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전문의 없어 헤매던 아기, 태어난 지 7시간 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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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친 신생아, 지역 의료 공백이 부른 비극
신생아 전문의 사직과 병상 부족, 반복되는 의료 공백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신생아가 전문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8일 SBS 단독보도에 따르면 아기는 지난 4일 오후 8시 13분 전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출생 당시 몸무게는 3.47㎏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출생 직후 정상적인 울음이 나오지 않았고 산소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아기를 자극하며 상태를 확인했고 일정 시간 뒤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상태가 악화됐다.

아기에게선 호흡과 관련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산소 부족으로 피부가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발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심박수도 떨어졌다. 자정이 넘어 아기의 심박수가 분당 70회 수준까지 감소하자 간호조무사가 의료진을 호출했고, 이후 신생아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기 위한 전원 절차가 시작됐다.
신생아의 경우 출생 직후 호흡 곤란이나 심장 기능 저하 등이 발생하면 신속한 처치가 중요하다. 특히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은 인공호흡기 치료와 전문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고위험 신생아에게 필요한 의료 환경을 제공한다.
당시 전주에서 신생아 전문의가 근무하는 주요 병원은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등이었다. 그러나 전북대병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담당해온 유일한 신생아 전문의가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힌 뒤 휴가 중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수병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이 부족해 추가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아기는 약 30분 이상 떨어진 원광대병원으로 이동하게 됐다.
하지만 이송 과정에서 아기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원광대병원 도착 당시 아기는 호흡이 어려운 상태였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끝내 새벽 3시 30분쯤 숨졌다. 태어난 지 약 7시간 만에 부모와의 시간이 끝난 것이다.
아기 아빠는 “누가 봐도 골든타임이었고 경고등이 울린 상황이었다”며 “아기가 살려달라고 신호를 보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모는 출생 직후 적절한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한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판단과 전원 과정뿐 아니라 지역 내 신생아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도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신생아 전문의 부족과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 부족은 고위험 신생아 치료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특히 신생아 진료는 성인 진료와 달리 전문 인력과 시설이 필수적이다. 출생 직후 발생하는 호흡 문제나 감염, 심장 이상 등은 짧은 시간 안에 상태가 급격히 변할 수 있어 즉각적인 대응 체계가 중요하다.

경찰은 현재 아기의 사망 원인과 의료진의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의료 기록과 전원 과정 등을 살펴 의료 과실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약 일주일 전 이 지역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수년간 사실상 홀로 지켜온 신생아 전문의가 결국 사직을 결정했다.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진규 교수는 지난달 28일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주최한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교수는 “내가 버티면 결국 나중에 한꺼번에 다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전북 지역 신생아 의료 현장을 지켜온 핵심 인력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주 90시간에 달하는 근무와 50시간 연속 당직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감당해야 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는 구조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대병원은 신생아 전문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봉 상한을 없애는 등 인력 확보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높은 업무 강도와 의료 사고 위험 부담 등으로 지원하는 의사가 없었다.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 의료 격차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까운 곳에서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려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