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선고 받은 18개월 아기, 영안실서 살아있는 채 발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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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미국에서 사망 선고를 받은 18개월 남자아이가 영안실에서 살아 있는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수영장 익수 사고로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은 지 약 다섯 시간 만이었다. 경찰이 여러 차례 생존 징후를 알렸지만 담당 의사가 사망을 선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와 미국 NBC뉴스, AP통신, ABC뉴스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병원에서 수영장 익수 사고를 당한 18개월 남자아이 빈센트 로렌초 피오르딜리노가 의사로부터 사망 선고를 받은 뒤 영안실로 옮겨졌지만 약 다섯 시간 뒤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상태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경찰관들이 여러 차례 생존 징후를 보고했음에도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진의 판단 과정과 병원 시스템 전반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언론이 최근 공개된 경찰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월 8일 미국 애리조나주 길버트의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집에서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시청하기 위한 가족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빈센트는 집 뒷마당 수영장에서 얼굴이 물에 잠긴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즉시 911에 신고했고, 오후 5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실시한 뒤 아이를 머시 길버트 메디컬센터(Mercy Gilbert Medical Center)로 이송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두 명은 병원에서 여러 차례 아이에게 생존 징후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기록했다. 일부 간호사 역시 맥박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부모도 아이가 숨을 쉬는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BC뉴스는 경찰 보고서를 인용해 여러 사람이 아이가 '헐떡이는(gasping)'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담당 의사인 아리안 투시(Aryan Toosi)는 경찰관에게 "당신은 당신 일을 하고 나는 내 일을 하게 해 달라(Please do your thing and let me do my thing)"며 "내가 의대를 간 데는 이유가 있다(I went to medical school for a reason)"고 말했다.
경찰 보디캠 영상에는 투시가 오후 6시 20분 "이의가 없다면 사망 시간을 선고하겠다(If there's no objections, I'd like to call time of death)"고 말한 뒤 사망을 공식 선언하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선고를 받은 빈센트는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오후 11시 52분 마리코파 카운티 검시관실 직원이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아이가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빈센트는 즉시 피닉스 아동병원으로 헬기를 이용해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결국 생존했다. 길버트 경찰은 아이가 퇴원했다고 밝혔으며, 가족이 개설한 모금 페이지에는 현재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호흡하고 있고 심각한 뇌 손상은 피했지만 지속적인 의학적 관찰과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병원은 사건 발생 이후 내부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머시 길버트 메디컬센터는 성명을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진료 과정을 철저히 검토했다"며 "매우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밝혔다.
사망 선고를 내린 투시의 변호인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사실관계와 의학적 측면에서 훨씬 더 많은 내용이 있다"면서도 환자 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사건은 의료진뿐 아니라 부모의 관리 책임으로도 번지고 있다. 경찰은 부모가 사고 당일 오전 마리화나를 흡연했다고 진술했으며, 당시 마리화나나 다른 향정신성 물질의 영향으로 아이가 수영장으로 나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모를 아동학대(child abuse) 혐의로 기소할 것을 마리코파 카운티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미국의 법의병리학자인 주디 멜리닉 박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가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실제로 발생한다"며 "주로 고령층에서 나타나며 영유아에게서는 훨씬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망한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다"며 이번 사례는 사망 선고 과정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