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모바일, 구형 요금제 1,100개 강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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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모바일, 구형 요금제 1,100개 강제 폐지…회선당 평균 4달러 인상
고객 동의 없이 자동 전환 방식 채택, 7월 중순 청구분부터 적용 예정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T-Mobile)이 3G·4G 시대에 설계된 구형 요금제 가입자들을 현행 요금제로 강제 전환한다고 6월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에 폐지되는 구형 '플랜 코드(plan code)'는 1,100개 이상이며, 요금 조정이 발생하는 가입자 기준 평균 인상폭은 회선당 4달러다. 변경 사항은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다음 청구 주기에 반영된다. 가입자에게는 이날부터 문자 메시지 또는 'T-라이프(T-Life)' 앱을 통해 안내가 시작됐다. 일부 가입자는 요금 변동 없이 새 요금제로 이동하지만 일부는 월 요금이 오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00개 플랜 코드 폐지…내부 시스템 단순화가 명분
T-모바일 최고운영책임자(COO) 존 프레이어(Jon Freier)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서 이번 조치의 목적을 밝혔다. 이 이메일은 CNET이 입수해 보도했다. 프레이어 COO는 "요금제 구성을 단순화하면 우리가 자랑하는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더 많은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00개가 넘는 구형 청구 코드를 정리함으로써 내부 복잡성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T-모바일은 이번 조치가 수익 확대가 아닌 시스템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사 측 성명에 따르면 "일부 요금제는 15년 가까이 전에 3G·4G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5G 네트워크가 완전히 구축되기 이전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일부 가입자의 월 요금이 오르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사실상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향을 받는 가입자 중에는 일부 소규모 사업체도 포함된다.

어떤 요금제가 사라지나…신규 전환 요금제는?
T-모바일은 폐지되는 구체적인 요금제 명칭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CNET 보도와 가입자들의 제보를 종합하면 심플 초이스(Simple Choice), T-모바일 원(T-Mobile One), 원 플러스(One Plus), 마젠타(Magenta) 계열 요금제, 그리고 2020년 T-모바일과 스프린트(Sprint) 합병 당시 이월된 스프린트 구형 요금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버지(The Verge) 보도에 따르면 마젠타 맥스(Magenta Max)처럼 2021년에 출시된 비교적 최근 요금제도 포함된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전환 대상이 되는 신규 요금제는 에센셜스(Essentials), 에센셜스 세이버(Essentials Saver), 익스피리언스 모어(Experience More), 익스피리언스 비욘드(Experience Beyond), 베터 밸류(Better Value) 등이다. T-모바일은 신규 요금제 전환 시 현재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향상된 단말기 혜택, 스트리밍 서비스, 개선된 국제 로밍 및 여행 혜택 등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통화·문자·5G 데이터 월정액에 대한 5년 가격 보장도 제공된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앨런 샘슨(Allan Samson)은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입자가 별도로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냥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이 오르는 가입자의 경우에도 "대다수의 경우 신규 가입자가 현재 이 요금제에 가입할 때 내는 금액보다는 여전히 저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요금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T-모바일 요금제를 고르거나 다른 통신사를 찾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고객 반발 폭발…"Un-캐리어 정신 어디 갔나"
변경 소식이 알려지자 가입자들은 레딧(Reddit)과 스레드(Thread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분노의 글을 쏟아냈다. 일부 가입자는 최근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구글 픽셀 10(Google Pixel 10)을 사실상 무료로 제공한 프로모션이 이번 요금제 변경 발표 전에 고객을 계약에 묶어두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발이 특히 거센 이유는 T-모바일의 기업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전 최고경영자(CEO) 존 레게어(John Legere) 체제에서 AT&T·버라이즌(Verizon) 등 기존 대형 통신사에 맞서는 도전자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며 '언캐리어(Un-Carrier)'를 표방했다. 가격 동결과 '언컨트랙트 프로미스(Un-Contract Promise)' 등을 내세웠던 만큼 이번 조치는 그 이미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버지는 이 점이 고객들이 특히 불쾌해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편 분노한 고객들의 전화를 직접 받아야 하는 고객센터 직원들에 대한 동정 여론도 형성됐다. 레딧에서 고객센터 직원임을 밝힌 한 이용자는 "불만이나 문제가 있다면 트위터나 고객 관리 채널을 통해 CEO에게 연락하세요. 저희한테 소리 지르며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
업계 흐름 속 제한된 선택지…이탈도 쉽지 않아
통신사들이 구형 요금제 가입자를 신규 요금제로 유도하는 시도는 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AT&T도 5월에 일부 구형 요금제에 추가 요금을 부과했으며 T-모바일 역시 2025년 3월에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이번처럼 고객 동의 없이 자동으로 요금제를 전환하는 방식은 기존의 '전환 권고'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T-모바일에 불만을 품고 통신사 변경을 고려하는 가입자들의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민트 모바일(Mint Mobile) 같은 많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가 T-모바일 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T-모바일 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가 어렵다. 한편 이번 발표는 버라이즌이 비용 효율적인 '심플리시티(Simplicity)'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경쟁사들도 유사한 대응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라는 업계 기대감 속에 나왔다. T-모바일이 그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