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스닥 데뷔 첫날 13%↑…265억달러 역대급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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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나스닥 데뷔 13%↑, 265억 달러 역대급 조달 성공
최태원 “꿈 이뤄졌다” 환호 속 곽노정 CEO “2027년 최악” 경고

SK하이닉스 나스닥 데뷔 첫날 13%↑…265억달러 역대급 조달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SK하이닉스 나스닥 데뷔 첫날 13%↑…265억달러 역대급 조달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SK하이닉스가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13% 뛰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미국 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265억 달러(약 26억5,000만 달러의 10배 규모)를 조달했는데,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은 상장 당일 CNBC와 만나 “꿈같은 일이고, 이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로이터에 “내년(2027년)이 메모리 공급 부족 역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경고성 전망을 내놨다. 화려한 데뷔와 냉정한 경고가 같은 날 겹친 셈이다.

나스닥 데뷔 첫날, 13% 급등 마감

SK하이닉스는 금요일(현지시각) 나스닥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CNBC에 따르면 주가는 시가 170달러에서 출발해 장중 등락을 거친 뒤 13% 오른 168.01달러에 첫날 거래를 마쳤다. 티커는 상장 초기 SKHYV로 표시됐으며, 화요일(현지시각)부터 SKHY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번 상장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예탁증서(ADR)는 149달러에 가격이 책정됐다. 이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265억 달러에 달한다. CNBC는 이 자금이 신규 공장과 장비 투자 등 공격적인 증설 계획에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몸값이 높은 기업이다.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태원 “고객들은 항상 더 달라고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최태원 “고객들은 항상 더 달라고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최태원 “고객들은 항상 더 달라고 한다”

최태원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요가 엄청나다(demand is enormous)”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고객·파트너들을 만날 때마다 모두가 더 많은 칩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5년 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고객 반응은 한결같았다는 것이다.

“모든 고객이 ‘그건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최태원 회장은 금요일 밝혔다. CNBC는 메모리 반도체가 수십 년간 반도체 업계에서 비교적 조용한 영역이었지만, 인공지능(AI) 붐을 계기로 거대한 성장 시장으로 탈바꿈했다고 짚었다. 컴퓨터 메모리는 원래 스마트폰과 PC가 단기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부품이었으나, 이제는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상태다.

곽노정 CEO “2027년이 최악, 2030년 넘어서도 부족”

화려한 상장과 대조적으로 곽노정 CEO는 같은 날 로이터에 냉정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공급 관점에서 내년이 업계 역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이후에도 고객 수요가 우리 공급 능력보다 높을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에 따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지난 3월 메모리 부족 현상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삼성과 함께 2027년을 공급 부족의 핵심 시점으로 지목해왔다. 이 같은 부족 현상의 배경에는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급증이 있다. HBM은 일반 소비자용 DDR5보다 훨씬 정교한 제조·패키징 공정이 필요하고, 웨이퍼 생산 용량도 더 많이 소모한다. 이 때문에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 물량을 재배분하면서 이미 빡빡한 공급 상황을 더 조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공급계약과 가격 흐름이 보여주는 업계 현실

톰스하드웨어는 이러한 부족 전망이 SK하이닉스의 재무적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메모리 부족이 2030년 이후까지 지속되는 쪽이 회사 실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분기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고, 경쟁사 마이크론 주가도 올해 213% 상승해 주가가 약 99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고 tomshardware는 전했다.

다만 곽노정 CEO의 발언이 단순히 주가를 부양하려는 발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몇 달 사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각각 장기공급계약(LTA)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여러 해에 걸쳐 특정 고객사에 물량을 공급하기로 약속하고, 계약 기간 동안의 가격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다. LTA 자체가 시장 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를 미리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톰스하드웨어의 설명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2026년 3분기 DRAM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15~18% 상승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큰 폭의 상승이지만, 이전까지 나타났던 분기 대비 상승폭보다는 낮아진 수치다. 톰스하드웨어는 메모리·낸드 가격이 앞으로 최소 수개월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시장이 극단적 급등세에서 점차 안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도 일부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안정세가 여전히 “대폭 상승한 가격대에서의 안정”이라는 점에서, 메모리값 부담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