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장마철에 유독 생각난다… 덥고 습한 날 입맛 깨우는 제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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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밥상에 어울리는 제철 고춧잎
무더위에 장마 습도까지 겹치는 여름에는 무겁고 기름진 반찬보다 산뜻한 채소 반찬이 먼저 떠오른다. 여름에 특히 맛이 좋은 '고춧잎'은 은은한 고추 향과 쌉싸름한 맛으로 식탁에 활력을 더한다. 비 오는 날에는 바삭한 전으로, 평소에는 정갈한 무침이나 볶음으로 여름 밥상을 다채롭게 채운다.


비 오는 날 부쳐 먹는 고춧잎전
장마가 이어져 하늘이 흐리고 빗소리가 잦은 날에는 기름에 노릇하게 지져낸 전이 먼저 떠오른다. 파전이나 부추전 대신 제철 생고춧잎을 넣으면 고춧잎 특유의 향과 씹는 맛이 살아 있는 전을 만들 수 있다. 고춧잎전은 끓는 물에 미리 데치는 과정 없이 생잎을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조리 부담도 크지 않다.
먼저 생고춧잎은 넓은 볼에 담아 흐르는 찬물에 씻는다. 잎과 줄기 사이에 남을 수 있는 이물질을 털어내듯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물기가 많이 남아 있으면 반죽이 묽어지고 전이 눅눅해질 수 있으므로 가볍게 털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손질한 고춧잎은 칼로 듬성듬성 2cm에서 3cm 크기로 썬다. 이렇게 썰어두면 반죽에 섞었을 때 잎이 한곳에 뭉치지 않고 고르게 퍼진다.

전을 부칠 때는 반죽의 농도와 불 조절이 중요하다. 부침가루와 차가운 물은 1:1 비율로 섞는다. 반죽이 지나치게 묽으면 고춧잎 사이에 반죽이 제대로 묻지 않아 뒤집을 때 찢어지기 쉽다. 반대로 반죽이 되직하면 고춧잎의 식감보다 밀가루 맛이 강해질 수 있다. 반죽을 고르게 푼 뒤 고춧잎을 넣고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가볍게 섞는다. 이때 잎을 세게 누르지 않아야 씹는 맛이 살아난다.
팬은 충분히 달군 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팬 바닥에 기름이 고르게 깔려야 전 가장자리가 노릇하게 익는다. 기름이 데워지면 고춧잎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팬 가운데 올리고 뒤집개로 얇고 넓게 편다. 불은 중불과 강불 사이로 맞추고, 아랫면이 단단해지며 가장자리가 노릇해질 때 뒤집는다. 매콤한 맛을 더하고 싶을 때는 꽈리고추나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반죽에 넣는다. 기름의 고소함에 고춧잎의 쌉싸름한 맛이 더해져 장마철 식탁에 잘 맞는 전이 완성된다.
데치기만 잘해도 달라지는 식감
전을 제외한 고춧잎 요리는 대체로 데치는 과정을 거치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양념도 잘 밴다. 생고춧잎을 그대로 무치거나 볶으면 섬유질이 질기게 느껴질 수 있어 끓는 물에 짧게 데쳐 사용하는 편이 좋다. 데치기는 색감과 식감을 함께 조절하는 과정이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어오르면 소금 1스푼을 넣는다. 물이 팔팔 끓을 때 고춧잎을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잎이 물러지고, 시간이 짧으면 질긴 식감이 남을 수 있다. 데친 고춧잎은 곧바로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열기를 식힌다. 이렇게 해야 잔열로 잎이 더 익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찬물에 헹군 고춧잎은 손으로 물기를 짠다. 물기를 지나치게 짜면 나물이 마른 듯한 식감이 나고 양념이 충분히 배지 않는다. 반대로 물기가 많이 남으면 양념이 묽어져 간이 흐려질 수 있다. 손으로 눌렀을 때 촉촉함이 남는 정도가 적당하다. 고춧잎의 쌉싸름한 맛이 강하게 느껴질 때는 찬물에 헹군 뒤 깨끗한 물에 10분 정도 담가둔다. 이후 물기를 가볍게 짜면 무침과 볶음에 쓰기 좋은 상태가 된다.
국간장 무침과 고추장 무침
손질한 고춧잎을 가장 부담 없이 반찬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침이다. 양념에 따라 맛의 방향도 달라진다. 고춧잎의 향을 살리고 싶을 때는 국간장 양념이 잘 맞고, 여름 밥상에 매콤한 맛을 더하고 싶을 때는 고추장과 된장을 함께 넣은 양념이 어울린다.

국간장 무침은 데친 고춧잎 한 줌을 기준으로 국간장 1스푼, 다진 마늘 0.5스푼, 참기름이나 들기름 1스푼을 준비한다. 넓은 볼에 국간장, 다진 마늘, 기름을 먼저 넣어 섞은 뒤 물기를 짠 고춧잎을 넣는다. 뭉친 잎을 손끝으로 풀어가며 무치면 양념이 잎 사이에 고르게 밴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간이 약할 때는 소금 한 꼬집으로 맞춘다. 국간장을 많이 넣으면 색이 어두워지고 짠맛이 강해질 수 있어 처음부터 과하게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비빔밥 재료나 밑반찬으로는 고추장 무침도 활용하기 좋다. 고추장 1스푼, 된장 0.5스푼, 매실청 1스푼이나 설탕 0.5스푼, 다진 마늘 0.5스푼, 참기름 1스푼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된장은 고춧잎의 쌉싸름한 맛을 누그러뜨리고 양념에 구수한 맛을 더한다. 고추장 양념은 점성이 있어 잎끼리 달라붙기 쉬우므로 고춧잎을 털어가며 버무린다. 양념을 먼저 섞은 뒤 고춧잎을 넣어야 간이 한쪽에 몰리지 않는다.

무침과 다른 매력의 들기름 볶음
고춧잎은 무침뿐 아니라 볶음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침이 산뜻한 식감을 살리는 방식이라면, 들기름 볶음은 열을 더해 섬유질을 한결 부드럽게 만드는 조리법이다. 나물의 질긴 식감이 부담스러울 때는 볶음으로 조리하면 먹기 편하다.
들기름 볶음을 만들 때는 팬에 바로 넣고 볶기보다 먼저 밑간을 한다. 데쳐서 물기를 짠 고춧잎을 볼에 담고 국간장 1스푼, 다진 마늘 0.5스푼을 넣어 가볍게 무친다. 이후 약 5분 정도 두면 간이 잎에 배어 볶았을 때 맛이 고르게 난다.

팬은 중불로 달군다. 온도가 오르면 들기름 2스푼을 두르고 밑간한 고춧잎을 넣는다. 볶을 때는 불을 세게 올리지 않고 중불이나 중약불을 유지한다. 고춧잎을 풀어가며 약 2분에서 3분 정도 볶으면 된다. 오래 볶으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불을 끄기 직전 통깨나 들깻가루 1스푼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들기름은 높은 열에 오래 두기보다 중약불에서 짧게 조리하는 편이 좋다.
잎의 색과 줄기로 보는 신선도
고춧잎을 고를 때는 잎의 색과 줄기 상태를 함께 본다. 신선한 고춧잎은 잎이 짙은 녹색을 띠고 시들지 않았으며 수분감이 있다. 잎에 반점이 많거나 누렇게 변한 부분이 많은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줄기는 너무 두껍지 않고 연한 것이 조리 후에도 질기지 않다. 줄기를 손으로 가볍게 꺾었을 때 툭 부러지는 것은 비교적 신선하고 연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바로 조리하지 않을 때는 씻지 않은 상태로 보관한다. 고춧잎을 키친타월이나 신문지에 감싼 뒤 지퍼백에 넣어 냉장고 신선실에 두면 약 3일에서 4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물에 씻은 뒤 보관하면 잎이 쉽게 무를 수 있으므로 조리 직전에 씻는 것이 낫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데친 뒤 냉동 보관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고춧잎을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완전히 짜지 않고 약간의 수분이 남은 상태로 1회 분량씩 나눈다. 이후 지퍼백에 넣어 냉동한다. 수분을 모두 짜낸 채 얼리면 해동했을 때 섬유질이 질기게 느껴질 수 있다. 약 20%에서 30% 정도의 수분감을 남기면 해동 후 무침이나 볶음에 쓰기 좋다. 냉동한 고춧잎은 조리 전 냉장실에서 해동하거나 찬물에 담가 해동한 뒤 사용한다.
꽈리고추·오이·부추로 더하는 맛
고춧잎은 다른 여름 식재료와 함께 쓰면 반찬의 맛이 달라진다. 꽈리고추는 고춧잎과 향의 결이 비슷하고 씹는 맛이 있어 함께 조리하기 좋다. 냄비에 진간장과 올리고당을 넣고 조리면 짭조름한 밑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춧잎의 쌉싸름한 맛과 꽈리고추의 알싸한 맛이 함께 살아나 밥반찬으로 잘 맞는다.

오이나 부추를 얇게 썰어 데친 고춧잎과 함께 무쳐도 좋다. 초고추장 양념이나 액젓을 바탕으로 한 겉절이 양념을 사용하면 더운 날 밥상에 어울리는 반찬이 된다. 데친 고춧잎만 무쳤을 때보다 오이는 시원한 식감을 더하고, 부추는 향을 보탠다. 같은 고춧잎이라도 어떤 재료를 더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반찬처럼 낼 수 있다.
다진 파와 다진 마늘은 고춧잎의 풋내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많이 넣으면 고춧잎의 은은한 향이 묻힐 수 있다. 마지막에 더하는 기름은 1스푼 안팎으로 맞추는 편이 고춧잎의 맛을 살리기 좋다. 양념을 진하게 하기보다 고춧잎의 향과 쌉싸름한 맛이 남도록 조절하는 것이 여름 나물 반찬에는 더 잘 어울린다.
고춧잎은 전, 무침, 볶음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여름 채소다. 장마철에는 바삭한 전으로, 평소 밥상에는 국간장 무침이나 고추장 무침, 들기름 볶음으로 올리면 제철 식재료의 맛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손질과 데치기, 보관법만 익혀두면 한 봉지로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 수 있어 여름 식탁에 두루 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