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 위기에 유통가 초비상… 노동자·협력사 10만 명 생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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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중단하고 폐지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 측이 즉시항고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최종 기각할 경우 마트는 즉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걸린 수많은 노동자와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 자금을 대준 금융권 등 유통가 안팎에 초대형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우려된다.

법원은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구체적 사유로 극심한 자금 조달 실패를 꼽았다. 잔존 사업 부문의 매출이 지속해서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임금, 세금, 물품 대금 등 최우선 변제 의무가 있는 공익채권이 급격히 불어났다는 진단이다. 법원 재판부는 정상적인 영업 유지를 위해 최소 2000억 원 상당의 유동성 공급이 필수적이었으나 현재까지 자금 조달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을 실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관계인집회의 심리조차 거치지 않은 채 절차를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홈플러스가 안고 있는 총부채 규모는 7조 650억 원에 이른다. 세부 항목별로는 매장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부채가 약 3조 5867억 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금융권 차입금이 약 2조 5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법원이 지적한 미지급 공익채권 총액만 약 1조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 채권은 협력업체 용역비 등 미지급금 약 6000억 원, 물품매입채무 약 5200억 원, 미지급 퇴직금 및 세금 약 3800억 원 등으로 얽혀 있다.
'포괄적 금지명령' 효력 상실
이번 폐지 결정으로 인해 그동안 홈플러스의 자산 압류 조치를 유예해주던 '포괄적 금지명령'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각 채권 기관은 가압류와 강제집행, 법원 경매 등 강제적인 채권 회수 절차에 전격 착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장 단일 기관 중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저당권이 설정된 전국 62개 홈플러스 매장을 대상으로 담보권을 행사해 즉각적인 경매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 역시 홈플러스 명의의 예금 계좌를 동결하거나 카드사 정산대금 등 매출채권, 회사에 남아있는 현금성 자산을 대상으로 무더기 가압류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자산 압류가 가시화되면 홈플러스는 자산 운용이 전면 마비되면서 마트 영업이 즉각 중단되고 사실상 강제 청산 수순을 밟게 된다.
노동자·납품업체 10만 명 생계 위기
물류가 멈추고 청산이 현실화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들과 중소 협력업체들로 전가될 전망이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정직원 1만 2000여 명은 물론 외주 용역업체 직원, 납품업체 임직원, 독점 계약을 맺은 농산물 공급 농가 등 직간접적 이해관계자 10만여 명의 생계가 단숨에 위협받는 처지에 놓인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중소 납품업체들이 물품 가압류 등을 신청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더라도 온전한 구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익채권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일반 물품 대금은 파산 절차에서 후순위 채권으로 밀려나 자산 매각 대금 분배에서 소외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품대금 중 우선 변제권이 있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지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공급받은 물품'으로 그 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금융 시장의 동반 부실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매장 62곳에 담보를 설정한 메리츠금융그룹은 경매 처분 등을 통해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상당 부분 회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증권사와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대출해 준 약 8000억 원 상당의 자금은 뚜렷한 실물 담보가 없는 신용성 여신이어서 사실상 전액 떼일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수천억 원대 대출 채권이 한꺼번에 부실 자산으로 확정될 경우, 일부 저축은행과 중소형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 악화와 재무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내 '즉시항고'가 마지막 불씨
다만 홈플러스의 최종 파산 성립 여부를 가릴 마지막 법적 절차는 남아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 연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앞으로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하면 해당 회생 절차를 다시 이어갈 수 있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항고장이 접수되면 채권단의 자산 압류 조치 역시 재판부의 추가 심리 기간 동안 잠정 보류된다.
그러나 이번 법정관리 중단 사태의 결정적 원인이 고작 2000억 원 규모의 최소 운영 자금 미조달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홈플러스의 지배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을 향한 정치권과 여론의 호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MBK 김병주 회장이 움직이는 총자산 규모가 약 43조 원에 달하고 개인 재산만 해도 약 14조 원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신 권한대행은 김 회장이 과거 사태 초기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던 점을 지적하며, 단 2000억 원을 투입하지 않아 거대 유통기업과 수많은 노동자를 파산 파국으로 밀어 넣는 행태를 강력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