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명예훼손’ 김어준 1심 벌금 2000만원…법원 “죄질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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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6차례 반복 적시…“여론 형성 왜곡”
검찰 징역 1년 구형했지만 1심은 벌금형 선고
방송인 김어준 씨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는 14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씨는 2020년 4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허위 제보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가 된 발언은 모두 6차례에 걸쳐 나왔다.
김 씨는 당시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거짓으로 제보하라”고 종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발언이 사실과 다르며 김 씨가 이 전 기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반복해 적시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법원 “의견 아닌 허위사실 적시”
김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정치적 사안에 대한 논평이자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내용을 소개한 것이어서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항변도 내놨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가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해 사용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이 전 기자의 발언을 나눠 전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평균적인 청취자라면 김 씨의 말을 단순한 해설이 아니라 이 전 기자가 실제로 한 발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녹음파일과 관련 증거를 검토한 결과 이 전 기자가 허위 제보를 요구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녹음파일에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로비 관련 제보를 권유하고 취재에 응할 경우 검찰과의 비공식적인 형량 협상을 주선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전 기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거짓으로 제보하라고 요구한 내용은 없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김 씨가 방송에서 언급한 핵심 내용이 실제 녹음 내용과 달랐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발언 당시 해당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당시 관련 녹음파일을 제공받기 용이했고 허위 제보 종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론 형성 왜곡”…피해자 엄벌 탄원
재판부는 김 씨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전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해당 행위를 취재가 아닌 공작이자 범죄 공모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점도 비방 목적을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강 판사는 “피고인은 당시 문제가 된 수사 상황을 논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로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적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횟수가 적지 않고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가 김 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다만 당시 이 전 기자의 취재 활동에 부당한 측면이 있었던 점은 김 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김 씨는 이날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은 김 씨에게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와 비방 목적을 인정하는지 물었다. 항소 계획과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도 질문했으나 김 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이 전 기자는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냈다. 그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권력자와 맞선다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며 “비록 벌금형이지만 재판부가 법과 원칙으로 피고인의 끝없는 거짓과 선동에 철퇴를 내렸다는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 전 기자가 2022년 2월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같은 해 10월 사건을 불송치했지만 검찰의 재수사 요청 이후 추가 수사를 거쳐 2023년 9월 송치했다. 검찰은 2024년 4월 김 씨를 재판에 넘겼고 약 2년 3개월 만에 1심 판단이 나왔다.
앞서 이 전 기자와 관련해 유사한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의원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관한 허위 제보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해당 게시물이 사실에 근거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라디오와 유튜브 방송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올해 5월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황 전 최고위원 역시 이 전 기자가 유시민 전 이사장 관련 허위 제보를 종용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해당 발언의 허위성과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씨와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