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 사상 검증’ 지적받는 김현지 PD가 비판 쏟아지자 보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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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 원이 겨냥해 일베체 언급한 김 PD
네티즌들 비판 쏟아지자 인스타 계정 삭제
리센느 멤버 원이를 겨냥해 ‘사상 검증’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 김현지 MBC경남 PD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했다. 항의하는 네티즌들이 방문이 몰리자 지난 3일 게시물을 끝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닫았다. 다만 문제의 발언을 올린 X(옛 트위터) 계정은 그대로 두고 있다.

논란은 김 PD가 지난 1일 자신의 X에 "호평받는 유튜브 클립 하나 봤는데 여성 아이돌과 피디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는 글을 올리며 불거졌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 PD가 겨냥한 대상은 경남 거제 출신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원이(본명 정원이·22)였다.
원이는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 공개된 영상에서 같은 그룹 멤버 미나미의 일본 집을 방문했다. 어두운 방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자 촬영하던 PD가 먼저 "무섭노"라고 했고, 원이도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했다. 김 PD는 이 '노' 표현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식 혐오 표현으로 지목했다.
네티즌 다수는 '무섭노'가 경남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쓰인 사투리라며 반발했다. 평소 일베에 반감이 큰 커뮤니티에서도 김 PD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정도였다. 김 PD가 재직 중인 MBC경남 시청자 게시판도 그를 성토하는 글로 채워졌다.

"애당초 비표준어인 사투리에 표준을 규정하고 남의 사투리를 자기 표준에 맞춰서 재단하려는 게 웃기다", "부산에서 20년 살고 상경했지만 '무섭노'는 지금도 고향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 쓴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우리 가족도 노 많이 쓰는데 일베냐. 부모님은 일베가 뭔지도 모른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경남에서 어떻게 사는 건가. 부산 사람으로서 이해가 안 된다. 하루에 노노를 안 쓰는 날이 없는데"라고 적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PD는 지난 3일 X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제가 열어버린 지옥문을 제가 닫을 수는 없군요. SNS는 토론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건 다시한번 확인했어요. 하루아침에 정리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일본어 잔재 없애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그래도 모두의 마음 속에 분노보다는 고민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노를 구분하느냐보다는 그 말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사용에 잠깐의 머뭇거림이라도 둘 수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 결국은 선택과 태도입니다. 제게 욕설로 시작해 -노로 끝나는 글을 보내시는 분들은 자신의 말이 무엇을 증명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보세요.
그러자 사과하거나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 김 PD를 꾸짖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네티즌은 "그 말에 원이도, 경상도 사람들도 상처받았을 텐데 왜 머뭇거리지 않았나"라며 김 PD가 게시물에서 언급한 '머뭇거림'이라는 표현을 되돌려줬다.
다른 네티즌은 "SNS가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신이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닌가. 결론을 정해 놓고 하는 토론은 토론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토론이 아니라 몰아간 것이다. 확인도 안 된 부분을 가지고 사투리 사용을 정치적 수단으로 생각한 것이다"라고 지적한 네티즌도 있었다. "글 올리기 전 제대로 확인도 않고 마치 일베인 양 모는 것은 명예훼손 아닌가. 어린아이에게 한 번 대화라도 해 보지"라며 사과를 요구한 네티즌도 있었다.
김 PD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남태령'을 연출한 점을 들어 "이런 사람이 '어른 김장하', '남태령'의 제작자라는 게 어떻게 보면 민주사회의 비극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노' 표현으로 응수하는 반응도 잇따랐다. "뭐라카노", "진짜 뭐라노" 등 경상도 사투리로 받아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온라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즉 일베가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 전부터 감탄·독백형 '노'를 쓴 사례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귀엽노"라고 적은 2004년 블로그 글, "쫌 무섭노"라고 쓴 2007년 카페 글 등이다. 모두 김 PD 주장에 대한 반박성 게시물이다. 김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에서도 시골 사투리를 '-노' 자막으로 그대로 처리한 사례가 발견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언어학자인 안태형 동아대 교수가 과거 방송 인터뷰에서 "동남방언에서는 '노'가 의문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혼잣말이라든지 한탄, 독백 등에서 감탄형으로도 쓰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는 점, 국립국어원이 온라인 답변에서 '-노'가 경상 방언에서 과거부터 쓰여 온 종결 어미라고 밝힌 점도 주목받고 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진 상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청년들도 이것이 잘못된 혐오 표현임을 알고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김 PD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019년 죽창을 들자던 분이 오늘은 말끝 하나로 사상 검증하려고 한다"며 조 전 대표를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조롱 여부는 표현 자체보다 사용된 맥락이 중요하다. 리센느의 경우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