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도... 모든 한국인이 내년부터 받는다는 이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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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 내년 하반기 본사업으로 전환
상병수당 없는 나라 전세계서 11개국뿐
정부가 그간 시범사업으로 지급하던 상병수당을 내년 하반기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다.
상병수당의 재원은 건강보험 급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본사업에 연간 최대 8000억원에 가까운 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병수당 본사업 관련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소개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때 노동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산업재해와 무관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쉬어야 하는 노동자에게 잃어버린 소득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해 아파도 생계 때문에 일터에 나오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아프면 쉴 권리'로도 불린다.
유럽에서는 의료보험을 도입한 취지 자체가 소득 안정에 있었던 만큼 상병수당이 의료비 보장보다 먼저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52년 '사회보장의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102호)을 채택하면서 질병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 7월 이후 3단계에 걸쳐 만 15~64세 취업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시범사업 시작 후 지난 5월 말까지 총 203억6700만원의 상병수당이 지급됐다. 이 기간 수급자는 모두 1만4141명이다. 1인당 평균 30.4일 동안 144만314원을 받았다. 수급자 중에는 50대(5692명)가 40.3%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23.8%), 60대(20.8%) 등의 순이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1만283명(72.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자영업자는 2730명, 고용·산재보험 가입자는 1128명이었다. 1단계를 제외한 2~3단계 시범사업(8개 지역)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454개로, 지역 내 전체 의료기관의 약 11% 수준이었다.
시범사업의 효과도 확인됐다. 성과평가를 보면 상병수당을 받은 뒤 아픈 날 가운데 출근한 날의 비율은 33%에서 17.8%로 줄었다. 반면 제때 치료받은 비율은 59.9%에서 70.2%로, 충분히 치료받은 비율은 48.1%에서 55.9%로 각각 높아졌다. 특히 유급병가를 쓰기 어려운 30인 미만 중소 사업장 노동자에서 제때 치료받은 비율은 17.1%포인트 올랐다. 수급 원인은 부상·사고(29.7%), 근골격계 질환(25.5%), 암(21.9%) 순이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전국 단위 본사업 시행을 목표로 상병수당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전문가 자문단과 재원·지급 대상·보장 수준 같은 쟁점을 논의했고, 올해 들어 노동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본사업 재원은 건강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상병수당을 위해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고, OECD 국가 중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가 조세가 아닌 사회보험으로 상병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려면 빠른 고령화에 따른 재정 고갈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의료개혁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투자를 고려할 경우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은 2029년으로, 의료개혁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보다 2년 앞당겨진다. 상병수당 본사업에 들어갈 재정은 대기기간(휴무 시작일부터 상병수당 지급 개시일까지의 기간)과 최대 보장일수(90∼180일), 지급 방식 등에 따라 연간 최소 2737억원에서 최대 7853억원일 것으로 추계됐다.
제도 설계에 따라 연간 2조원을 넘는 재정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추계 간 편차가 크다. 현행 시범사업은 최대 보장 기간이 120∼150일로, ILO 협약이 권고하는 26∼52주에 못 미친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최저임금의 60% 수준을 정액으로 지급해 실제 소득을 충분히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태훈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제도는 '도입 단계'로 최소 기능은 하고 있지만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병수당은 대다수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 자리를 잡았다. 유급병가나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전 세계 184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11개국뿐이라는 것이 국제기구 통계다. 일본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사흘 넘게 쉬면 나흘째부터 표준보수월액의 3분의 2가량을 상병수당으로 주며, 지급 기간은 최장 1년 6개월이다. 독일은 소득 보전을 2단계로 나눠 촘촘하게 설계했다.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면 처음 6주는 고용주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그 뒤에도 회복되지 않으면 법정 건강보험이 상병수당을 이어받아 같은 질병에 대해 3년 안에 최장 78주까지 소득의 70%(세후 기준 최대 90%) 수준을 보장한다. 영국은 법정 상병수당으로 요건을 충족한 노동자에게 주당 정액을 최대 28주간 지급하며, 최근에는 사흘간의 대기기간을 없애고 저소득 노동자에게까지 적용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OECD 34개국 가운데 29개국은 이처럼 사회보험 방식으로, 5개국은 조세 방식으로 상병수당을 운영한다. 보장 수준은 대체로 소득의 50∼70% 선으로 ILO 권고 기준을 따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상병수당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와 재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현행 국고 지원(보험료 예상 수입의 14% 지원) 외에 상병수당 지급을 위한 국고 지원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정부는 다른 건강보험 급여와 회계를 분리하고, 일정 한도 안에서 건강보험 재원을 출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상병수당 적용 대상에 한정해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별도의 사회보험을 도입하는 방안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신중히 접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