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 맹비판 “이 대통령 지지도 더 내려갈 것”
작성일
정치 리스크·인력 부족·용수 문제 지적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구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전 장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국민보고회를 열며 광주에 10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삼성·하이닉스 주가는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김 전 장관은 "첫째, 이 대통령이 앞장서서 호남으로 떠밀기 때문에 정치 리스크가 작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둘째, 반도체는 이미 대한민국 기업이 아니라 세계 기업"이라며 "외국인의 불안감과 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셋째, 광주 집중 투자로 전북과 경기, 충청, 경북, 부산·울산·경남·강원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판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를 넘어 서남권에 대규모 제2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김 전 장관은 앞서 지난 25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비판하며 입지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부지 규모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땅값, 고급 인력 확보, 용수, 전력 문제 등을 제시했다.
김 전 장관은 "군 공항은 국유지이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서도 "고급 인력 확보가 제일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HBM4 같은 첨단 반도체는 설계 인력이 생산 현장에 많이 투입돼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 8학군을 선호하는 고급 기술자들이 광주까지 갈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용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기도는 팔당댐 물이 풍부해 용수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고, 전력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 입지는 기업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토지 가격을 제외하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또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는 세계 각국이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유치하려는 기업"이라며 "팔을 비틀어 광주로 가라고 해서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희망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특별한 사랑과 혜택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날 잇따라 논평을 내고 정부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AI와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를 앞세운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지만 국민이 본 것은 미래 비전이 아니라 정략과 꼼수로 오염된 관치·외압 경제의 민낯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이 시장을 접수하겠다는 관치경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의 타당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은 용수 부족 우려에 대해 '호남에는 물이 충분하다'고 단언했지만 현실을 지우는 말로 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3년 정부의 '제1차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을 거론하며 "영산강 유역은 자체 용수 공급 능력이 20%대에 불과하고 기존 산업단지조차 물 부족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 수요도 감당하지 못해 농업용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쓰는 상황에서 하루 수십만 톤의 초순수가 필요한 반도체 팹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망상이며 국가를 상대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별도 논평에서 이날 행사를 "'메가프로젝트'가 아니라 '메가허풍 국민보고회'"라고 평가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라고 발표했지만 핵심은 결국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였다"며 "나머지 사업들은 호남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한 들러리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호남이어야 하는지, 어떤 검증과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끝내 없었다"며 "포장은 화려했지만 내용은 텅 비어 있었다. 알맹이 없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