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급기야 광주경찰청장실까지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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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 지휘라인 전체 정조준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인멸 등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11일 광주경찰청과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의 증거인멸 등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광주경찰청장실을 포함한 3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수사팀은 광산경찰서장실 등 2개 장소, 그리고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책임자들이 현재 근무 중인 사무실 등 7개 장소에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실상 사건 당시 지휘라인 전체를 정조준한 대대적 강제수사로 풀이된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관련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광산경찰서 소속 A 강력팀장이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관련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광산경찰서 소속 A 강력팀장이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의 강제수사에 뒤이어 나온 조치다.

전날 검찰은 장윤기 사건을 맡았던 경찰 수사팀의 공무상비밀누설,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7일에 이은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기발령 조처됐던 전 광산경찰서장을 입건하고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형사과장 역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광산경찰서 강력팀장을 구속한 바 있다. 강력팀장은 장윤기가 범행에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내부에서 강간살인 혐의를 뒷받침할 핵심 증거인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이를 압수하지 않고, 오히려 채증 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별개로 팀원 한 명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 사이의 통화 내역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며, 아버지와 수사팀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유착 여부를 캐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제기됐던 부실수사·증거인멸 의혹이 검찰 수사를 거치며 점차 구체적 정황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인 광주경찰청이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공식 해명에 나섰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거론된 11개 항목에 대한 경찰 측 수사 경위를 공개했다.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에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에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경찰은 장윤기의 범행 전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한 달간의 통신 내역과 최근 석 달간의 금융·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압수해 분석했으며, 이를 토대로 공범 여부 등을 수사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도 포렌식 분석을 거쳐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확인, 관련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목적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도 이뤄졌다고 경찰은 강조했다. 장윤기를 상대로 성범죄 목적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다섯 차례 실시했고, 수사 초기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 과정을 두 차례 모니터링하고 한 차례 면담을 진행하며 성범죄 개연성을 살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윤기가 두고 간 SUV의 내외부와 트렁크를 추가로 수색해 혈흔 등을 채취했고, 범행 현장 인근 화물차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차량 조수석 개방 여부까지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 즉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부자간에 오래전부터 왕래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장윤기의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아버지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의혹은 가라앉지 않는다. 애초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된 계기는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흉악 범죄 관련 증거물을 잇달아 폐기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뒤늦게 드러나면서였다. 수사 초기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 범행을 규명할 수 있는 물품이 증거물로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고,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이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유착 의혹이 커졌다. 피해자 고(故) 이채원 양이 사건 당시 착용했던 운동화와 양말, 상의 등 일부 의류가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유류품 관리 부실 책임론까지 불거진 상태다.

여기에 더해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원 한 명이 과거 장윤기 아버지와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음에도 수사에서 배제되지 않았고, 통화 과정에서 친근한 호칭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 송치를 앞두고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당시 수사팀장에 의해 반영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수사팀 관계자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이 같은 유착 의혹이나 부실수사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아, 정작 핵심 쟁점은 비켜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은 이날도 당시 수사팀원과 장윤기 아버지를 소환해 조사하며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장과 장윤기 아버지 간 통화 내용에 대해 현재 경찰과 검찰이 모두 수사 중인 사안이라 해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의혹의 사실 여부는 향후 수사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