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조지아 오토바이 여행, 요새 마을 샤틸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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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카헤티·아부델라우리·샤틸리
눈길에 막혀 목적지를 바꾸고, 갑자기 쏟아진 비에 온몸이 젖어도 길을 멈추지 않는다. 드넓은 포도밭과 색색의 빙하 호수, 험준한 산길 끝에 모습을 드러낸 오래된 요새 마을까지. EBS1 ‘세계테마기행’이 여행 크리에이터 송인석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조지아 북동부의 전설 같은 길을 달린다.

7월 13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서른 살, 청춘 여행기 조지아’ 1부 ‘전설의 길 따라 무작정 직진’에서는 여행 크리에이터 송인석이 오토바이를 타고 조지아의 산과 마을을 누빈다. 수도 트빌리시에서 출발한 여정은 와인의 고장 카헤티와 코카서스산맥의 아부델라우리 호수를 거쳐 러시아 국경 인근의 요새 마을 샤틸리까지 이어진다.
눈길에 막힌 투셰티 대신, 코카서스산맥으로
여행의 시작부터 계획은 어긋난다. 송인석이 처음 향하려 했던 곳은 조지아 북동부의 산악 지역 투셰티다. 그러나 겨울 동안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도로가 막히면서 오토바이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목적지를 케브수레티로 급히 바꾸지만, 이 길 역시 도로 상태를 예측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송인석은 정해진 일정에 매달리는 대신 일단 오토바이에 올라 길을 나선다. 조지아의 넓은 평원과 산길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서른 살 청춘다운 즉흥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길 위에서 체감한다.
시원하게 도로를 달리던 중에는 거대한 양 떼와 마주친다. 수많은 양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은 조지아 산악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이들은 계절에 따라 목초지를 옮기는 이동 방목 중이다. 겨울이면 눈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날이 풀리면 풀이 풍성한 북쪽 고지대로 다시 돌아간다.
가축과 함께 계절을 따라 움직이는 유목민의 삶은 자연의 질서에 맞춰 살아가는 조지아 산악 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보여준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잠시 길을 내어주고, 여행자 역시 양 떼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길이 막힌 순간조차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첫 번째 주요 목적지는 조지아 동부 카헤티다. 카헤티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포도 재배지이자 와인 생산지다. 조지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문화권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전통적으로 땅속에 묻은 커다란 토기 항아리 크베브리에 포도즙을 넣어 숙성한다.
카헤티에서는 레드와인의 향과 빛깔을 입힌 와인 치즈를 맛본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치즈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와인 항아리에 넣어두던 방식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치즈 표면에는 짙은 와인색이 배어 있고, 짭조름한 치즈 맛에 포도의 향긋한 풍미가 더해진다.
송인석은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직접 살펴본다. 우유를 굳히고 수분을 빼 모양을 잡은 뒤 와인을 활용해 숙성하는 손길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의 생활 지혜가 담겨 있다. 단순한 특산물을 넘어 치즈와 와인이 카헤티 사람들의 역사와 일상에서 어떻게 연결돼 왔는지 확인한다.
다음 여정은 대캅카스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부델라우리 호수다. 이곳은 물빛이 서로 다른 그린 호수와 블루 호수, 화이트 호수로 잘 알려져 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들은 바닥의 암석과 퇴적물,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초록색과 파란색, 우윳빛을 띤다.
호수까지 가려면 설산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산길을 걸어야 한다. 잘 닦인 관광로가 아닌 돌과 흙이 뒤섞인 길을 따라 고도를 높인다. 숨이 차오를수록 주변 풍경은 넓어지고, 멀리 보이던 눈 덮인 봉우리도 점차 가까워진다.
트레킹 도중 우연히 만난 베테랑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여행을 꿈꾸기만 하지 말고 떠날 수 있을 때 바로 길을 나서야 한다는 조언을 건넨다. 송인석 역시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순간과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떠올린다. 서른 살의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보는 동시에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긴 걸음 끝에 도착한 그린 호수와 블루 호수는 서로 다른 빛깔로 여행자를 맞는다. 그린 호수는 주변 풀과 암석이 비친 듯 짙은 초록빛을 띠고, 블루 호수는 맑고 깊은 푸른색을 드러낸다. 날씨와 햇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물빛은 인공적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코카서스산맥의 풍경이다.
호수 주변에는 눈이 채 녹지 않은 설산과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바람 소리와 물결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공간에서 여행자는 자연이 만들어낸 색을 오래 바라본다. 목적지에 닿기까지의 고단함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함께 금세 잊힌다.
비바람 뚫고 도착한 국경의 요새 마을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케브수레티의 중심 마을 샤틸리로 향한다. 그러나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도로는 더욱 거칠어진다. 아스팔트 대신 울퉁불퉁한 자갈과 진흙이 이어지고, 길 위에는 송아지와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자동차 바퀴가 고장 날 정도로 험한 오프로드가 계속된다.
설상가상 갑작스럽게 비까지 쏟아진다. 산악 지역의 날씨는 빠르게 변하고,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송인석은 빗속을 달리다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해 몸을 피한다. 젖은 옷과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지만, 숙소 주인아주머니가 내어준 따뜻한 차와 간식 덕분에 온기를 되찾는다.
게스트하우스를 홀로 지키는 주인아주머니에게서는 산골 마을의 이야기를 듣는다.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에는 오래된 집과 소수의 주민만 남아 있다. 한적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평온함이 있는 반면, 이웃과 가족이 줄어드는 외로움도 함께 존재한다.
여행자는 관광지로만 보이던 산골 마을의 현실을 주민의 목소리를 통해 마주한다. 조지아 산악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오랜 인내와 생활이 자리하고 있다. 비를 피해 잠시 머문 공간에서 예상하지 못한 인연과 이야기를 얻는다.
거짓말처럼 하늘이 다시 맑아지자 송인석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비에 젖은 산길은 여전히 미끄럽고 험하지만,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면서 케브수레티의 깊은 계곡과 산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러시아와의 국경 가까이에 자리한 샤틸리다. 해발 약 1400m 산악 지대에 형성된 샤틸리는 주거 공간과 방어 시설이 하나로 결합된 요새 마을이다. 외부의 침입이 잦았던 지역적 특성 때문에 집과 탑, 통로를 서로 연결해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처럼 만들어졌다.
샤틸리에서는 조지아 전통 석조 건축물인 코쉬키를 가까이에서 만난다. 높고 단단한 돌탑은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공격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탑과 집 사이에는 좁은 통로와 계단이 이어져 있어 외부로 나오지 않고도 마을 안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색빛 돌로 빽빽하게 쌓아 올린 건물들은 주변의 가파른 산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수백 년 전 산악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건축 구조는 오늘날 샤틸리를 대표하는 독특한 풍경이 됐다. 돌벽과 작은 창문, 미로 같은 골목에는 국경 지역이 견뎌온 긴 시간이 남아 있다.
마을에서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음식 힌칼리도 맛본다. 힌칼리는 밀가루 반죽 안에 다진 고기와 향신료, 육즙을 넣고 주머니 모양으로 빚어 삶은 음식이다. 윗부분의 반죽을 손으로 잡은 뒤 안에 든 뜨거운 육즙을 먼저 마시고 나머지를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마을 아주머니가 직접 빚어준 힌칼리는 험한 길을 달려온 여행자의 허기를 채운다. 투박한 돌집 안에서 현지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유명한 관광 명소와는 다른 온기를 전한다.
송인석은 샤틸리 요새 안에 마련된 숙소에서 밤을 맞는다. 처음 계획했던 투셰티에는 가지 못했지만, 목적지를 바꾼 덕분에 양 떼와 유목민, 와인 치즈, 빙하 호수와 산골 주민들을 만났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많은 장면이 여행 속에 남는다.
‘세계테마기행-서른 살, 청춘 여행기 조지아’ 1부 ‘전설의 길 따라 무작정 직진’은 오토바이를 타고 변화무쌍한 조지아 산악 지역을 돌파하는 여정이다. 카헤티의 와인 치즈와 아부델라우리의 그린·블루 호수, 비 내리는 케브수레티 산길과 요새 마을 샤틸리까지 청춘 여행의 설렘과 시행착오가 생생하게 이어진다.
EBS1 ‘세계테마기행-서른 살, 청춘 여행기 조지아’ 1부 ‘전설의 길 따라 무작정 직진’은 7월 13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