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축구 혁신위' 출범 8분 만에 최휘영 장관, 위원장직 '사퇴'…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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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위원장 자리, 출범식 도중 내려놓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K-축구 혁신위원회' 공식 출범과 동시에 공동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주목받고 있다.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혁신위 출범식에서 최 장관은 모두발언을 마친 직후 마이크를 잡고 "지금 이 순간부터 혁신위 공동위원장직을 물러나 한 사람의 위원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인과 체육인들이 주도적으로 혁신위원회를 이끌어 달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위원장 자리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대신 맡게 됐다.
당초 혁신위는 최휘영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남자축구 이해관계자 위원회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구조로 발표됐다. 그런데 출범식 당일, 그것도 첫 회의가 시작된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정부 측 수장이 자리에서 내려와 관심을 모았다.
최휘영 장관이 반복해서 강조한 단어, '독립성'
이날 최 장관이 사퇴 배경을 설명하며 거듭 꺼낸 단어는 '독립성'이었다. 그는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가치"라고 말한 뒤 "정부가 법에 정해진 범위를 넘어 협회 사무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정부는 한 걸음 뒤에서 정책과 예산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FIFA 규정 때문이다. FIFA는 회원국 축구협회가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을 경우 자격정지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개입을 이유로 국제대회 출전이 막힌 사례가 여러 나라에서 나온 바 있다. 문체부가 최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한 데 이어 정부 주도로 혁신위까지 꾸리면서, 축구계 일각에서는 FIFA가 이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최 장관이 출범 당일 곧바로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은 배경에는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위가 만들어진 진짜 배경…"감독 때문이 아니다"
혁신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 조 3위로 32강 진출에 실패한 직후 문체부가 긴급하게 구성한 조직이다. 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했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우리 축구가 위기다. 선수 때문이 아니다. 부진한 성적 탓이 아니다. 축구를 이끌어 온 지도자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실제로 월드컵 탈락 이후 대한축구협회장은 오래전부터 예고했던 사퇴를 발표했고, 국가대표 감독 역시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협회를 이끌 구심점이 동시에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가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한시적 조직을 꾸린 셈이다. 최 장관은 이 혁신위의 활동 기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를 이끌고 갈 축구협회 차기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혁신위는 상설 기구가 아니라 차기 협회장 선거와 새 집행부 구성 전까지 존재하는 임시 조직이라는 점이 이날 명확해졌다.

위원 명단 살펴보니…"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자"가 기준
최 장관이 밝힌 위원 인선 기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세 사람을 우선 위원으로 뽑은 기준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축구 발전을 위해 제기돼 온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것,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 국민과 축구계 내부 신망을 동시에 얻고 있을 것, 그리고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 세 번째 기준은 혁신위가 특정 인물의 협회장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악용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장치로 읽힌다.
여기에 대한체육회를 대표해 유 회장이, 실행 주체로는 대한축구협회 김승희 전무이사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외부 전문가로는 유영근 변호사와 국립부경대 김대희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최휘영 장관까지 더해 정부, 체육 행정, 축구 원로, 법률·학계 전문가가 고루 섞인 구성이다.

유승민 회장이 밝힌 고민,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시간"
위원장을 넘겨받은 유 회장은 위원직 수락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장관님과 차관님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체육인의 한 사람이자 팬의 입장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 때문에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혁신위 논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도 짚었다. 논의 결과가 권고인지, 협의안인지, 아니면 후속 절차를 전제로 한 이행 과제인지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만들어진 각종 혁신위원회, 개혁위원회가 결론을 내고도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전례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 회장은 또 대한체육회나 자신의 참여가 대표팀 운영이나 인사 등 민감한 영역에 관여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체 체육의 관점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참여"라고 선을 그으며, 축구협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박지성 위원장, "죄송스럽지만 감사하다"

박지성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선수 출신 축구인으로서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러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축구선수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행정적인 부분까지 검토하고, 이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취재진이 대거 몰린 것을 두고는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보내주시는지 알게 됐다"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럼 앞으로 뭐가 달라질까
한국 축구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결국 '이 혁신위가 실제로 뭘 바꿀 수 있느냐'는 대목이다. 혁신위 활동 기한은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와 새 집행부 출범 전까지로 한정된다. 협회장 선거 일정이 이 혁신위의 사실상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 논의 결과물의 법적 구속력 여부, 즉 권고안에 그칠지 실제 정관 개정이나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유 위원장이 직접 짚었듯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앞으로 회의를 거치며 성격이 규정될 전망이다.

정부의 역할 범위도 관심사다. 최 장관은 대표팀 감독 선임이나 협회 인사 등 구체적 사무에는 개입하지 않고 정책과 예산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문체부가 예고한 대한축구협회 특별감사는 혁신위 출범과 별개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 감사 결과가 혁신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FIFA와의 관계 역시 변수다. 정부가 협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국제축구연맹 차원의 문제 제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혁신위가 앞으로도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이라는 형식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