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16명 포함 200명 “AI 지금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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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 등 200명이 “AI 경제충격, 지금 대비해야” 성명 발표
산업혁명보다 빠른 변화 우려 속 일자리 대량 대체 경고와 정책 마련 촉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해 200명에 육박하는 경제학자와 AI 연구자, 빅테크 리더들이 한목소리로 경고에 나섰다. 이들은 7월 13일(현지시각) “지금 행동해야 한다(We Must Act Now)”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이 몰고 올 경제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Stanford Digital Economy Lab)가 조율했으며, AI가 유발할 변화가 산업혁명보다 클 수 있지만 훨씬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은 일자리 대량 대체 같은 위험과 함께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기회도 동시에 언급하며 경제학자·정책결정자·기술 리더들의 즉각적인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나 시한은 제시하지 않았다.
스탠퍼드가 모은 “모든 힘을 합쳐야” 목소리
이번 성명은 스탠퍼드대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 아자이 아그라왈(Ajay Agrawal), 앤턴 코리넥(Anton Korinek), 톰 커닝햄(Tom Cunningham) 등 경제학자들이 주도해 조직했다. 브린욜프슨은 스탠퍼드대 제리 양 앤드 아키코 야마자키 교수이자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코리넥은 버지니아대 교수로 현재 앤트로픽에서 휴직 중이며, 커닝햄은 AI 안전성 연구기관 METR 소속이다.
서명자 명단에는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벤 버냉키(Ben Bernanke)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뉴욕대 명예교수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도 참여했다. 빅테크 진영에서는 구글의 제프 딘(Jeff Dean),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Jack Clark), 오픈AI의 노암 브라운(Noam Brown)과 사라 프라이어(Sarah Friar), 오픈AI 재단의 보이치에흐 자렘바(Wojciech Zaremba), 전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벤처투자자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 등이 서명자로 참여했다.
브린욜프슨은 “AI 역량은 우리가 그 경제적 함의를 이해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간극 속에 우리 시대 최대의 기회가 있다”며 “인간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AI를 이끌어야 하고,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번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펜스는 “AI 발전의 규모와 범위, 속도가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영향의 크기와 시점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과 결합돼 있다”며 “AI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모든 손을 다 동원하는(all hands on deck)’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기·전기·컴퓨터는 수십 년 줬지만 AI는 몇 년뿐”
성명의 핵심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AI가 향후 10년 안에 “근본적으로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한 변화가 “산업혁명보다 크지만 훨씬 짧은 시간에 펼쳐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 기술 리더들이 지금 당장 인센티브와 안전장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명은 전반적으로 조건부 표현을 유지한다. AI가 “근본적으로 강력해질 수도 있다”, 전례 없는 전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자리를 “줄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나 시행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성명은 위험 요인으로 대규모 일자리 대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잠재적 이점으로 “생활수준의 큰 향상”을 함께 제시했다. MIT 교수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세모글루는 “다른 주요 전문가들과 함께 AI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노동자와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AI의 방향을 긴급히 재조정할 필요성을 촉구하는 데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코리넥은 “증기, 전기, 컴퓨터는 각각 사회가 적응할 수십 년의 시간을 줬지만 AI는 우리에게 단 몇 년만 줄 수도 있다”며 “변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전략과 제도를 즉흥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확실성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게 도착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커닝햄은 더 직설적으로 “우리는 안개 속에서 운전하고 있으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표현했다.
올트먼 “일자리 창출” vs 학계의 신중론
같은 시기 AI 업계 최고경영자들의 발언은 성명의 경고와는 결이 다르다. 성명이 공개되기 며칠 전 주말 사이,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지금까지 AI가 순(純) 일자리 창출자였다고 “꽤 확신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도 최근 자동화를 일자리를 없애는 요인이 아니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설명했다. 이런 발언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강조한 대규모 일자리 대체 경고와 대조를 이룬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성명이 과거 경고들과는 다른 무게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퓨처럼 그룹(Futurum Group)의 데이비드 니컬슨(David Nicholson)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결정의 중심에 인간을 두기 위해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개적 성명”이라며 “인간을 중심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명자들이 학계와 AI 업계에 깊이 몸담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도 짚었다. 일리노이대 시카고캠퍼스에서 데이터과학·AI 전략 담당 부총장보를 맡고 있는 마이클 베넷(Michael Bennett)은 “이는 변화 속도에 대한 진지한 평가”라고 평했다.
기업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경고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치 일정과 맞물려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니컬슨은 “기업은 규제 관점에서 어떤 것이 제안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래생명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는 고급 AI 연구개발의 일시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낸 바 있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내부고발자가 AI의 급속한 개발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미래생명연구소는 다시 초지능 AI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는 서한을 내기도 했다. 이런 선행 경고들이 별다른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이번 성명은 경제학자와 연구자들이 주체가 됐다는 점, 그리고 대형 AI 기업의 핵심 인물들이 함께 서명했다는 점에서 다른 무게를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명 자체가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통된 위기의식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