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미화' 우려 딛고 드디어 첫방… 여배우 4년만 복귀작으로 뜨거운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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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자녀들이 일궈낼 기적의 가족 탄생기
'가족관계증명서'가 막장 드라마의 틀을 깨고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일일극으로 시청자들에게 승부수를 띄운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새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극본 박지현/연출 김미숙)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미숙 PD를 비롯해 배우 박세영, 한고은, 임지은, 성이언, 박솔라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채롭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는 태어난 순간부터 한 가정을 망가뜨린 존재로 낙인찍힌 한 아이와 세상의 날 선 편견 및 가혹한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며 스스로의 삶을 되찾아 가는 한 여자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경계선 없이 살아온 불륜 세대가 자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도리어 그 상처 입은 자녀들이 부모 세대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극 초반은 부모 세대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로 포문을 열지만, 점차 자녀들의 사랑이 거대한 동력이 돼 부모 세대를 화해시키고 새로운 결혼관과 인생관을 확립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상간녀의 딸'과 '본부인'…가장 모순적인 피해자들의 이야기
작품은 불륜이라는 파국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내면을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그 중심에는 불륜의 가장 모순적인 피해자인 '상간녀의 딸' 지니가 있다.

보통 세상은 상간녀의 자식에 대해 "어른들이 잘못이지 애가 무슨 죄가 있겠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아이가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행복하게 웃으면 "불륜녀 자식이 뻔뻔하게 잘 산다", "피해자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주인공 지니는 바로 이와 같은 세상의 이중적인 시선과 모순의 한가운데 서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주홍글씨를 달고 나와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숨을 쉬는 것조차 본처와 그 자녀들에게는 가해가 되는 비극적인 운명이다.
드라마는 불륜의 자녀들도 여느 자녀들과 똑같이 자신의 꿈을 향해 웃을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웃음이 뻔뻔함으로 치부되거나 울음이 마땅히 감내해야 할 벌로 취급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짚어낸다.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한 불륜 가정의 자녀가 자신을 가둔 출생의 모순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세상이 씌운 굴레를 벗고 '내 존재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치열한 생존기이자 성장기다.
또 다른 축은 불륜으로 인해 시간에 박제된 최대 피해자 '본부인' 노영주다. 누구도 본부인이 되려고 결혼하지 않지만 평생을 약속한 배우자의 거절과 배신은 한 여자의 시간을 잔인하게 멈춰 세운다. 서류상의 자리는 지켜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잃어버린 노영주는 남편을 잃고 가정은 지켰음에도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작품은 이런 본부인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 인생이 배신당한 아내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다시 새로운 사랑과 행복한 인연이 찾아올 것이라는 응원을 보낸다. 그리하여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도 아닌 온전한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활짝 웃게 되는 한 여자의 희망에 대한 기록을 완성해 나간다.
박세영·성이언이 그려낼 서사
배우 박세영이 연기하는 나지니는 한국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인물이다. 아직 작가로 공식 데뷔하지는 못했으나 붓 터치 하나에도 서사를 담아내고 섬세한 표정으로 감정을 그려내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최종 목표는 자신의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어 전 세계가 공감하는 'K-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미모와 재능, 유명 첼리스트 엄마와 연출가 아빠를 둔 완벽한 금수저처럼 보이지만 사춘기 무렵 알게 된 진실은 잔혹했다. 부모님은 불륜 관계였고 자신은 한 가정을 파괴하고 태어난 사생아였던 것. 설상가상으로 친구라 믿었던 도희가 이 비밀을 폭로하고 학교폭력을 주도하면서 지니의 삶은 지옥으로 변했다. 손목을 긋고 방 안에 숨어 그림만 그렸던 암흑의 시기, 그를 다시 숨 쉬게 한 건 "네 잘못이 아니다"라며 울던 아빠 차민기의 뼈아픈 사과였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다시 발을 내디뎠을 때 이복오빠의 아들인 조카 오름을 만나 묘한 혈육의 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오름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지니는 망설임 없이 골수 기증을 자처한다. "내 피가 죄라면, 이 피로 아이를 살려서 갚고 싶다"는 속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결단이었다. 이 사건은 평생 지니를 증오했던 본부인 영주와 서촌 식구들의 얼음장 같던 마음에도 깊은 실금을 내며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성이언이 분한 임지후는 한국아트앤컬처센터 본부장이자 중빈과 선경의 아들이다. 시니컬한 냉미남으로 보이지만 다정함과 단호함이 적절히 배치된 완벽한 인물이다. 장군의 아들로 자라며 장군이 되고 싶었으나 타고난 재능은 피아노였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는 삶이 힘들었지만 어머니 선경의 지지 덕분에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는 집안의 '인형'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출항하면 몇 달씩 자리를 비웠고, 어머니는 그를 방관했다. 외로움이 극에 달했을 때 만난 피아노는 유일한 안식처가 돼주었고 그가 콩쿠르를 휩쓸기 시작하자 어머니의 태도는 금이야 옥이야 돌변했다. 지후는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더 건반에 매달려야 했다. 부모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마음속 트라우마는 그를 '사랑을 잃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연출을 맡은 김 PD는 작품의 기획 의도와 제목이 지닌 함축적인 의미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했다. 김 PD는 "우리 드라마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운을 떼며 "'가족관계증명서'라는 서류를 통해 가족 간의 얽히고설킨 내면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나. 이 제목에 우리 드라마가 가진 모든 주제가 담겼다. 부모 세대의 상처를 자녀 세대가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획 방향을 밝혔다.
특히 '불륜녀의 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에 따른 '불륜 미화 우려'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답했다. 김 PD는 "불륜녀의 딸은 태어난 죄밖에 없는데 사회적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한다. 조심스럽지만 인물들이 갇혀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그려내려 했다"라며 "사생아와 상간녀, 본부인 등 각 인물이 '왜 이럴 수밖에 없었나'를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드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하며 드라마에 대한 진정성을 피력했다.

이번 작품은 배우 박세영의 복귀작으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약 4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박세영은 "'가족관계증명서'를 복귀작으로 선택하기까지 오랜만의 작품이라 신중하게 대본을 검토했다"며 "주인공 나지니는 세상의 편견 안에 숨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나'로 살고 싶다며 삶을 새롭게 설계해 나가는 모습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나지니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축하며 나아가는지를 연기로 잘 표현해 보고 싶었다"라며 "결혼과 출산 이후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1년 정도 지나니 배우로서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복귀를 결심했다. 가족들도 전폭적으로 응원해 주며 육아를 도와주고 있다"고 든든한 지원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극 중 '불륜녀' 캐릭터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는 한고은 역시 작품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한고은은 "일단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라며 "이들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미화될 수는 없겠지만, 선이든 악이든 그렇게 행동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명확히 존재한다. 이야기를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게 풀어내는 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드라마의 독창적인 매력을 소개했다.
함께 출연하는 임지은은 작품이 가진 궁극적인 주제의식에 대해 언급했다. 임지은은 "결국 이 드라마는 '가족은 사랑이고 사랑이 이긴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귀띔하며 사건과 감정의 전개가 촘촘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중간에 방송을 건너뛰면 안 된다"라는 유쾌하고 실속 있는 시청 팁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세영은 시청자들을 향해 "드라마를 보며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이야기이니 많이 기대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죽어도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들, 마주 보는 것조차 고통인 본부인과 상간녀, 그들의 자식들이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장 격렬하게 부딪히기 시작한다. 심지어 한집에서 살게 되면서 찢어지고 터진 서로의 마음을 얼기설기 기워 가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법적으로는 남보다 못한, 서로를 증오해야 마땅한 악연들이 불완전함을 견디며 조금씩 가족이 돼가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MBC 새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는 오는 6일 오후 7시 5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