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월드컵 참사’ 지켜봤다…벤투, 고개 숙인 손흥민 향해 남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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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가 본 손흥민, 개인 탓 아닌 팀 문제라고 일침
4년 만에 떠올린 벤투, 한국 축구에 던진 쓸쓸한 조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어느덧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한국 축구를 향해 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태극전사들. 홍명보 감독 사퇴 이후 대표팀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벤투 전 감독은 옛 제자들을 향해 따뜻한 신뢰와 냉정한 조언을 동시에 남겼다.
특히 주장 손흥민을 두고는 “한두 명의 선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며 감쌌다. 고개를 숙인 손흥민을 향한 전임 사령탑의 한마디였다.
조별리그 탈락 지켜본 벤투 “선수들이 다시 국민 기쁘게 할 것”
연합뉴스에 따르면 벤투 전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일정을 마친 한국 대표팀이 귀국길에 오른 지난달 30일 매체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번 대회를 돌아봤다.
그는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밝혔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선수들을 향한 믿음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벤투 전 감독은 “지금은 무척 힘든 시기이겠지만, 선수들이 시련을 극복해 낼 것이고, 다시 국민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지도했던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을 위해 뛰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최종 순위는 48개국 중 34위. 32강 토너먼트 무대에도 오르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벤투 전 감독도 충격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1차전 결과가 좋았기에 안팎의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나 역시 한국의 1차전 후반전 경기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축구에서는 약팀이라 여겼던 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이 종종 벌어진다”며 “이번에는 한국이 그 이변을 겪었을 뿐”이라고 짚었다.
고개 숙인 손흥민 향해 “모든 문제 해결하기 어렵다”

이번 탈락 이후 가장 큰 부담을 안은 선수는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도 공격진을 이끌며 주장 완장을 찼다. 통산 월드컵 3골을 기록 중인 그는 한 골만 더 넣으면 안정환, 박지성과 함께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 공동 1위 기록을 단독 1위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다. 조기 탈락 이후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다시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벤투 전 감독은 그런 손흥민을 감쌌다.
그는 “팀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단 한두 명의 선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손흥민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벤투 전 감독은 손흥민을 두고 “내가 지도했던 선수 중 가장 뛰어나며, 가장 훌륭한 프로 의식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쏘니가 조국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국가대표로 뛴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벤투 전 감독은 손흥민이 앞으로도 대표팀에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쏘니는 앞으로도 국가대표로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태극마크를 다는 것을 계속 자랑스러워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그가 이 아픔을 딛고 다음 단계에서 또 한 번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낼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 사퇴 후 다시 소환된 이름, 벤투
한국 축구는 월드컵 탈락 직후 큰 후폭풍에 휩싸였다.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다시 떠올린 이름이 벤투 전 감독이었다.

일부 팬들은 벤투 전 감독의 복귀를 바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돌아와 주세요”, “그립습니다 벤버지”, “한국 축구 어떡하죠?” 같은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벤투 전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8년 9월 부임한 그는 약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단일 임기 기준 한국 축구대표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부임 초기에는 빌드업 축구를 두고 비판도 받았다.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공 점유율을 높이고,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려는 방식이 낯설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 전 감독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패스워크, 전방 압박, 전술적 일관성을 꾸준히 밀고 나갔다. 그 결과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월드컵 이후 재계약 없이 대표팀을 떠났다. 이후 2023년 7월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지난해 5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 현재는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벤투가 한국 축구에 남긴 조언 “1부터 10까지 다시 봐야”
벤투 전 감독은 이번 실패를 특정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는 “이런 사태는 통상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며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벤투 전 감독이 지목한 핵심은 ‘일관성’이었다.
그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동력 중 하나로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사이의 굳건한 믿음을 꼽았다.
벤투 전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 서로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에도 숱한 위기와 어려운 순간들을 겪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을 앞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최근 4년 동안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점도 짚었다.

벤투 전 감독은 “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4명의 사령탑을 거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투 전 감독의 마지막 당부는 분명했다.
그는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 벤투 전 감독이 바라본 한국 축구의 과제는 결국 그 지점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