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포함 중앙그룹 채권자들이 이번 사태를 '기획부도'라고 주장하는 이유
작성일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 개최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계열사의 채권을 매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의 갑작스러운 채무불이행 사태를 두고 기획부도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을 향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JTBC와 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 소속 투자자들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무책임하게 법적 구제 절차에 숨어버렸다고 비판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피해자들은 거대 언론 그룹과 금융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서민들의 삶을 파괴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연대 측은 "대한민국 대표 언론사라는 간판과 신용평가사의 '투자 적격'이라는 말만 믿고 노후자금과 전세자금, 자녀 결혼자금을 내줬지만 예고도 없이 갑작스러운 기습 회생 신청과 워크아웃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이 자금난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고의로 파산을 유도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이들은 "갚을 능력 없이 돈만 당긴 폭탄 돌리기이자 개인 채권자들을 희생양 삼아 벌인 꼬리 자르기"라며 "명백한 '기획 부도'이자 '서민 먹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피해자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중앙그룹의 채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증권사들과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를 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말인 탓에 현장에서 진정서를 공식적으로 수령할 근무자가 부재해 서류 전달 일정은 다가오는 주중으로 미뤄졌다.
이번 사태는 이달 중순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재무 위기 선언에서 비롯됐다. 방송 부문을 담당하는 JTBC는 지난 12일 206억 원 규모에 달하는 유동화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채무불이행 이른바 디폴트를 선언했다.
자금 경색을 극복하지 못한 JTBC는 디폴트 선언 3일 뒤인 지난 15일 관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정식으로 신청하며 경영권 방어와 채무 조정을 시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문 매체를 발행하는 중앙일보 역시 지난 19일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인 워크아웃을 공식적으로 신청하며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했음을 시장에 알렸다.
이번 중앙그룹 사태의 이면에는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 채권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금융 시스템의 허점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은 운영 자금이 필요할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돈을 빌린다.
이때 신용평가사는 해당 기업이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 신용등급을 부여하며 증권사는 이 등급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판매한다. 피해자들이 분노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신용평가사들이 부도 직전까지도 해당 기업의 채권에 대해 원리금 상환에 무리가 없음을 뜻하는 투자 적격 등급을 부여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보다 약간 더 높은 이자를 기대하고 은퇴 자금이나 주택 마련 자금 등 전 재산을 투자한 개인들은 기업의 갑작스러운 회생 절차 신청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투자금의 대부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기업의 모든 채무 상환은 즉시 동결된다. 이후 자산 실사와 채권자 집회를 거쳐 빚을 탕감하거나 출자전환하는 회생 계획안이 수립되는데 이 과정에서 무담보 채권을 쥔 개인 투자자들은 원금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
꼬리 자르기라는 피해자들의 주장은 기업 사주나 경영진이 이러한 법적 제도의 특성을 악용해 회사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경영권은 유지하려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대규모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전통적인 광고 수익은 급감하는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불황 속에서 무리한 차입 경영이 결국 한계 기업의 폭탄 돌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향후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와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 그리고 기업의 고의적인 기획 부도 정황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