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마을”이 아니라 “돈이 도는 마을”…신한금융, 대구 안심마을에 60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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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행안부와 협약…3년간 매년 20억씩 총 60억 지원
에너지 절감·일자리·지역문제 해결 앞세운 ‘대구형 지역순환경제’
신한금융그룹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키우기 위해 3년간 60억 원을 투입한다. 지원 무대는 주민 주도로 돌봄과 에너지, 생활 서비스를 만들어온 대구 동구 안심마을이다.

대구 안심마을이 모델 사업지로 선정된 이유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일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마을에서 행정안전부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금융사가 단순 기부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돈과 일자리, 서비스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희망재단을 통해 올해부터 3년 동안 매년 20억 원씩 총 60억 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공모를 거쳐 선정되는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기업이다.
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고효율 에너지기기 교체를 돕는 에너지 임팩트업, 사업 개발과 신규 고용을 지원하는 베이스 임팩트업, 민관 협력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업이다.
협약식이 열린 안심마을은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사업 가운데 ‘지역순환경제 구축형’ 사례로 분류된다. 행안부는 2026년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발굴·확산 사업을 통해 지역 문제를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델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공서비스 혁신형·지역순환경제 구축형 등 6대 유형을 제시했다.
안심마을은 정부 지원이 시작되기 전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조직을 꾸려온 곳이다. 2008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고, 이후 어린이집, 도서관, 카페, 식당, 도시락 배달, 햇빛발전소 등 생활 서비스가 하나씩 쌓였다. 현재 20여 개 사회적경제기업과 시민단체가 지역 안에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무엇이 다른가

사회연대경제는 기업 활동을 하되 이윤만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 경제 방식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처럼 지역 문제 해결과 공익적 가치를 사업 목적에 포함하는 조직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일반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한다면,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돌봄 공백, 고령화, 빈집, 에너지 비용, 지역 일자리 부족 같은 문제를 사업 안에서 함께 다룬다. 예컨대 마을 식당이 단순히 식사를 파는 공간을 넘어 노인 도시락 배달, 취약계층 고용, 지역 농산물 구매까지 맡으면 주민이 쓴 돈이 외부 업체로 곧장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다시 쓰이는 효과가 생긴다.
국제적으로도 사회연대경제는 지역 불균형과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다뤄지고 있다. 유엔총회는 2023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했고, 협동조합·공제회·재단·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조직을 사회연대경제의 주체로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이 협동조합을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조직으로 규정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상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사회연대경제라는 표현은 이런 조직들을 더 넓게 묶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금융권 지원이 중요한 이유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지역 현장에 밀착돼 있지만 자금 조달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담보나 매출 규모가 부족한 초기 조직은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고, 단기 수익성이 낮은 돌봄·환경·공동체 사업은 일반 투자 유치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역할은 단순 후원보다 크다. 안정적인 사업비가 들어가면 낡은 장비를 고효율 설비로 바꾸고, 지역 주민을 새로 고용하고, 공공기관·지자체와 함께 장기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 이번 신한금융 지원이 에너지 효율화와 일자리,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동시에 겨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도 올해 사회연대경제 정책을 지역소멸과 돌봄 공백 대응 수단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청년 일경험, 통합돌봄, 사회주택, 햇빛소득마을, 농어촌 생활서비스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지역순환경제와 맞닿아 있다. 햇빛발전소나 고효율 설비 교체 사업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절감된 비용이 지역 돌봄, 교육, 생활 서비스에 다시 쓰이면 마을 단위 재투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금융사가 ESG 경영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사회연대경제 지원은 탄소 감축, 취약계층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역순환경제의 성패는 ‘지속성’에 달렸다

이번 사업의 관건은 60억 원이라는 지원금 자체보다 지원 이후에도 조직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다. 사회연대경제 사업은 초기에는 공공성과 필요성이 분명해도 수익 모델이 약하면 보조금 종료 뒤 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안심마을 모델이 확산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역 주민이 실제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다. 둘째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구매가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는 회계, 마케팅, 인력 관리 같은 경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 안심마을이 지역순환경제 모델 사업지로 선정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곳은 외부 지원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주민 주도 조직이 자리 잡았고 돌봄·교육·식음료·에너지 등 생활 밀착형 사업이 서로 연결돼 있었다. 행안부는 이런 자생적 기반을 바탕으로 안심마을을 대구형 지역순환경제 모델의 추진 거점으로 삼았다.

신한금융은 2023년 행정안전부와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지역 활성화’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는 사회연대경제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행정안전부, 대구시, 안심마을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보고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돌봄과 에너지처럼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회연대경제가 성장하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민간 참여가 함께 필요하다”며 “지역이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