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4조원 쏟아질 수도…국민연금, 내일부터 국내주식 조정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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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약 30% 추정…목표치 20.8% 크게 웃돌아
대신·신영증권 매도 규모 추산 제시, 실제 집행은 분산 가능성에 무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 재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증시가 연기금 수급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7월 이후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주식을 팔지 주목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국민연금은 오는 1일부터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다시 시작한다. 리밸런싱은 주식, 채권, 해외자산 등 여러 자산의 비중을 미리 정해둔 목표에 맞게 다시 조정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이 20.8%인데 주가 상승으로 실제 비중이 30%까지 올라가면, 초과한 주식을 일부 팔고 채권이나 다른 자산을 사서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국내주식 비중 30% 추정

30일 대신증권 추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 26일 기준 약 30%로 추정된다. 올해 국민연금이 정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20.8%다. 단순 비교하면 실제 비중이 목표치보다 9%포인트 이상 높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 기관인 만큼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정해두고 운용한다. 특정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커진다. 이때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한 자산에 위험이 쏠릴 수 있어 일부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 자산을 늘린다.

올해는 코스피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평가액도 크게 불어났다. 주식을 새로 많이 사지 않았더라도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커지고 전체 기금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연초 이후 전체 기금 수익률은 14.18%였다. 이 가운데 국내주식 수익률은 59.71%에 달했다. 해외주식 수익률 8.19%, 해외채권 2.95%, 대체투자 3.95%와 비교해 국내주식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국내채권 수익률은 -1.74%로 손실을 기록했다.

기금 운용 수익도 크게 늘었다. 4월 말 기준 기금 운용 수익은 208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고, 기금 규모는 약 1670조원까지 불어났다. 국내주식이 전체 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6월 말까지 미뤘던 리밸런싱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국민연금은 올해 초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서더라도 곧바로 팔지 않고,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미뤄둔 것이다.

이후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 자체도 높였다.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됐다. 국내주식을 담을 수 있는 허용 범위도 넓혔다.

전략적 자산배분인 SAA 허용 범위는 기존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확대됐다. 여기에 전술적 자산배분인 TAA ±2%포인트를 더하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최대 28.8%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목표 비중은 20.8%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28.8%까지는 국내주식 비중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주식 비중이 약 30%로 추정되는 만큼, 최대 허용 범위를 적용해도 여전히 1%포인트 이상 높은 상태다. 이 때문에 7월부터는 국내주식 일부를 팔아 비중을 낮출 필요가 생긴다.

최대 74조원 매도 추정

국민연금이 실제로 얼마나 팔지는 코스피 수준과 TAA 활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TAA는 단기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 비중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를 많이 활용하면 당장 팔아야 할 주식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지난 1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지난 1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대신증권 추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은 올해 목표치를 약 164조원 초과한 상태다. SAA 허용 범위 6%포인트를 모두 활용하더라도 약 57조 600억원 규모의 국내주식 매도가 필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AA 6%포인트와 TAA 2%포인트를 모두 활용하면 매도 물량은 21조원대로 줄어든다.

신영증권은 코스피가 9000선을 넘을 경우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위해 최대 74조 4000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매도해야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TAA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준에서 코스피가 8000포인트일 때는 약 27조 9000억원, 8500포인트일 때는 51조 2000억원, 9000포인트일 때는 74조 4000억원의 매도 물량이 필요할 수 있다. 코스피가 9500포인트까지 오르면 매도 필요액은 97조 7000억원으로 커지고, 1만 포인트에서는 120조 9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TAA를 최대치까지 활용하면 부담은 낮아진다. 이 경우 코스피 8000포인트에서는 오히려 7조 9000억원 규모의 순매수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코스피 9000포인트 기준 매도 규모도 37조 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9500포인트에서는 59조 9000억원, 1만 포인트에서는 82조 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숫자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어느 범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팔아야 할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허용 범위를 좁게 보면 더 많이 팔아야 하고, 넓게 보면 당장 팔아야 할 물량은 줄어든다.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은 낮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시장에서는 대규모 매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민연금이 단기간에 수십조원 규모의 주식을 한꺼번에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간, 월간, 일간 리밸런싱 집행 상한을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영향력이 큰 기관이다.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매수나 매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리밸런싱은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번에 큰 물량을 팔면 주가 하락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조금씩 비중을 낮추는 방식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서는 7월 이후 매달 1조~2조원가량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이미 리밸런싱 재개 전부터 국내주식 비중을 조절해왔다. 최근 6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6개월 합산 순매도 규모는 약 8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6월에도 연기금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일부 매도 부담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대형주 수급 부담 주목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 및 SK 하이닉스·삼성전자 주가가 나오고 있다 / 뉴스1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 및 SK 하이닉스·삼성전자 주가가 나오고 있다 / 뉴스1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은 올해 많이 오른 대형주와 반도체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시가총액이 큰 종목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올해 국내 증시 상승도 반도체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올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기다. 순매도 규모는 1조 3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SK하이닉스 9701억원, 삼성전자 9673억원, 현대차 7701억원 순이었다.

반도체주는 올해 코스피 상승을 이끈 대표 업종이다. 주가가 크게 오르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안에서 해당 종목의 비중도 커진다. 리밸런싱은 비중이 커진 자산을 줄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형 반도체주에 매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특정 업종을 겨냥해 파는 것은 아니다. 포트폴리오 전체 비중을 맞추는 과정에서 시가총액이 크고 많이 오른 종목의 매도 물량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속도와 코스피 흐름

7월부터 리밸런싱이 재개되더라도 핵심은 실제 매도 속도와 규모다. 국민연금이 TAA를 어느 정도 활용할지, 코스피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외국인 수급이 매수로 버텨줄지 매도로 겹칠지가 변수다.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 위쪽에 머물수록 매도 필요성은 커진다. 반대로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 보유 주식 평가액이 줄어 국내주식 비중도 내려가고 매도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 지수가 오르면 팔아야 할 물량이 늘고, 지수가 내리면 팔아야 할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국민연금 리밸런싱은 장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다만 올해 국내주식 수익률이 크게 뛰었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보다 높아진 만큼, 7월 이후 연기금 수급은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