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같은 감독에게 배운 손흥민이 감독 이름값 따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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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이름과 나이로 선수 꺾는 시대 끝났다”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가 선수의 이름값이나 감독의 명성만으로 팀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천수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이름값으로 하는 감독들에게 쓴소리하는 이천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변성환 전 수원삼성 감독, 이황재·강성주 해설위원이 함께 출연해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이천수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은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며 "누군가가 나에게 반문을 할 때는 그걸 논리와 축구로 꺾어야 되는데 '이런 어린X의 XX가' 하며 성질로 꺾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표팀 무대를 예로 들었다. 이천수는 "국가대표라고 해도 손흥민(LAFC) 같은 선수들은 감독을 이름값만 보고 따르지 않는다"며 "이름값으로 따지면 조세 무리뉴 같은 명장에게도 배운 선수들"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 시절 무리뉴를 비롯해 안토니오 콘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세계적인 명장들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이런 선수의 신뢰를 얻으려면 감독의 명성이 아니라 축구 철학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천수의 주장이다.
이천수는 "그 사람의 축구 시스템과 전술, 전략, 그리고 선수가 배울 점이 분명하면 이름값이 아무리 높아도 그 감독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요즘 선수들의 생각은 우리 때와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층층이 쌓아 자기만의 축구 색깔과 시스템을 갖춰야 선수의 반박을 논리적으로 받아칠 수 있다"며 "이름과 나이로 꺾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은 변 전 감독이 밑바닥부터 쌓은 지도 경력과 맞닿아 있다. 선수 시절 K리그와 호주 A리그를 거친 변 전 감독은 2015년 성남FC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유소년팀 감독과 1군 코치, 감독대행을 거쳐 2019년 대표팀 U-16 코치, 2022년 U-17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는 2024년 수원삼성에서 처음 밟았다.
변 전 감독은 "은퇴 후 프로팀 코치와 대학 자리도 있었지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밟고 싶어 공개 채용에 지원해 면접을 보고 감독이 됐다"며 "그 선택이 지금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이어 "U-12부터 지도하다 보니 선수 핑계를 댈 일이 없어졌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17세든 39세든 내가 원하는 경기 모델 안에서 얼마나 수행 능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변 전 감독에게 재능은 있지만 태도가 좋지 않은 선수를 어떻게 지도할지 물었다. 예컨대 실력 있는 어린 공격수가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에게 화를 내는 경우 어떻게 다루겠느냐는 것이었다.
변 전 감독은 어린 선수를 향해 지켰던 냉정한 원칙을 공개했다. 그는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예로 들며 "실력만 보면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지만 어린 나이에 있었던 태도 문제 때문에 원칙과 기준에 맞춰 열심히 한 선수에게 기회를 줬고 결국 박승수를 U-17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패배로 사람을 잃지는 말자는 것이 내 원칙"이라며 "결과만 좇아 원칙을 다 버리면 나를 믿고 따라온 코칭스태프가 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변 전 감독은 박승수가 이후 크게 반성하며 성장했고, 프로 무대에서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고 했다. 박승수는 2007년생 윙어로, 수원삼성에서 K리그 최연소 데뷔·득점·도움 기록을 세운 뒤 지난해 뉴캐슬로 이적해 20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변 전 감독은 유소년 지도의 핵심으로 선수의 장점을 꼽았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에 완벽한 육각형 선수는 없다"며 "장점이 뚜렷하면 그 장점을 더 키워 특징 있는 선수로 만들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만 매달리면 결국 작고 평범한 선수가 된다"고 말했다.
태도와 인성도 반복해 강조했다. 변 전 감독은 "유소년이든 프로든 변하지 않는 건 태도와 인성"이라며 "좋은 축구 선수가 되려고만 하면 사고가 터진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좋은 습관이 몸에 배고, 능력 있는 선수라면 축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했다.
변 전 감독은 지도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진심을 주문했다. 그는 "다른 일을 하려다 안 돼서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이라면 지도자를 하지 마라"며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이 진짜여야 여러 환경과 이슈가 닥쳐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