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트럭 운전하다 '2만2900볼트 감전사고'... 까마귀 때문 (태안군)

작성일

까마귀 접촉으로 끊어진 고압선... 레미콘 운전자 감전 중상

충남 태안군의 한 도로에서 고압선이 끊어져 지나가던 레미콘 차량에 닿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사고 원인은 전신주에 앉은 까마귀로 지목됐다.

1일 태안경찰서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날 태안군 소원면 송현리의 한 농로 부근에서 레미콘 차량을 몰던 70대 A씨가 감전됐다.

감전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몰던 레미콘 차량. / 뉴스1
감전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몰던 레미콘 차량. / 뉴스1

까마귀 때문에 벌어진 사고였다. 포장 농로 옆 전주에 까마귀가 접촉하면서 스파크가 튀었고, 그 바람에 2만2900볼트 전기가 흐르던 전선이 끊어졌다. 마침 그 자리를 지나던 레미콘 차량 상부에 끊긴 전선이 닿으면서 고전압 전류가 차량으로 흘러들었고, 이 과정에서 앞바퀴가 폭발했다.

목격자로부터 "차량 앞바퀴에서 불이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이미 불이 꺼진 현장에서 전신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A씨는 의식과 맥박이 있는 상태였지만 하체에 4도 화상을 입는 등 중상을 당해 소방헬기로 화상전문병원까지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서는 감전돼 불에 탄 까마귀 사체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단락돼 떨어진 고전압 전선이 차 상부에 닿아 타이어가 터지는 과정에서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 탄 까마귀가 있다. A씨가 어떻게 감전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까마귀가 전주에 접촉해 그 전선이 끊어지면서 그 순간 정전이 발생한 걸로 보인다"며 "A씨가 어떻게 감전됐는지는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해당 사고로 일대 순간 정전만 있었을 뿐 별다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조류 접촉으로 인한 정전이나 감전 사고는 매년 반복해서 일어나는 문제다. 2024년 8월에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대 아파트 4개동 1000세대와 오피스텔·건물 등에서 정전이 발생해 1시간 남짓 뒤에야 복구된 일이 있었다. 당시 한전은 조류 접촉에 따른 안전상 휴전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한전 자료를 보면 야생조류로 인한 정전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33건 발생해 12만1589호가 피해를 봤다. 연도별로는 2018년 33건(6만9840호), 2019년 48건(2만7083호), 2020년 52건(2만4666호)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까치로 인한 정전이 93건으로 전체의 69.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구·경북·포항 지역의 경우 야생조류로 인한 정전이 2023년 44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중에서 까치는 겨울이 시작되는 12월부터 산란기인 이듬해 5월까지 전봇대 꼭대기 등에 나뭇가지뿐 아니라 철사나 옷걸이 등을 이용해 둥지를 짓는다. 이 둥지에 섞인 철사가 비가 올 때 전선 일부를 감싸며 정전을 유발하는 구조다. 까마귀는 둥지를 짓는 대신 전봇대에 설치된 설비를 부리로 쪼거나 날개로 쳐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은 매년 12월부터 5월까지를 조류 둥지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순찰과 둥지 철거, 포획 사업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도심에서는 엽사를 동원한 포획이 사실상 어려워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