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오이 유우의 미소가 불러오는 따스한 바람…영화 '훌라 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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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에서 석유로, 탄광촌의 운명을 바꾼 훌라댄스
시대의 격변 속 미소로 부수는 선입견과 고정관념

'훌라 걸스' (연출&각본: 이상일 | 출연: 아오이 유우, 마츠유키 야스코, 토요카와 에츠시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제공&공동배급: ㈜로아앤코홀딩스)

"세상이 멋대로 바뀐 거라고!"

극 중 타니카와 키미코(아오이 유우)의 오빠이자 탄광 노동자인 타니카와 요지로(토요카와 에츠시)는 실업 위기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이런 말을 한다.

'훌라 걸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1960년대 위기의 어느 탄광촌에서 시대의 변화를 맞아 훌라 댄스로 스파 리조트인 조반 하와이안 센터에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이야기다. 2일 20주년 기념 디렉터스컷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했다.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한때 조반 탄광은 도쿄에서 가장 가까운 대규모 탄광으로 시대의 중심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며 탄광은 폐광 직전까지 몰린다.

이에 탄광 노동자들의 딸들이 훌라 댄서가 돼 하와이안 센터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에 놓일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회사에서 건설한 하와이안 센터는 적과 다름 없었다. 이에 마을을 위해 훌라 댄서가 되려는 이들과 탄광촌을 지키려는 이들은 대립한다.

이처럼 영화는 구와 신의 과도기에 놓인 사람들의 얼굴에 집중한다. 기존 직업을 잃을까 걱정하는 탄광촌 사람들과 새로운 흐름을 즐기는 소녀들의 모습은 시대의 격변 속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담는다.

한겨울 찬바람이 부는 탄광촌과 한여름 하와이에 어울릴 법한 훌라 댄스는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해가 뜬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는 기성 세대의 기존 가치관과 관념을 신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무너트리는가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훌라 댄스는 당시 일본의 성관념을 고려했을 때 다소 이국적이었다. 가업을 잇는 것이나 아내가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탄광촌에서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계기는 여성들의 진심 어린 노력이었다.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모든 갈등부를 해소시키는 부분은 역시 클라이맥스의 댄스 신이다. 영화 내내 이어져 온 시련을 이겨내고 시종일관 미소와 함께 추는 춤은 실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배우들은 해당 장면을 위해 고난도의 훈련을 받았다.

춤은 키미코를 포함한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탄광촌에서 자꾸 솟아 나와 걸림돌인 온천수처럼 키미코의 훌라 댄스를 향한 마음도 더는 막을 수 없이 샘솟고 있었다.

여러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오로지 미소 하나로 부수며 마을을 환하게 만드는 이들의 일대기는 갈등과 분열이 가득 찬 이 시대에 더욱 어울리는 이야기다.

연출은 국내에서는 작년 '국보'로 널리 알려진 이상일 감독이 맡았다. 그는 '국보'로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명감독이다. '훌라 걸스'는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제작 역시 그처럼 재일교포 출신인 이봉우 씨네콰눈 대표가 맡았다.

'악인'(2010), '분노'(2016), '유랑의 달'(2020) 등에서 보였던 이상일 감독 특유의 개인과 공동체를 향한 꿈틀거리는 시선 역시 '훌라 걸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 등으로 대표되는 아오이 유우는 이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그의 미모와 연기는 시선을 끌어당기고 사람의 마음을 순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이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가스인간'에도 출연했다.

도쿄에서 초빙된 전문 댄스 강사인 히라야마 마도카 역의 마츠유키 야스코 역시 단호하면서도 마음 여린 여인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토요카와 에츠시 역시 순정 열혈남을 제대로 연기해 극의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당시 제80회 키네마 준보 베스트 텐 일본 영화 1위에 올랐으며 제 30회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아오이 유우)을 수상한 히트작이다.

연습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소녀들의 모습과,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스크린 위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누구도 도쿄의 연예기획사로 진출하는 욕심을 보이지 않고 마을을 살리기 위해 하나로 계속 나아갔다는 실화는 영화를 더욱 따스하게 만든다.

유튜브, 그린나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