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었던 20대 간호사 '태움'에 고통 받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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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 '태움' 문화, 생명을 담당하는 직업 윤리는 어디로...

"자살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

27세 간호사 고 강수빈 씨가 생전 직장 선배에게 들었다고 유족이 밝힌 이 말은 간호계의 고질적인 악습인 '태움'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지난 29일 MBC 단독보도를 통해 3년 가까이 이어진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결국 세상을 떠난 강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태움 문화와 병원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고 강수빈 씨 / 유튜브 'MBCNEWS'
고 강수빈 씨 / 유튜브 'MBCNEWS'

강수빈 씨는 3년 전 간호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어렵게 간호사가 된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려 했지만, 병원 생활은 기대와 달랐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입사 직후부터 선배 간호사들의 반복적인 폭언과 모욕, 공개적인 질책에 시달렸다. 특히 여러 동료가 있는 자리에서 "자살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강 씨의 어머니 김인아 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 그 이야기를 하며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씨는 쉽게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일을 계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 씨가 남긴 일기장에는 당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인사를 안 받는다. 불리한 일이 생길까 안 받는 인사를 열심히 했다", "하루하루 지옥 같다. 하지만 그만두면 월세를 못 낸다. 그 지옥으로 계속 뛰어들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또 어머니에게는 "내가 더 열심히 하고 선배들에게 더 잘하면 달라질 것 같다. 조금만 더 버텨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M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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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 씨는 지난해 4월 퇴사했다. 이후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고, 노동당국은 강 씨가 지목한 가해자 3명 가운데 1명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병원은 해당 직원에게 '훈계' 조치만 내렸고,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는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이 계속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강 씨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 씨는 결국 이달 초 세상을 떠났다.

병원 측은 "피해자에게 부서 이동을 제안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 시정지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태움은 간호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표현으로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단순히 업무를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후배 간호사에게 반복적인 폭언과 인격 모독, 따돌림, 과도한 업무 부담을 주는 조직문화를 의미한다. 인사를 의도적으로 받아주지 않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실수를 이유로 심하게 질책하는 행위도 대표적인 태움 사례로 꼽힌다.

유튜브 'M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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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 특성상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문화가 용인돼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무 교육과 지속적인 인격 모독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반복적인 정신적 압박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는 물론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태움은 단순한 조직문화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튜브 'M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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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폭행이나 협박, 모욕, 강요 등 형법상 범죄가 함께 인정될 경우에는 별도의 형사책임도 질 수 있다.

※ 우울감이나 극심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통해 24시간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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