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폭염·바가지 요금 피하자… 요즘 직장인들이 휴가 가려고 손꼽아 기다리는 '이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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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표·숙박비 최대 40% 하락
여름 휴가를 성수기 대신 9월로 미루는 이른바 '늦캉스' 수요가 늘고 있다. 항공권과 숙박비 부담이 큰 7~8월을 피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9월에 여행을 떠나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른 무더위와 고물가가 겹치면서 휴가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46%가 혼잡한 성수기를 피해 9월 등 준성수기에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성수기와 비교하면 항공권과 숙박 요금이 최대 40%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여행객들이 늦은 휴가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이 여행하기 좋은 시기로 꼽히는 이유도 있다. 유럽은 한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점이고, 동남아시아는 우기가 끝나가는 시기다. 일본은 태풍 시즌이 지나가면서 선선한 날씨가 시작되고, 국내 대표 여행지인 제주 역시 여름 성수기보다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검색은 유럽, 예약은 일본
스카이스캐너의 9월 여행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검색 기준으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18.8%), 호주 시드니(15.7%), 이탈리아 로마(13.7%) 등 장거리 여행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실제 예약 단계에서는 후쿠오카, 도쿄, 오사카, 제주, 다낭 등 단거리 여행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관심은 유럽과 호주로 향하지만 실제 지갑을 여는 곳은 일본과 동남아라는 뜻이다.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 제시카 민은 항공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장거리 여행지를 검색해봤지만, 실제 예약 단계에서는 예산과 휴가 일정 등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해 부담 없는 단거리 여행지를 최종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검색과 예약 단계에서 여행지 선호가 이처럼 엇갈리는 현상은 장거리 여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실제 소비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름휴가 지출도 줄었다
비용 자체도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스카이스캐너 조사에서 한국인 여행객의 해외여행 시 1인당 항공권 지출 계획은 평균 43만 1739원, 숙박은 1인 1박 기준 평균 26만 791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각각 15%, 22% 줄어든 수준이다. 여행을 포기하기보다 지출 규모를 줄여서라도 다녀오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응답자 10명 중 7명인 68%는 이미 올해 여름휴가 상품을 예약했거나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답해, 여행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시기와 목적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된다.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설문에서는 성수기를 피한 일정 조정이 28.7%, 저비용항공사 이용이 14.9%, 숙박 등급을 낮추는 방식이 14.1%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휴가 출발 시점을 7월 말에서 8월 초로 잡은 비율이 35.9%로 가장 높아, 성수기 집중 현상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항공사들도 하반기 수요 잡기 나서
늦캉스 수요가 커지면서 항공업계도 하반기 여행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칭다오, 인천~지난 노선을 매일 운항하는 등 중국 노선을 확대했고, 9월부터는 대구~장자제 노선도 재운항할 예정이다. 스카이스캐너는 최저가 대비 20% 이상 가격이 떨어진 항공편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DROPS' 기능을 최근 고도화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행객들이 성수기를 피해 비용 효율적인 시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항공사들도 노선 확대와 프로모션을 통해 하반기 여행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 지난 뒤에도 여행 관련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성수기 이후 시장을 겨냥한 업계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성수기를 고집하지 않고 시기를 조정하는 여행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