.

이 귀한 장면을 포착한 사람은 함양군청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하는 김종남 과장이다. 그는 지난 12일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서 출발해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등산로를 오르던 중, 바위 아래로 얼굴을 빼꼼 내민 작은 동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하산 뒤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대조한 끝에 이 동물이 무산쇠족제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과장은 지리산 천왕봉만 300차례 넘게 올랐을 만큼 지리산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시민과학자 겸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하며 등산로 주변 생태를 꾸준히 살펴 왔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향하는 등산로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동물, 무산쇠족제비의 정체는?
함양군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무산쇠족제비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몸길이는 15~16㎝, 꼬리 길이는 약 4㎝, 몸무게는 100g을 넘지 않는다. 학명은 'Mustela nivalis mosanensis'로, 이 동물이 처음 보고된 1927년 당시 지명인 함경북도 무산이 아종명에 그대로 남아 있다. 북한에서는 겨울철 새하얀 털빛 때문에 '흰족제비'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1974년 서울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산악지역에서 간간이 관찰돼 왔지만, 개체 수 자체가 워낙 적어 정확한 서식 밀도나 분포 범위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외에서는 러시아와 일본, 유럽, 중국, 미국, 캐나다 등 유라시아 중위도 이북부터 북미 대륙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생김새도 독특하다. 몸통이 머리부터 꼬리 시작 부분까지 굵기가 거의 일정하고 배 부분만 살짝 가늘어지는 원통형 체형이다. 다리와 꼬리는 몸에 비해 짧은 편이고, 눈은 크고 진한 색을 띤다. 꼬리 아래쪽에는 지름 7㎜ 정도의 항문샘이 있어 특유의 냄새 물질을 내뿜는데, 이를 영역 표시나 천적 퇴치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무산쇠족제비를 포함한 족제비속 동물들이 두개골 형태가 원시적이라 정확한 계통 분류가 쉽지 않은 종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형태는 숲이 초원으로 바뀌며 굴을 파는 소형 설치류가 크게 늘어난 수백만 년 전 진화 과정에서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위기 1급 무산쇠족제비, 쥐 사냥꾼이자 생태계 조율사
몸집은 다람쥐보다도 작지만 생태계에서 맡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무산쇠족제비 한 마리가 한 해 동안 잡아먹는 쥐만 2000~30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 외에도 개구리, 도마뱀, 뱀, 곤충은 물론 몸집이 훨씬 큰 조류까지 사냥감으로 삼을 만큼 사냥 범위가 넓다. 20~30㎝ 폭으로 점프하며 빠르게 이동하는 민첩성도 갖췄다. 계절에 따라 털색이 바뀌는 것도 큰 특징이다. 여름철에는 등 쪽이 붉은빛이 도는 갈색을 띠다가 겨울이 되면 온몸이 순백색으로 변해 눈밭에서는 전문가조차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번식기는 3월 무렵 시작돼 여름까지 이어지며, 임신 기간은 약 54일, 한 배에 3~9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리산에서 무산쇠족제비의 서식이 확인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년 만에 처음 발견된 데 이어 올해 다시 카메라에 잡히면서, 지리산 생태계가 여전히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함양군 관계자도 이번 발견을 지리산의 우수한 생태환경과 생태계 건강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지리산서 만난 반가운 얼굴…"일회성 뉴스로 끝나지 않길"
김 과장이 무산쇠족제비를 만난 백무동~장터목 구간은 지리산 안에서도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계곡물이 맑아 숲의 건강도를 가늠하는 지표종인 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하고 있고, 산새 두견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김 과장은 이 구간을 매년 오르며 지켜본 변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매해 이 구간에서 천연기념물 까막딱다구리를 만나는 게 낙이었는데 최근 2년 동안은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며 "기후변화나 서식처 환경 변화로 인해 지리산의 생태 시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무산쇠족제비 발견이 일회성 뉴스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백무동 계곡과 등산로 일대의 야생동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서식처 보호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