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애인 만날 때 돈 얼마나 써?' 물었더니.... 1위는 이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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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만원' 39.4%... '5만~7만원' 22.1%, '1만~3만원' 22.0%
밥값·커피값 등 우정 유지 비용 껑충... 친구도 못 만나는 시대
친구를 만나는 일마저 부담이 된 시대다. 밥 한 끼, 커피 한 잔, 생일 선물까지 물가가 오르면서 우정을 지키는 데 드는 돈이 함께 뛰고 있다. 그러자 아예 친구를 덜 만나는 청년이 늘고 있다.

Z세대(1995~2010년생) 10명 중 7명이 최근 1년 사이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에 쓰는 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오르면서 친구 관계 유지 비용도 함께 오르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 탓이다. 프렌드플레이션은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은 지난달 Z세대 6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0%가 물가 상승 탓에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자주 있다'는 49.1%, '가끔 있다'는 43.9%였다. 부담은 실제로 지갑을 닫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최근 1년간 관련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이 71.2%에 달했다.
어떤 항목이 부담인지 묻자(복수응답) 식사비가 78.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커피·디저트비 40.1%, 주류비 29.7%, 생일·기념일비 25.8% 순이었다.
씀씀이를 줄인 방식도 드러났다. 지출을 줄였다고 답한 Z세대의 88.8%(복수응답)는 친구와의 만남 자체를 줄였다. 썸이나 연인을 포함한 이성 친구와의 만남을 줄였다는 응답도 19.2%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만남·모임 횟수 자체를 줄였다는 답이 83.9%로 가장 많았고, 외식비를 줄였다는 응답 27.3%, 음주비를 줄였다는 응답 18.9%, 생일·기념일 비용을 줄였다는 응답 12.4%가 뒤를 이었다.

평균 만남 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월 1회 미만'이 20.8%로 가장 많았다. 월 2회 18.0%, 월 1회 13.8%, 주 1회 13.3%, 월 3회 12.0% 순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친구를 만나지 않을 때가 있는 Z세대가 64.6%로 집계됐다.
한 번 만날 때 쓰는 돈은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이 39.4%로 가장 많았다. '5만원 이상 7만원 미만'은 22.1%, '1만원 이상 3만원 미만'은 22.0%였다.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 금액으로는 '5만원 이상'이 33.4%로 가장 높았다. 3만원 19.1%, 4만원 12.8%, 10만원 10.6% 순이었다. 실제 한 번 만날 때 쓰는 돈이 3만~5만원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 모임 수준에서 이미 부담을 체감하는 셈이다.
관계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친구 유형으로는 '비싼 맛집만 찾는 친구'가 56.4%(복수응답)로 1위였다. 술자리를 선호하는 친구 33.3%, 자주 만나자고 하는 친구 31.3%, 여행을 자주 제안하는 친구 20.8%, 생일·기념일을 중요하게 챙기는 친구 19.1%가 뒤를 이었다.
알바천국은 M세대(1980~1994년생) 544명에게도 같은 설문을 진행했다. M세대는 90.8%가 비용 부담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고, 75.6%가 관련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특히 지출을 줄인 M세대의 37.7%(복수응답)는 동료와의 만남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렌드플레이션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 말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사회생활 유지 비용이 치솟는 세태를 짚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관련 수치가 뚜렷하다. 보험사 아비바 조사에 따르면 총각·처녀 파티에 참석하는 데 1인당 평균 779파운드가 들고, 해외에서 열릴 경우 1200파운드까지 뛴다. 영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식당·카페 물가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년 7월까지 10년 사이 50% 넘게 올랐다. 커피 한 잔 값도 5파운드에 육박한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용정보업체 배드크레딧이 성인 995명을 조사한 결과 37%가 관계 유지 비용이 너무 커서 친구를 소홀히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Z세대가 44%로 가장 높았고 밀레니얼 38%, X세대 36%, 베이비부머 23% 순이었다. 응답자의 65%는 주거비나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려고 사교 활동을 줄였다고 했다. 생일·결혼식·여행 등 특별한 날까지 더하면 한 해 우정에 드는 비용은 평균 5184달러, Z세대의 경우 6181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앨리은행이 진행한 다른 조사에서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44%가 비용 탓에 큰 행사 참석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에서는 '프렌드 인플레이션'을 줄인 '프레프레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방송사 아베마 등이 이를 다뤘다. 점심 한 끼에 1500~2000엔, 회식(노미카이) 한 번에 6000엔가량이 들면서 그 돈을 차라리 자신에게 쓰겠다는 젊은 층이 늘었다는 것이다. 손실을 끊어낸다는 주식 용어 '손절'을 빗대 '가성비가 낮은 친구를 손절한다'는 표현도 쓰인다. 닛폰생명이 2024년 진행한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56.4%가 술자리를 통한 친목, 이른바 '노미니케이션'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