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배부르고 텁텁해서… 요즘 2030 홈술족이 치킨과 함께 즐기는 '의외의 조합'
작성일
집에서 즐기는 야식, 치킨과 와인의 완벽한 조합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이 오랫동안 한국인의 대표적인 야식 조합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최근에는 치킨에 와인을 곁들이는 '치인(치킨+와인)' 트렌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손쉽게 와인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치킨 소스나 조리법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 즐기는 홈술족이 늘고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인 후라이드 치킨에는 산도가 뚜렷한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 튀겨낸 후라이드 치킨은 닭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는 메뉴인 만큼, 소비뇽 블랑처럼 상큼한 산미를 지닌 화이트 와인이 튀김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적당한 산도와 당도를 갖춘 리슬링도 후라이드 치킨과 궁합이 좋은 품종으로 꼽힌다. 단맛을 즐기지 않는다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드라이한 리슬링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탄산의 청량감을 원한다면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튀김의 기름기를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양념치킨엔 스파클링이나 리슬링
고추장과 마늘 베이스의 매콤달콤한 소스가 특징인 양념치킨에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약간의 단맛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 특히 잘 맞는다는 평가가 많다. 스파클링 와인의 탄산은 강한 양념의 맛을 입안에서 깔끔하게 헹궈주는 역할을 하며, 새콤달콤한 무스카토 와인 역시 매콤달콤한 양념치킨과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꼽힌다. 아로마가 풍부한 리슬링도 양념치킨과 궁합이 좋은 품종 중 하나다. 다만 양념이 진할 경우 입안이 텁텁해질 수 있어, 양념을 다소 덜어내고 곁들이면 와인의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열린 치킨-와인 페어링 대회에서는 단맛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장치킨엔 묵직한 레드 와인도 잘 어울려
짭짤한 간장 소스가 특징인 간장치킨은 다른 치킨 메뉴와 달리 레드 와인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부드러운 타닌과 신선한 과즙을 지닌 칠레의 카르메네르 품종이 간장치킨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좀 더 묵직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카베르네 소비뇽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와인의 타닌이 짭짤한 간장 소스와 만나면서 서로의 풍미를 살려주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로즈마리를 곁들여 튀긴 치킨이나 간장 베이스 소스에는 샴페인을 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매운 치킨엔 로제나 모스카토
화끈한 매운맛이 특징인 핫치킨류에는 단맛이 살짝 있는 로제 와인이나 모스카토 와인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과 단맛이 만나면 자극이 한결 완화되는 효과가 있어, 매운 음식과 페어링할 때는 드라이한 와인보다 약간의 당도가 있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페어링의 기본 원칙
전문가들은 와인과 음식 페어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맛을 압도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을 꼽는다. 같은 치킨이라도 소스와 조리법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정해진 공식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조합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흰 살 생선이나 닭고기처럼 담백한 육류에는 화이트 와인이, 양념이 진하거나 기름진 음식에는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이 잘 맞는다는 것이 기본 공식으로 통한다. 다만 짠맛은 와인의 떫은맛과 신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짭짤한 소스의 치킨에는 의외로 무게감 있는 레드 와인도 좋은 궁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매운맛이 강한 음식에는 도수가 높고 타닌이 강한 와인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약간의 단맛이 있는 와인이 자극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집에서 즐기는 치킨 와인 팁
집에서 치킨과 와인을 즐길 때는 몇 가지 기본만 지켜도 훨씬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냉장고에서 충분히 차갑게 보관한 뒤 8~10도 정도로 서빙하는 것이 좋고, 레드 와인은 상온에 가깝게 보관해 산미와 타닌의 밸런스를 살리는 것이 좋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을 곁들일 계획이라면 치킨을 주문한 직후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병을 열어 살짝 브리딩해두면 향이 더 잘 살아난다. 와인은 오프너와 잔만 있으면 되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1만~2만원대로 다양한 와인을 구입할 수 있어 접근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번 주말 치킨을 주문할 때는 냉장고 속 맥주 대신, 소스에 맞는 와인 한 병을 곁들여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