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은 연중무휴인데 마트만 의무휴업… 마트 심야 영업·의무휴업 완화 논의 본격화

작성일

새벽배송 허용 넘어 의무휴업 폐지까지, 유통법 개정 논쟁 격화

제22대 국회가 후반기 상임위 진용을 갖추면서 유통업계의 최대 숙원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작업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소비 시장의 중심축이 이미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에도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는 해묵은 규제를 이제는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결과다. 앞서 전반기 국회에서도 새벽배송 허용 등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으나 끝내 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한 바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식재료 코너. /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식재료 코너. / 연합뉴스

유통가에 따르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여야 의원이 각각 내놓은 유통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기고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규제 완화라는 큰 틀에서는 야당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가 온라인 영업을 할 때만큼은 의무휴업이나 심야 영업 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정부·여당의 기조를 반영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안은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 배송 전면 허용은 물론 의무휴업일 지정 자율화와 심야 영업 규제 폐지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완화책을 골자로 한다. 두 법안 모두 비대면 쇼핑이 대세가 된 흐름을 고려해 오프라인 매장의 역차별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KDI "온라인 1% 늘 때 마트 타격"… 규제 패러다임 전환 제언

지난 2012년 도입된 현행 유통법은 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매월 두 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게 하고 새벽 시간대 영업을 가로막는 것이 골자다. 지난 10여 년간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대형마트만 오프라인 중심의 족쇄에 묶여 경쟁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KDI가 발표한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97조 7000억 원으로 지난 2018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소비 방식 변화에 따른 업태별 영향도 눈에 띈다. 온라인 소비가 1% 늘어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SSM이나 편의점 같은 동네 상권 기반 매장의 매출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KDI는 현재의 규제 체계가 2012년 당시의 오프라인 경쟁 구도에만 머물러 있어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온·오프라인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특정 유통 업태에만 규제 페널티가 집중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통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소상공인 반발은 변수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그간 주창해 온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고스란히 증명한 결과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온라인 플랫폼은 연중무휴로 24시간 내내 독주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영업시간과 휴무일에 제한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유통가에서는 이번 개정 논의를 단순히 '새벽배송 물꼬 트기'로만 국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새벽배송은 막대한 물류 인프라 투자와 인건비가 수반되는 만큼 각 기업의 사정에 따라 실효성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의무휴업이나 심야 제한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 자체가 낡은 유통 규제를 시대에 맞게 재정비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매장을 활용한 의무휴업일 및 심야 배송 허용은 전체 유통 규제 개혁의 첫 단추로서 의미가 크다며, 기업들이 각자의 경영 전략에 맞춰 유연하게 사업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배송 규제 완화를 넘어 십수 년간 이어진 의무휴업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종 입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 단체들이 규제 완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후반기 국회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극심한 진통과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