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 이렇게 예쁘면”… SNS가 만드는 '초단기 히트' 식품들
작성일
소비자가 트렌드 주도권 쥐어
최근 SNS를 열어보면 눈에 띄게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다. '도시락꾸미기'나 '컬러푸드', '건강간식'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영상들로, 알록달록한 채소와 과일로 채운 도시락과 샐러드가 주인공이다.

지난 10일 기준으로도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이런 게시물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는 중이다. "채소 싫어하는데 이런 도시락은 매일 먹고 싶다", "색감이 식욕을 자극한다", "채소가 이렇게 예쁘면 어떡하냐"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크기는 작고 색깔은 화려한 미니 채소·과일에 1020세대가 몰리는 배경이다.
한때는 아이들이 밥상에서 가장 먼저 밀어내던 게 채소였지만, SNS 안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영상을 보면 방울토마토(노란색), 보라색 당근, 미니 파프리카, 미니 오이, 미니 양배추가 단골로 등장한다. 과일 쪽도 마찬가지다. 블루베리, 샤인머스캣, 체리, 애플수박, 미니 사과처럼 한입에 쏙 들어가면서 색이 또렷한 과일이 도시락과 샐러드 구성에 자주 쓰인다. 요거트 위에 얹거나 디저트 칸을 채우는 용도로도 활용도가 높다. 사진으로 남겼을 때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인증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소비 취향과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다.
미니·컬러 채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외형뿐만이 아니다. 색에 따라 함유된 영양 성분과 맛이 조금씩 달라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예컨대 토마토는 색깔에 따라 함유된 영양 성분 비율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마케팅 대신 소비자가 트렌드 주도
업계에서는 이번 유행을 식품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뀐 신호로 읽는다. 예전 같으면 기업이 신제품을 기획하고 광고를 붙여야 유행이 만들어졌지만, 요즘은 순서가 바뀌었다. 소비자들이 SNS에 올린 콘텐츠가 먼저 퍼지고, 그 반응을 본 기업들이 뒤늦게 상품화에 뛰어드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제품을 기획하기 전 SNS 반응부터 살피는 식품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례는 컬러·미니 채소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중국 상하이에서 유행한 '버터떡(황요우)'은 얇고 바삭한 겉면 속에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는 디저트로, 이른바 '겉바속쫀' 식감을 앞세워 SNS에서 인증 사진과 먹방 콘텐츠가 이어지며 빠르게 화제를 모았다. 중국 브랜드 루씨허가 선보인 버터떡은 출시 43일 만에 2000만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개당 가격은 400~5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한 개당 300~400㎉에 달하는 고칼로리 디저트로 알려지며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맛"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두바이 쫀득 쿠키인 이른바 '두쫀쿠' 열풍 이후 유통업계에서는 제2의 히트 상품을 찾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SNS 트렌드 상품화 나서
이런 흐름에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반응하는 중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대용량 채소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이마트24는 앱 사전 예약 할인으로 소포장 채소 수요를 잡고 있다. GS25는 편의점 최초로 밥까지 담은 완제품 채소 비빔밥을 한정 판매했고, CU 역시 유사한 상품을 준비하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반 참외보다 크기를 줄인 미니 참외를 5000원 미만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새로 구성해 판매 중이라며, 소포장·소용량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SNS에서 검증된 수요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적은 상품화 전략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터떡, 황치즈칩, 봄동 등의 사례가 국경과 플랫폼을 넘나드는 바이럴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식품 트렌드가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형성되는 이른바 '초단기 히트'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도 예상 밖의 품목이 SNS를 타고 순식간에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는 사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