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앤트로픽 이사회 임명권 가진 신탁에 무보수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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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앤트로픽 독립 감독기구 장기이익신탁 합류
2008년 금융위기 대응·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AI 거버넌스에 힘 보탠다

버냉키, 앤트로픽 이사회 임명권 가진 신탁에 무보수 합류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버냉키, 앤트로픽 이사회 임명권 가진 신탁에 무보수 합류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독립 감독기구인 '장기이익신탁(Long-Term Benefit Trust)'에 합류했다. 앤트로픽은 7월 9일(현지시각) 이 같은 인선을 공식 발표했다. 장기이익신탁은 앤트로픽 경영진에 조언하고 이사회 구성원을 임명하는 회사의 독립 거버넌스 기구다. 버냉키는 이 신탁을 통해 AI가 경제를 어떻게 바꿔가는지 회사가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성명을 통해 "AI의 잠재력은 막대하며 그로 인해 나타날 결과의 범위도 그만큼 넓다"며 "그 잠재력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는 부분적으로 우리가 AI를 둘러싸고 구축하는 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끈 버냉키, 이번엔 AI 거버넌스로

버냉키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지 오래지 않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붕괴로 불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정면으로 맞았다. 당시 연준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정책) 시대로 이끈 것이 그의 대표적 유산으로 꼽힌다.

연준을 떠난 뒤에는 브루킹스 연구소, 시타델(Citadel), 핌코(Pimco) 등에서 여러 직책을 수행했다. 그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장을 지내며 대공황의 원인과 은행이 금융위기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연구를 축적했고, 이 연구 성과로 202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번 앤트로픽 신탁 합류는 통화정책과 금융위기 대응에서 쌓은 경험을 AI 산업이 몰고 올 경제적 변화를 짚어보는 데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장기이익신탁이란 무엇인가 / AI 생성 이미지
장기이익신탁이란 무엇인가 / AI 생성 이미지

장기이익신탁이란 무엇인가

앤트로픽의 장기이익신탁은 회사 경영진 및 투자자와 독립된 기구로, 이사회 구성원 다수를 임명하고 해임할 권한을 가진다. 신탁 구성원은 다양한 전문성을 기준으로 선정되며 앤트로픽에 재정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 특징이다. 이는 AI 스타트업이 상업적 성공과 공익 사이의 균형을 지키도록 견제하는 장치로 설계됐다.

버냉키는 이 신탁에서 닐 버디 샤(Neil Buddy Shah), 리처드 폰테인(Richard Fontaine), 마리아노-플로렌티노 쿠엘라르(Mariano-Florentino Cuellar)와 함께 활동하게 된다. 앤트로픽은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이윤 추구와 함께 사회적·공적 이익을 회사 정관상 목적으로 명시한 기업 형태)으로 운영되는데, 장기이익신탁은 이 공익법인 구조가 실제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최상위 감독 장치 역할을 한다.

버냉키가 밝힌 합류 동기

버냉키는 앤트로픽이 만든 이 거버넌스 구조에 대해 "AI가 인류에게 주는 장기적 이익이 위험을 훨씬 능가하도록 보장하려는 독특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며 "이 중대한 임무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AI의 잠재력이 만들어낼 결과의 폭이 넓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방향이 결국 AI를 둘러싼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도와 규칙의 신뢹성을 강조했던 그의 기존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금융시스템의 위기 대응 제도를 다뤘던 경험이, 이번에는 AI 기업의 자체 견제 제도를 살피는 역할로 이어진 셈이다.

AI 기업 거버넌스에 던지는 의미

버냉키의 합류는 AI 기업들이 기술 개발 속도만큼이나 사회적 책임을 담보할 견제 장치를 갖추라는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재정적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 임명권까지 가진 독립 기구에 앉히는 방식은, AI 기술이 몰고 올 파급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 최대 경제 위기 대응을 지휘했던 인물이 AI 스타트업의 감독 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AI가 고용시장과 산업구조,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커지는 가운데 버냉키의 경제 분석 경험이 어떤 실질적 조언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장기이익신탁이 실제로 이사회 구성에 개입하는 사례가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