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살처분 외 답 없다, 캣맘들 잘못 크다”... SBS 게시판에 난리 났다

작성일

새덕후 “고양이는 외래종에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고양이만 '성역'으로 두는 것은 인간 중심적 위선”

한밤중 제주 부속 섬 마라도의 아찔한 절벽 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가 번식을 위해 바위틈으로 파고드는 순간, 어둠 속에서 나타난 포식자의 이빨이 새의 숨통을 죈다. 사냥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길고양이다. 날개가 뜯기고 머리가 잘려나간 천연기념물의 사체가 매년 봄 섬 곳곳에서 발견된다. 열화상 카메라에 담긴 이 장면 하나가 온라인을 둘로 갈라놨다.

고양이 / 픽사베이
고양이 / 픽사베이

자연 생태 유튜브 채널 '새덕후'를 운영하는 김어진 씨가 길고양이를 살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면서 길고양이 관리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폭발했다. 구독자 약 50만 명을 둔 김씨는 길고양이 문제를 다루는 영상을 잇따라 게재한 데 이어 SBS 유튜브 채널 '지식의 발견'에 출연해 길고양이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밝혔다.

'새덕후' 유튜브 채널로 유명한 김어진 씨가 SBS에서 길고양이 살처분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한국 사회와 미디어에서 고양이가 늘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가여운 존재로만 그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양이는 본래 한반도 야생 생태계에 없던 외래종이며, 국내 외래생물정보시스템에도 외래종으로 등록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호랑이·표범·늑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국내 자연에서 고양이는 천적 없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토종 야생동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고양이를 '세계 최악의 100대 외래종' 가운데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

김씨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눈앞에 움직이는 생명체가 있으면 본능적으로 사냥을 즐기는 고양이 특유의 습성이다. 그는 마라도에 남은 뿔쇠오리가 최대 150마리 이하로 추정된다며, 40여 마리를 섬 밖으로 옮긴 뒤에도 남은 고양이들이 여전히 멸종위기종과 철새를 사냥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국내에서 고양이가 야생동물을 사냥한 사례 700여 건을 직접 수집했다며, 그 가운데 멸종위기 1급인 무산쇠족제비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조사에서는 매년 야생 조류 15억 마리가 고양이에게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됐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그는 "과거 흔했던 다람쥐나 청설모가 이제 산에 가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도심과 산림을 가리지 않고 토착 소동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태의 뿌리를 인위적인 먹이 공급에서 찾았다. 도심은 고양이라는 포식자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님에도 이른바 '캣맘'들이 무제한으로 먹이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돼야 할 개체까지 살아남아 번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배부른 고양이가 그 힘으로 야생동물을 놀이처럼 사냥한다"며 "고양이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문제이니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김씨는 고양이가 쥐를 적극적으로 사냥하지 않으며 오히려 길에 뿌려진 사료가 쥐와 바퀴벌레의 먹이가 돼 위생 문제를 키운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중성화 사업(TNR)을 두고 김씨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잡아서 중성화한 뒤 제자리에 풀어주는 이 사업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려면 전체의 70~90%를 동시에 중성화해야 하는데, 전국 길고양이 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가 2014년 25만 마리였던 개체 수가 이후 11만 마리 넘게, 56%가량 줄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중성화한 개체는 수천 마리에 불과하다며 "수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말이 안 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TNR에 연간 237억 원이 투입된다며 "세금 낭비"라고 했다.

김씨가 제시한 대안은 살처분만이 아니다. 그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도심지 먹이 주기 금지"라며 인위적인 급여를 끊는 것만으로도 자연 도태가 이뤄져 개체 수가 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에게만 적용되는 동물 등록 의무제를 고양이까지 확대해 소유주를 명확히 가리고, 주인 없는 개체는 포획 후 입양되지 않을 경우 살처분(안락사)하는 방안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무작정 다 죽이자는 게 아니라 개체 수를 줄이는 여러 방법 가운데 살처분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포획은 국가가 나서서 할 일이지 개인이 나서면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길고양이가 마라도 뿔쇠오리를 죽이는 문제를 다루는 김어진씨의 유튜브 영상.

멧돼지나 고라니, 까치는 생태계 균형과 인간 편의를 위해 매년 총으로 포획하면서 유독 고양이만 '성역'으로 두는 것은 인간 중심적 위선이자 종 차별이라는 것이 김씨 논리다. 그는 2013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길고양이가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동물'로 규정되면서 동물보호소 구조·안락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관리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국립공원 등에 사는 들고양이는 환경부, 그 밖의 길고양이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나뉘어 있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에서 민원을 넣었더니 두 부처가 서로 소관이 아니라며 떠넘겼다는 것이다. 그는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고, 환경부가 고양이를 유해야생동물이나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해 개체 수를 줄일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호주 정부는 약 6000만 달러(약 540억 원)를 들여 고양이 박멸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고양이만 식별해 독성 젤을 분사하는 '펠릭서(Felixer)' 덫이나 인공지능(AI)으로 토착종은 통과시키고 고양이만 걸러내는 장치를 활용한다고 김씨는 소개했다. 하와이에서는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조례가 통과됐고, '길고양이 천국'으로 알려진 터키 이스탄불조차 최근 무분별한 급여를 금지하는 쪽으로 정책을 틀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별세한 제인 구달 박사가 저서에서 외래종 고양이 문제에 대해 "윤리적인 해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었다는 점도 언급하며 "호주와 뉴질랜드가 고양이를 잡는다고 그 나라 국민이 고양이 혐오자냐"고 반문했다.

'고양이,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란 제목으로 김어진 씨가 올린 영상.

반발도 거세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마라도 같은 섬의 특수성을 내륙에까지 과잉 일반화해 살처분을 논하는 것은 과격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맞선다. 김씨가 인터뷰에 앞서 통화했다고 밝힌 동물자유연대는 "고양이만 없어지면 모든 새가 번성할 수 있느냐"며 살처분보다 더 윤리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앞서 2023년 김씨가 비슷한 주장을 폈을 때도 동물권행동 카라는 반박 영상을 올렸고, 동물자유연대는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TNR이 효용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일부 누리꾼은 오히려 지금도 유해조수로 지정돼 과도하게 살처분·안락사되는 동물이 많다며, 제주 노루가 성급한 살처분 이후 개체 수를 회복하지 못한 사례를 들어 비살상 우선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난개발과 환경오염인데 특정 동물에게 책임을 전가해 혐오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양이 / 픽사베이
고양이 / 픽사베이

SBS가 김 씨 인터뷰를 내보낸 것 자체도 논란이 됐다. 일부 시청자는 방송사가 자극적인 영상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특정 동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동물농장을 방영하는 방송사가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게 어처구니없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감정을 빼고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 "길고양이가 불쌍하면 집으로 데려가 키우라" "먹이 주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려야 한다"며 김 씨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만 고양이 집이 150개 넘게 방치돼 있다며 관리 부실을 성토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결국 공직자들이 나서야 하는데 담당자가 바뀌지 않는다"며 제도 정비를 거듭 요구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다고 밝힌 그는 "고양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연 생태의 균형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