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혐오에 침묵하고 표만 쫓는 정치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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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등학교 야구부 5·18 민주화운동 조롱 6개월 출전 정지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경기 도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올해 남은 주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대학 진학과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청소년들의 꿈을 꺾는 과도한 징계라며 재고를 요청했고, 한동훈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도 타 사례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학생들에게만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情) 많은 어른들의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정작 이러한 일성(一聲)을 지켜보는 마음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정치인들의 눈에는 대회 출전이 막힌 고교 선수들의 안타까운 처지만 보이고, 철없는 구호에 또다시 가슴이 찢겨 나간 광주 시민과 5·18 유가족들의 피눈물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고립된 광주, 그리고 선거철의 참배
성숙한 정치인이라면 징계의 수위를 논하기에 앞서, 국가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공동체에 가해진 2차 가해에 먼저 고개 숙여 위로를 건넸어야 했다.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는 것이 공당과 정치인의 마땅한 도리이자 품격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징계가 과도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협회에 진정을 넣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토록 한결같이 가해자 측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치를 보며, 광주 시민들은 깊은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선거철만 되면 표를 의식해 광주를 찾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오월 정신 계승’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자 어불성설이다. 필요할 때만 광주를 찾고 정작 혐오 표현으로 인한 갈등 상황에서는 철저히 등을 돌리는 정치는 광주를 대한민국 사회의 고립된 섬으로 남겨둘 뿐이다.
■아이들의 일탈 이전에 ‘어른들의 책임’이다
전남·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적했듯, 이 사안의 본질을 단순히 '철없는 학생들의 일탈 처벌'로만 매듭지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를 증오와 혐오로 내몬 잘못된 정치와 인터넷 문화, 그리고 이를 수수방관한 어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학교 측이 내놓은 초기 사과문에 생성형 AI 워터마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교육 현장마저 이 사안을 진정성 있는 반성이 아닌 단순한 '리스크 관리' 정도로 치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방증이다.
그렇기에 정치권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의 꿈이 꺾이는 것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면, 왜 우리 아이들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는 모습으로 자라났는지 그 구조적 토양을 성찰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의 진짜 역할이다.
■미래를 향한 정치를 기다리며
양쪽의 무게를 공평하게 느끼고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정치인이 그리운 시대다. 한쪽에는 역사의 상처가, 다른 한쪽에는 청소년들의 미래라는 무게추가 매달려 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 두 무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 합의와 진정한 치유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뇌해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의 아픔을 진영 논리의 도구로 소비하며 갈등을 부추길 것인가. 이제는 얄팍한 표 계산에 갇힌 유치한 정치를 끝내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성숙한 정치를 보고 싶다. 광주를 더 이상 외롭게 두지 않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