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알바하며 모은 돈 싹 날렸다” JTBC 투자자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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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결혼자금 사라졌다는 투자자들, 전수조사 요구
평생 모은 노후자금과 결혼자금, 생활비까지 JTBC 회사채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검사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대응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회사채 발행과 판매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JTBC·중앙그룹 회사채·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신청인 250명, 피해 규모 약 325억2000만원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금융당국의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변호인단이 자체 집계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개인투자자는 450여 명, 투자금은 약 760억원에 달한다. 피해 접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실제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생계와 노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투자자는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JTBC 회사채에 투자했는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아들이 10년 동안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결혼자금이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회사채 이자로 생활해 왔다는 고령 투자자는 "매달 받던 이자가 끊기면서 생계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투자 손실 자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채 발행과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JTBC가 지난해 2월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실제 재무상태와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정보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가 인수한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을 자본으로 반영해 회계상 자본잠식을 피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제 자본은 마이너스 1354억원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결산 직전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 발행해 완전자본잠식을 면했다고 주장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 기준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재무제표상 자본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실제 재무건전성을 분석할 때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자본 규모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변호인단은 기업실사보고서에는 자본잠식과 신용등급 하락, 누적 적자 등 위험요인이 기재됐음에도 투자설명서에서는 원리금 상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방문 실사가 사실상 하루 동안의 유선회의로 진행됐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발행 예정액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회사채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유통 과정에서도 투자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자본잠식 공시 이후에도 일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연 8%대 금리만 강조됐고 투자 위험에 대한 안내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투자일임사를 통한 판매 과정에서도 위험 정보 전달이 부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키움증권과 관련해서는 JTBC 전단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상담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절차인 해피콜을 거부하도록 안내한 녹취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같은 절차가 사실상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전자단기사채는 만기가 일반적으로 1년 이내인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다. 기업이 전자등록 방식으로 발행하며 만기가 짧은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발행 기업의 신용 상태가 악화되면 만기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어 투자 전 재무상태와 신용등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변호인단은 금융감독원에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뿐 아니라 한양증권, 장내 중개 증권사, 투자일임사, 신용평가사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이메일과 메신저 기록, 상담 녹취 등에 대한 증거보전 조치를 요청했다. 향후에는 중앙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전반으로 의견서 제출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개인의 회사채 투자 규모가 수십조원대로 커진 만큼 이번 사안을 전문가 중심 시장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채의 제조와 발행, 판매 전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채: 기업이 사업 자금이나 시설 투자, 기존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
투자자는 회사채를 매입하는 대신 일정 기간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기업은 약속한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한 뒤 만기에 원금을 상환한다. 은행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상환 능력은 전적으로 발행 기업의 재무 상태와 신용도에 달려 있다. 따라서 투자 전에는 금리뿐 아니라 기업의 재무제표와 신용등급, 부채 규모,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회사채는 국채나 지방채보다 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다. 이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보다 기업의 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기업은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기업일수록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높은 금리는 투자 매력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신용위험이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상환 능력을 AAA부터 D까지 등급으로 평가한다. AAA는 원리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최고 등급이며, AA와 A 등급도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된다. 반면 BBB 이하부터는 경기 변동이나 기업 실적 악화에 따라 상환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본다. BB 이하 등급은 일반적으로 투기등급(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며,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원금 손실 위험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회사채 투자자는 발행 당시뿐 아니라 투자 기간 중에도 기업의 경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도 함께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법정관리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채권자는 변제 순위에 따라 원금 일부만 돌려받거나,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높은 금리에는 그만한 위험이 따른다'는 원칙을 기억하고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